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서울광장 개최… 영화제, 퍼레이드 등 이어져
기독교·보수 성향 단체 반대 집회 이어가

 

한국여성민우회가 제16회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에서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민우회가 제16회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에서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국내 최대 성소수자 축제 ‘제16회 퀴어문화축제’가 9일 개막을 선포했다. 

올해 16회를 맞은 퀴어문화축제는 매년 6월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국내 성소수자들이 모여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축제다.

개막식은 이날 오후 9시께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열렸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 우려로 최소한의 스태프만 참석해 축소 진행하고 온라인 생중계했다. 오후 7시 30분부터 열릴 예정이었으나 기독교·보수 단체가 행사장 인근에서 동성애 반대 집회를 열며 1시간 정도 지연됐다. 

개막식은 문경란 서울시인권위원회 위원장, 16개국 대사관, 한국여성민우회 등의 축사와 축하공연, 개막 선언으로 진행됐다.

문 위원장은 축사에서 “올해 서울광장에서 성소수자의 이름으로 공식 행사를 개최해 더 의미 있다”며 “‘내가 아니면 누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의 마음으로 모두 성소수자 인권 보호에 적극 나서자”고 제안했다. 

토마시 코즈워프스키 유럽연합(EU) 대표부 대사 외 벨기에, 프랑스, 아일랜드, 캐나다, 노르웨이, 아르헨티나, 브라질, 덴마크, 핀란드, 독일, 이스라엘,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영국, 미국 등 16개국 대사관 대표도 성소수자 인권 지지와 연대를 표명했다. 

 

유럽연합(EU) 대표부와 16개 대사관 대표가 퀴어문화축제 개막식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유럽연합(EU) 대표부와 16개 대사관 대표가 퀴어문화축제 개막식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민우회는 “최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가시화됐지만 성소수자의 가치에 동의하고 함께하는 이들이 더 많다고 확신한다”며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고 전했다.

종교계도 축하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 자캐오 성공회 길찾는교회 목사, 박대성 원불교 교무, 양한웅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위원회 위원장 등은 한목소리로 “인간은 어떤 이유로도 차별과 학대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공연팀 ‘스파이크’의 멤버는 “당당하게 서고 싶어 가면을 벗었다. 성소수자도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며 반대 집회 세력을 향해 “여러분을 사랑한다”고 외쳐 박수를 받았다.

 

제16회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에서 무지개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제16회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에서 무지개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9일 기독교·보수 단체가 서울 시청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동성애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9일 기독교·보수 단체가 서울 시청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동성애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정부, 지자체, 공적 기관은 동성애 반대 세력의 축제 방해와 불법행위를 방치해 성소수자 인권침해 및 차별에 사실상 동조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차별과 폭력에 저항하고 연대해 성소수자의 권리가 존중받는 사회를 이룩하자”고 외쳤다.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13일 메인파티, 18~21일 퀴어영화제, 28일 퀴어퍼레이드가 진행될 예정이다. 퀴어퍼레이드는 경찰이 시민들과 차량 통행에 불편을 줄 수 있다며 퀴어문화축제 측의 집회를 금지한 상태다.

한편 동성애에 반대하는 기독교·보수 단체는 이날 오전부터 서울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 등에서 반대 집회와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샬롬선교회·전국학부모연합·사도들의 한국교회 등 단체는 ‘동성애 OUT’ ‘반기문 총장님, 동성애가 인권입니까’ 등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찬송가를 부르며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이 끝날 때까지 집회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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