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시인, DMZ 노래한 사화집 『DMZ, 시인들의 메시지』 내놔
세계 평화운동가들의 국제여성평화걷기 행사로 국내외 이목이 집중된 비무장지대(DMZ)는 전쟁과 분단의 비극을 증언하는 곳이다. 한국시인협회가 최근 내놓은 『DMZ, 시인들의 메시지』(문학세계사)는 시인들이 분단의 아픔을 넘어 평화와 생명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노래한 사화집이다. 지난해 타계한 김종철 전 회장 때 추진한 사업이 이번에 결실을 맺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시인이여, DMZ를 기억하라’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124명의 시인들과 함께 DMZ 문학기행을 다녀왔고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사화집 출간도 기획했다. 강은교, 문정희, 유안진 등 한국의 대표 시인들이 DMZ를 시로 형상화해 테마 시집을 내놨다.
박이도 시인은 ‘휴전선’이 한때 우박처럼 총탄이 쏟아지던 곳이었지만 “해와 달이 이끄는 태평세월”을 쌓아오면서 철새와 텃새, 남과 북, 비바람과 민들레를 하나로 묶는 “평화의 나라”로 존재해 왔다고 노래한다. 그는 종교적 상상력을 발휘해 “여기는 동방의 새 낙원”이라고 명명한다. 이건청 시인은 북녘의 한 시인에게 전하는 서간을 통해 ‘밤나무’와 ‘능소화’와 ‘뻐꾸기’가 어울리는 자연 풍경에서는 남북이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유안진 시인은 “산그림자 바람의 그림자”마저 허리가 꺾이고 태양도 핏물을 흘리는 비무장지대에서 “나의 오랜 지병이 / 하필이면 왜 요통(腰痛)인지를” 고백하면서 허리가 꺾인 한반도를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문정희 시인은 “이 땅에 태어난 여자들”이 한때 군인을 애인으로 삼아 위문편지를 쓰고 면회를 갔음을, 젊은 남자들은 목숨을 내놓고 한때 고통과 그리움 속에서 살았음을 이야기한다.
시인들은 비무장지대가 철새들이 노니는 “한반도의 갈라파고스”(정주연)이고, “무장하지 않고는 / 들어갈 수도 없는 / 생태계의 보고”(김소엽)이며, “높은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떼로 구구구 구구구”(김찬옥) 새들이 우는 곳이라고 말한다. DMZ를 바라보는 시선마다 분단의 아픔과 자유와 평화를 꿈꾸는 시인들의 절절한 마음이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