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숍 ‘그루’ 안국점 이어 압구정동에 2호점 개관
라벨 뒤에 숨은 이야기에 귀 기울여
공정무역,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단어다. ‘원조가 아닌 무역’을 통해 가난한 생산자들에게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공정무역이다. 생산 과정에서 생태계 파괴를 줄이고, 그 나라와 지역 환경에 맞는 농법과 전통기술로 물건을 만든다. 제품 생산부터 판매까지 노동 착취와 환경 파괴가 없고, 중간 유통 과정의 착취를 배제한 직거래로 소비자들에게 정성이 담긴 안전한 물건을 판매한다. 공정무역 생산자의 70%는 여성이다. ‘그루’의 제품들도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 등 빈곤지역 여성들이 가내수공업으로 만든다. 자연주의 의류와 생활용품을 공정한 가격에 거래해 빈곤국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는 2008년 6월, 서울 안국동에 공정무역 전문 가게 ‘그루’ 1호점을 열었다. 그리고 7년 만인 지난 3월 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옆에 2호점이 탄생했다. 긴 시간을 지나는 동안, 공정무역과 착한 소비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을까? ‘페어트레이드 그루’의 이미영 대표는 예전에 비해 공정무역에 대한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한다.
“소비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소비자의 힘이 굉장히 커졌습니다. 소비자가 좀 더 이로운 방향으로 선택할 수 있는 파워가 생겼죠. 이전에는 불량품에 대한 소비자 활동이 주를 이루었다면, 지금은 환경을 훼손하거나 지나치게 파괴하는 물건은 사지 말자는 캠페인도 펼칩니다. 최근 트렌드는 통합적인 윤리적 소비인 것 같습니다. 단지 예쁘고 내 마음에 들고 가격이 싸다고 구매하는 게 아니라 그 라벨 뒤에 감추어져 있는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게 됐죠. 그렇게 마음을 쓰는 과정에서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게 됩니다.”
이제는 당장 내 눈앞의 이익이나 안위와 관계가 없다고 해서 외면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지구촌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나도 모르게 관계를 맺고 있고, 영향을 주고받는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우리 가족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 이 대표는 바로 이 점이 공정무역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세계의 환경 위기는 곧 우리의 위기이기 때문에 성찰을 통한 소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무역 수공예품을 처음 접하는 고객들은 “생각보다 비싸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싸게 산 옷은 잠깐 입었다가 쉽게 버리게 되는데, 저희 고객들은 옷 한 벌을 사서 굉장히 오래 입습니다. 몇 년이 지나도 단정하게 잘 관리해서 입거든요. 싼 옷을 잔뜩 사서 쉽게 폐기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지 않나요?”라고 반문한다. 공정무역의 제품은 기본적으로 수공예품이다. 10개를 만들 때나 1000개를 만들 때나 가격은 똑같다. 많은 물건을 만들어낸다고 해서 가격이 내려가는 일은 없다. 제품 제작의 난이도와 제작 기간, 소재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때문에 고정 인건비를 정할 수도 없다.
“설비를 갖춘 공장에서 찍어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수공예가 갖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저희 제품이 싸지 않다고 얘기하는데 사실 굉장히 싼 편입니다. 화학 소재를 안 쓰거든요. 천연 소재만을 사용하고, 기계로 빼낸 천이 아닙니다. 대부분 베틀로 짜내는 수작업이죠. 원단을 준비하는 데만 두세 달이 걸립니다. 수공예 작업을 잘 아시는 분들은 오히려 굉장히 싸다고 하시죠.”
현재 페어트레이드코리아와 거래하는 곳은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모로코 등 20여 곳이다. 이렇게 먼 곳에서 도착한 원피스, 코트, 셔츠, 가방, 스카프, 모자, 쿠션, 러그, 초콜릿,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들이 착한 소비를 기다리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에 국내 사회적기업의 제품도 조금씩 판매하고 있다. 공정무역은 기본적으로 빈곤국과 파트너가 되어 경제적 자립을 돕는 시장 접근적 방식이지만, 국내와 지역, 마을 안에서도 공정거래의 개념이 다양하게 확장된다. 이 대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공정무역을 시도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저희가 100% 공정무역으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재구성하긴 어렵기 때문에, 일부는 국내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제품 중에는 정말 훌륭하고, 장인정신이 깃든 윤리적인 물건들이 많습니다. 지금 준비 중인 상품은 우엉차와 DMZ 꿀, 옥수수양말인데 적극적으로 알리고 유통하고 싶습니다. ‘그루’의 정체성이나 기본 콘셉트는 해외 빈곤 생산자와 거래하는 공정무역 제품이고, 일부는 의미 있는 윤리적 제품들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이죠. ‘수공예는 우리만 해야 돼!’ 이게 아니에요. 이 사업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와서 더 크게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 www.fairtradegr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