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으나 의결 안 돼
여성계 거센 비난… ‘동일임금의 날’ 제정 캠페인 본격 돌입
여야 국회의원 125인이 발의한 ‘동일임금의 날(Equal Pay Day)’ 제정 법안이 13일 현재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한채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 1년6개월이 넘도록 계류 중인 데 대해 여성계의 비판이 거세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성인력 활용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인데 이를 위해선 성별 임금격차 해소가 반드시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법안은 국회의장 여성·아동미래비전자문위원회의 결과 보고를 기초로 당시 강창희 국회의장이 대표 발의했으며 여야 의원 125명이 서명했다. 법안 발의에 이 정도 ‘매머드급’ 규모의 의원들이 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비정규직과 경력단절, 저임금 등 여성노동 문제를 해결할 주요 해법으로 여야 의원들이 인식했다는 의미다.
‘동일임금의 날’ 제정을 위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2013년 11월 국회 환노위에 접수돼 12월 17일 321회 국회 임시회 제2차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돼 심사 결과 통과되지 못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매년 5월 넷째 주 고용평등 주간의 월요일을 ‘동일임금의 날’로 기념하자는 것이다.
환노위 관계자는 “기념일 제정에 대해 행정자치부가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며 “의원들이 법안의 중요성을 낮게 본 것 같다. 우선순위에 밀려 당시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후 법안심사소위가 수차례 열렸으나 번번이 의결되지 않아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여성·아동미래비전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장은 “양성평등 정책의 큰 방향이 1인경제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임금은 곧 가족 임금과 같다”며 “기업이 남녀를 차별해 여성 노동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경쟁력이 약화되는데 ‘동일임금의 날’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 단체협약 실태조사’ 결과 동일가치 동일임금 지급 규정이 있는 기업은 11.0%(82곳)에 불과했다. 2013년 기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0.2%로 남성보다 20%포인트 이상 낮고, 남성 임금 대비 여성 임금은 68.1%에 그쳤다. 최근 10년 사이 남성 정규직 대비 여성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자료를 분석한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남성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을 100이라 할 때 여성 비정규직의 임금은 2004년 37.3%에서 2014년 35.9%로 1.4%포인트 낮아졌다.
여성계는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고용평등주간(24∼29일)을 앞두고 ‘산타할아버지도 화낼 만한 남녀 임금격차 37.4%’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2015 동일임금의 날-5월의 크리스마스’ 캠페인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우선 23일 오후 1시 국회 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남녀 동일임금,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 워크숍을 연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남녀 동일임금 문제와 과제’를 주제로 발제를 한 후 유영선 BPW 청주연맹 회장의 ‘동일임금의 날’ 운동과 관련해 활동 사례를 공유한다. 이 워크숍은 한국여성단체협의회를 비롯해 한국YWCA연합회, 행동하는 여성연대, 역사여성미래, 한국모자보건학회, 미래여성네트워크, 한국청년유권자연맹, 국민사랑의회, 다음세대를 준비하는 다른 청년정치연구소, 매니페스토청년협동조합이 공동 주최한다. 이날 워크숍을 마친 후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여의도부터 광화문까지 거리 캠페인을 펼친다.
이와 함께 ‘5월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작성해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125명에게 보내고 남녀고용평등 주간에는 의원실을 직접 방문해 법안 제정을 촉구하기로 했다.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산타모자와 캠페인 캐치프레이즈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의원실을 방문, 사진촬영을 한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의미를 확산시킬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