[현장스케치] 제16회 퀴어문화축제 개막식

 

9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16회 퀴어문화축제 개막식 현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9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16회 퀴어문화축제 개막식 현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나와 다르다고 차별하고 혐오하기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게 건강한 사회 아닐까요?”

9일 ‘제16회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을 찾은 직장인 이지하 씨는 “성소수자들의 축제가 한국 사회를 더 다양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하나의 힘이 되기를 바란다” 고 전했다.

이날 개막식은 오후 9시께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개최됐다. 문경란 서울시인권위원회 위원장, 16개국 대사관 등의 축사와 축하공연, 개막 선언으로 진행됐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에도 불구하고 100여 명이 모여들어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

한편 동성애에 반대하는 기독교·보수 단체의 반대 집회와 기자회견도 이어졌다. 샬롬선교회·전국학부모연합·사도들의 한국교회 등 단체는 이날 오전부터 행사장 인근에서 ‘동성애 OUT’, ‘반기문 총장님, 동성애가 인권입니까’ 등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찬송가를 불렀다.

 

9일 기독교·보수 단체가 서울 시청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동성애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9일 기독교·보수 단체가 서울 시청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동성애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날 14개월 된 아들과 함께 개막식을 찾은 이진수 씨는 “아이에게 더불어 사랑하며 사는 세상이 어떤지 보여주고 싶어서 함께 왔다”며 “기독교인으로서 일부 종교인들의 행태에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말했다.

크레이그 바틀렛 열린문 메트로폴리탄 공동체 교회(Open Door Metropolitan Community Church) 목사는 동성애 반대 집회에 대해 “지난해 박원순 시장이 동성결혼지지 발언을 사실상 취소한 일, 서울시민인권헌장 폐기 사태 등이 축적돼 이런 상황에 이르렀다”며 “반대 세력이 소리를 지르지 말고 대화를 시도하기를, 다른 삶을 이해하려 노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시청 인근에서 근무한다는 직장인 김인호(46) 씨는 “국내에도 이렇게 많은 성소수자들이 존재하는 줄 몰랐다”며 “성소수자들을 아직 잘 이해할 수 없지만 반대 단체의 말처럼 그들이 사회적인 해악을 끼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송지연(가명) 씨는 “기독교인이라 성소수자들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이들을 종교의 힘으로 ‘정상화’하겠다는 생각에는 회의적”이라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말했다. 

한편 제16회 퀴어문화축제는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13일 메인파티, 18~21일 퀴어영화제, 28일 퀴어퍼레이드를 개최할 예정이다. 퀴어퍼레이드의 경우 경찰이 시민들과 차량 통행에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주최 측의 집회 신고를 불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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