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술, 음악 등 예술인 공동체 마을
문화 소외지역 주민 위한 예술활동 펼쳐

 

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 공동주택 전경 ⓒ이정실 사진기자
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 공동주택 전경 ⓒ이정실 사진기자

서울시 최초의 예술인 마을이 생겼다. 서울시 중구 만리재로 27길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에 문학, 연극, 영화, 미술, 건축, 극작가, 공연,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모였다.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Mallidong Artists Cooperative), 줄여서 막쿱(MACoop)이라 불리는 예술인 공동체 마을이 생긴 것. 막쿱은 아리수 만리배수지의 관리자용 관사 부지로,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았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 6월 협동조합형 공공임대주택에 저렴한 가격으로 거주하며, 자유롭게 창작활동에 집중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을 모집했다. 입주 자격은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른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무주택 가구주로서, 소득 기준이 도시 근로자 가구 월평균 소득 100% 이하에 해당해야 한다. 부동산은 모든 가액 합산 기준이 1억2600만원 이하, 자동차는 현재 가치 기준으로 2464만원 이하에 해당해야 한다. 막쿱의 전세금은 장기전세주택과 같이 주변 시세의 80% 수준이다. 전세가 곤란한 경우에는 보증부 월세 임대료를 내도록 했다.

1인 가구를 위해 전용거주 공간인 침실과 공동생활 공간인 욕실, 거실, 부엌이 분리된 주택 형태인 ‘셰어하우스’를 도입하고, 임대료와 관리비용을 절약할 수 있도록 했다. 3인 이상 다인 가구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규모로 공급했다. 1인 가구 9세대와 2인 가구 10세대, 3인 이상 가구 10세대로 총 29세대가 입주했다. 5층짜리 건물 3개 동이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다. 복도에는 입주 예술가들의 미술 작품과 영화 포스터 등이 붙어 있어 구석구석이 훌륭한 전시장이다.

 

복도의 빈 공간을 활용해 미술 작품을 전시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복도의 빈 공간을 활용해 미술 작품을 전시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협동조합 중심의 운영을 위해 입주자들은 반드시 조합원이 돼야 한다. 거주 기간 동안 협동조합이 정하는 의무사항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선정된 것이다. 서울시는 입주 신청자를 대상으로 협동조합과 관련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참여도와 면담 결과 등을 고려해 2013년 11월에 최종 입주자를 확정했다. 최소 2년 동안 거주할 수 있고, 최대 20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신청자들은 입주 전에 자신의 작품을 출품한 전시회나 출연하는 공연, 영화제 등에 서로를 초대해 예술적 교류를 하며 친밀감을 다졌다. 회의와 토론을 통해 개성이 강한 예술인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존중과 민주적 의사소통도 배워나갔다. 아는 분의 소개로 막쿱을 알게 되어 지난 3월 입주한 싱어송라이터 한받(41)씨는 “혼자 외롭게 작업하다가 예술가들과 함께하게 되어 좋다”며 “입주 전에 서로 알아가고 탐색하는 시간이 있어서 도움이 됐다. 앞으로 대화와 토론을 거쳐 소통하는 기술을 계속 익혀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막쿱은 입주민이 설계부터 직접 참여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건축가와 함께하는 설계 회의를 통해 거주시설과 공동의 공간 조성에 입주자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특히 커뮤니티 공간은 협동조합 운영과 예술 활동을 위한 공동 작업공간으로 꾸미고, 작품전시, 공연, 영화 상영, 연극교실, 창작교실, 글쓰기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막쿱의 예술가들이 지역 주민과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시끌벅적하고 재미난 공간을 설계한 것이다. 한받씨는 “개인 전시회보다 지역사회와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될 것”이라며 “오프닝 쇼에 동네 주민이 많이 오셨다. 달동네로 불리는 이곳에 활력이 생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30일 오프닝쇼 공연 모습. ⓒ막쿱
지난 5월 30일 오프닝쇼 공연 모습. ⓒ막쿱

2014년 1월부터 본격적인 건설에 착수해 하반기에 공사를 마친 막쿱은 지난 5월 대중 앞에 모습을 공개했다. 만리동2가 협동조합형 공공임대주택은 2012년 10월 육아를 매개로 하는 가양동 협동조합형 공공임대주택에 이어 두 번째다. “예술인들이 함께 모여 살면서 활발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사회에 문화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다.

오랜 시간 홍대에 거주하며 활동해온 한받씨는 “홍대 앞은 전세금이 비싼 편이었고, 아이를 키우기에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며 “막쿱에서 예술가뿐 아니라 그들의 자녀들이 공동체 속에서 예술을 마음껏 누리며 뛰어놀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또 “주거가 안정되니 예술 활동에 집중할 수 있고, 지속적인 작업이 가능해졌다”며 “만리동 주민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경표 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 이사장은 “막쿱이 갈수록 삭막해지는 도시 주거문화에 대안을 제시하고 열악한 문화예술 환경 전반에도 신선한 자극제가 되어주길 바란다”며 “안정된 주거 환경은 예술인들의 더욱 활발한 창작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지역사회에도 문화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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