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보다 장수하지만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은 여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운동 부족 등 해로운 생활 습관을 버려야 건강수명을 늘릴 수 있다. 여성신문이 주최한 여성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이 대회에 앞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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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년월일은 671226이다. 내년이면 지천명(知天命)을 바라보고 있고, 별자리로 보자면 ‘염소자리’다. 내 평생 올해처럼 편안한 때가 있었나? 그래서 나는 내 나이를 말하는 것이 당당할 뿐 아니라 즐겁기까지 하다. “(둘째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내년은 또 얼마나 더 편안해질까?” 나의 생애사적 특성이 결부돼 있기도 하지만. 어쨌든 나는 ‘젊고 싱싱함’으로 상징되는 20대를 지나 조만간 완경도 겪을 것이지만 10대, 20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끈기로 성실함, 대기만성(大器晩成)을 특징으로 하는 염소자리는 중년운이 좋다고 하는데, 그래서일까?

올해 평생 내 마음의 가시 같았던 큰아이가 재수해서 대학교를 들어갔다. 좋은 친구들 사귀며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감사할 마음이었던 내게는 너무 과분한 결과다. 더군다나 “전생에 도시를 구한 애미에게나 주어지는 복”이라고 전해지는 ‘기숙사 입소’의 행운까지 얻었으니 내가 어찌 길을 걷다가도 미소가 번지지 않겠는가. 페미니스트의 딸, 고3인 딸은 미대를 준비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외모지상주의자다. 겨울방학에 살쪘다며 고민하더니 3월부터 아침식사 대신 건강용 분말과 과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겠단다. “고3은 체력전이라는데…” 고민은 30초. “그래 당장 분말 사러가자.” 결혼해서 20년 만에 평일에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호사를 누리게 됐다.

나는 올해 3월부터 새벽 6시면 집 앞 스포츠센터에서 이런저런 운동을 배우고 있다. 운동 후 샤워하고 출근을 하노라면 정말이지 상쾌해서 막 뛰어가고 싶어진다. “고3 수험생 엄마가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간 고생의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기쁘게 누리고 있다. 이러면서 교만해지면 안 되겠다 싶어서 그간 냉담했던 신앙을 되찾아 매일매일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있다. 육체와 마음의 건강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여성주의적 뾰족한 비판정신은 놓지 않되, 즐거운 상상과 긍정적인 마인드로 소위 오십견이 와서 한 손으로 술잔을 들어 건배를 못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20대의 젊음이 기대되지 않는 나이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일도 없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죽을 것 같은 막막함도 없으며. 가깝고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웬만한 심리적 내상을 입어도 나만의 회복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주변 사람들과 다 잘 지낼 필요가 없으며 나와 진실한 마음을 주고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을 찾아낼 줄 아는 혜안(慧眼)도 갖추게 됐다. 주변의 죽음을 목격하고 내 건강 또한 훼손되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삶과 죽음이 연결돼 있다는 인식, “나 또한 언제든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비움. 두 아이를 돌보면서는 “설마 내 자식인데 알아서 잘 크겠지”라는 말은 화성에서나 통할 법한 말이고 “노력해서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한없는 겸허함을 배우게도 됐다. 도 닦는 심정으로 맞이하는 중년이 어찌 좋지 아니하겠는가?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고 그야말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열등감과 외로움을 극복하는 것이 인생의 큰 숙제라는 것도 알게 됐다. 어린 시절, 학창 시절에 자기 존재가 주변 사람들, 친구들에게 있는 그대로 사랑스럽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나이 들어서도 기이한 행동으로 주변의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과도한 행동들이 계속 튀어나오게 된다. 어렸을 적에 상처받았던 자기 자신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치유하지 못하고 중년을 맞이하게 된 사람들의 비극이다. 중년의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자기 각자의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을 치열하게 해야 한다. “뭐가 외롭다고 그래?”라고 퉁명스럽게 핀잔을 주는 사람이 사실 더 문제가 많은 인간들인 경우가 많다.

나이 50살 가까워지니 부질없는 욕망조차 잦아든다. 내 마음에 평화가 더 잦아드는 것 같다. 오십대 중반의 여자 선배에게 내 이야기를 했다. 흥분된 내 말에 그 언니는 한술 더 떠서 “어머머… 너 나처럼 50대 중반 돼봐라. 진짜 편안하고 행복해. 그때가 너 지금 이때보다 더 좋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럴 수 있을 것도 같다. “왜냐, 나는 더군다나 염소자리니까.” “세월아, 세월아, 빨리 가거라. 지금보다 더 편안할 수 있다는 50대 중반아, 빨리 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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