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얼큰하게 한잔 걸친 어떤 사람이 집 열쇠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마도 이 술집 저 술집을 돌아다니다 그만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는 지나온 길들을 거슬러 열쇠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는 이상하게 계속해서 길가에 서 있는 가로등 밑만 열심히 뒤지는 것이었다. 첫 번째 가로등 밑… 두 번째 가로등 밑… 이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행인이 이상하다 싶어 그에게 물었다.

“아니, 가로등마다 뭘 그리 찾으세요?”

“네. 제가 열쇠를 잃어버려서요”

“열쇠를 가로등 근처에서 잃어버리셨어요? ”

“아니오.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그의 대답에 행인은 더욱 의아해하며 “그런데 왜 가로등 밑만 찾고 있는 거요?”라고 물었다.

열쇠를 잃어버려 다급한 그는 계속 가로등 밑을 더듬거리며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거야 불빛이 여기밖에 없으니까 그러는 것 아니오?”

필자가 목표에 대한 교육에서 자주 인용하여 활용하는 일화다. 열쇠를 찾아야 하는 중요한 상황. 다급한 상황에서 해결하고자,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분명함에도 익숙한 방법, 편리한 방법, 쉬운 방법부터 찾아 불빛이 있는 가로등 아래에서 헤매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목표와 현실에서의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된다.

생각의 힘은 무섭다.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가지기도 하지만 우리의 판단의 범위를 한정하기도 한다. 기존의 틀을 깨기도 하지만 관성과 습관의 고집스러움이 되기도 한다.

난관에 부딪치거나 중대한 목표를 설정하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이룰 것인가라는 방법을 찾게 된다. 그런데 방법을 모색하다 보면 방법에 집중하게 되고 그렇게 되다 어느샌가 주인공인 목표는 방법이라는 손님 속에 묻혀 존재감을 잃어버리게 될 때가 있다. ‘내가 지금 무엇을, 무엇 때문에 하고 있는 것이지?’라는 물음을 통해 현재 나 자신이 집중하고 있는 수많은 ‘방법’들이 본질적인 ‘목적’에 부합되고 있는 것인지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자,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열쇠를 찾아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나를 행동하게 하긴 했으나 찾기 쉬운 가로등 불빛에 현혹되어 가로등 밑에서 열쇠를 찾아 헤매었다 하더라도 나의 어리석음을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쉽게 찾을 수 있는 가로등의 유혹을 탓할 수 없으니 정말로 어디에 열쇠가 있을 것인가 냉정을 찾아 추리해 보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보다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밝은 불빛의 효율을 생각해서 일부러 가로등 밑을 먼저 수색한 것이라면 몇 번째 가로등까지 수색할 것인지의 기준쯤은 정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가로등 아래에서 열쇠를 찾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방법이 옳았다고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행운에 감사해야 함을 기억하자.

방법이나 수단보다 목적을 분명히하는 것. 생각의 우선순위에 목표와 목적, 존재의 이유가 최우선에 있어야 함을 절실히 느끼는 6월이다. 방법적인 미숙함이 한번의 실수에 그치지 않고 계속되어 ‘실패’의 꼬리표를 달게 된다면 그 무능의 원인은 학식이나 연륜의 부족이기보다는 선명한 목표와 목적의 부족에 있을 것이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왜 해야 하는가를 인식하지 못하는 수많은 손님들이 가로등 불빛을 찾아 여기 저기를 헤매며 ‘열심히 찾고 있노라’ 외치고 있으니 뭔가 바쁜 듯 번잡스럽지만 열쇠를 찾기는커녕 새로운 창의적 해결안 모색도 안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재작년 철학적 명제를 평범한 우리의 일상으로 끌어들이며 화제가 된 책 『나는 왜 이일을 하는가?』의 저자인 사이먼 사이넥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수단이 목적을 앞서서는 목적을 이루지 못함은 물론이고 존재의 방향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 개인의 존재가 그럴진대 가정과 사회, 국가의 존재의 이유는 어떠할까?

우리의 6월이 우울과 두려움 그리고 분노에 뒤엉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서 빨리 열쇠를 찾기를 바란다. 우연히 찾는 밝은 불빛 아래 열쇠보다 가로등을 벗어나 바로 ‘그 곳’을 찾아 열쇠를 찾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 모두의 존재가 중요함을 그 목적이 최우선임을 모두에게 증명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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