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장애·싱글맘 어려움 속
직원 48명 연매출 8억
건실한 사회적기업 키워내
“태어나서 지금 가장 부자로 살고 있습니다. 능력껏 일하고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는 현재의 삶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대구시 수성구에 위치한 사회적기업인 ㈜청소하는마을 박정옥(54·사진) 대표는 두 딸과 함께 사는 싱글맘이자 청각장애인(6급)이다. 10여 년 전 진주종균증을 앓으면서 왼쪽 귀의 청력을 잃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박 대표는 취약계층에 한시적으로 일자리를 주는 공공근로사업을 신청했지만 당시 남편 명의의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일할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박 대표는 “정말 막막했어요. 그런데 무슨 용기가 났던지 ‘당장 쌀 살 돈도 없는데 이런 사람에게 일을 주지 않으면 누구에게 주냐’며 ‘어떻게 하면 일을 할 수 있냐’고 담당 공무원에게 따지듯 물었더니 복지카드를 가지고 있는지 묻더군요.” 결국 일을 할 수 있게 됐고 “얻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묻고 요구해서 얻어내야 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고 한다.
공공근로사업으로 주민센터에서 청소업무를 시작한 박 대표는 어렵게 얻은 일자리인 만큼 적극적으로 청소뿐 아니라 민원인 안내며 어르신 도우미까지 자처했다. 박 대표의 성실함을 눈여겨본 사회복지공무원과 동장의 도움으로 수성구자활기업 ‘청소하는 마을’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수성구자활기업은 기초수급자와 희망차상위계층 등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이들의 자립 의지를 높이기 위해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취업·창업 등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매년 참여자의 10% 정도가 탈수급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04년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으며 대표로 선출됐고 ‘청소하는마을’은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2011년 대구시 예비사회적기업을 거쳐 2012년 4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대구지역 최초 청소분야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았다.
박 대표는 “사회적기업 인정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때가 가장 힘들었다”며 “영업, 관리, 현장 업무를 소화하면서 생소한 서류 작업이며 다양한 행정 절차까지 몸이 무척 고단했다. 더구나 남편의 외도와 폭력 등으로 이혼까지 진행하던 시기여서 더 어려움이 컸다. 하지만 이뤄내고 나니 그 고생이 전혀 기억나지 않더라.”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고 3년. 이제 ㈜청소하는마을은 직원 48명에 연매출 8억원에 이르는 건실한 기업이 됐다. 박 대표의 성실함과 주변의 도움으로 대구지역 각종 공공기관과 학교 등 30여 개의 튼튼한 고객도 확보됐다.
박 대표는 “오는 6월이면 사회적기업 지원이 끝난다. 회사를 온전히 우리 힘으로 안정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회사를 건실하게 키워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정당한 근로복지 환경과 자립에 대한 희망을 주는 롤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희망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