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가출 소녀는 왜 모텔 방서 쓸쓸히 죽어갔나
14살 가출 소녀는 왜 모텔 방서 쓸쓸히 죽어갔나
  •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5.04.02 12:37
  • 수정 2015-04-03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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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아 인권 ‘답보’ 상태… 저소득층 가정, 때론 성적 폭력 공간
청소년 한부모 4명 중 1명, 빈곤과 주거의 불안정 경험

 

1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유흥가를 여학생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http://lensbyluca.com/withdrawal/message/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http://lensbyluca.com/withdrawal/message/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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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바람 좀 쐬고 오겠다”며 가출한 중2 여학생 한모양은 지난 3월 26일 조건만남을 하기 위해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모텔에 들어갔다. 37세의 남자가 소녀의 뒤를 따라갔다. 몇 시간 뒤 소녀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의 나이 겨우 열네 살이었다. 이 남자는 소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또 한양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28세 박모씨 일당을 구속했다. 경찰은 박씨 일당이 스마트폰 채팅 앱으로 성매수 남성을 물색한 뒤 10대 가출 소녀들을 성매매에 동원해왔다고 전했다.

한양 사건은 가출 소녀들이 겪은 극단의 비극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아이들은 편의점이나 PC방에서 가장 많이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한양처럼 조건만남의 유혹에 무너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단란주점, 티켓다방 등 성매매 업소를 포함할 경우 가출 소녀의 3분의 1은 성매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여성인권단체들은 보고 있다.

베이징행동강령이 만들어진 지 올해로 20년이 됐지만 우리 사회에서 여아(girl-child)들은 여전히 폭력과 차별을 겪고 있다. 베이징행동강령에선 여아에 대한 정부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적 목표를 정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아동은 만18세 미만을 가리킨다. 

① 여아에 대한 모든 종류의 차별을 철폐한다. ② 여아에 대한 부정적인 문화적 태도와 관행을 철폐한다. ③ 청소녀(girls)의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하며 그녀들의 요구와 잠재력에 대한 인식을 높인다. ④ 교육, 기술 개발과 훈련에서의 청소녀에 대한 차별을 철폐한다. ⑤ 건강과 영양에서 청소녀에 대한 차별을 철폐한다. ⑥ 아동 노동의 경제적 착취를 철폐하고 일터에서 청소녀(young girls)를 보호한다. ⑦ 여아에 대한 폭력을 근절한다. ⑧ 여아의 사회, 경제, 정치 생활에 대한 참여와 의식을 높인다. ⑨ 여아의 지위 향상을 위해 가족의 역할을 강화한다.

전문가들은 여아의 인권이 지난 20년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세이브더칠드런 김희경 권리옹호부장은 “생존, 보호, 발달을 위한 권리를 보면 성별 차이가 많이 줄었지만 저소득층의 경우 여아에 대한 차별이 20년 전과 비교해 달라지지 않았다”며 “여아들은 여전히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특히 가출 소녀, 청소년 미혼모, 장애 여아, 성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10대 연예인들을 비롯해 여성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겪는 인권침해도 심각하다.

미성년자 성범죄도 심각한 양상이다. 2013년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하루 2.5건 꼴로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년 기준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상대로 발생한 성범죄는 929건에 달했다. 강제추행이 708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간·간음(미성년자의제강간죄)이 115건으로 뒤를 이었다.

2012년 전국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성학대(중복 학대 포함)는 446건(4.5%)에 달했다. 성학대 피해자의 대부분은 여아로 추정된다. 교사의 성폭력과 성추행 사건도 많이 터져 충격을 주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5년간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교사들을 조사한 결과 240명 가운데 115명(47.9%, 2014년 6월 기준)이 현직에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가출 소녀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학대와 심각한 수준의 가족 갈등을 겪는다. 가부장적 성향의 가정에서 남자 청소년이 미래의 가장으로 지원받는 반면 저소득 가정의 소녀들은 남편 대신 일하러 나간 엄마의 역할을 대신하는 일터이자 때때로 성적 폭력이 일어나는 위험한 공간이다.

가정과 학교 밖으로 나온 소녀들은 청소년, 학생, 딸이라는 정체성 대신에 성적 매력을 가진 젊은 여성, 원조교제 상대, 거래 가능한 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받는다. 성 경험, 성매매, 성폭력, 임신 등 자신의 몸과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위기 경험에 전면적으로 맞닥뜨린다.

교육 취약 계층 중 하나는 청소년 한부모다. 우리나라 청소년(15~19세) 1000명당 출생아 수는 5.0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약 27명)보다 현저히 낮으나 최근 10년 새 2배 이상 늘어났다. ‘리틀맘’들은 부모나 교사로부터 낙태나 자퇴, 퇴학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 학업을 중단한 후 저학력 상태에서 자녀의 양육과 생계를 책임지느라 고단한 삶을 이어간다. 청소년 한부모의 26.7%가 빈곤과 주거의 불안정을 경험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는 스웨덴 7%, 덴마크 6.8% 등에 비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제도와 법률은 정비됐으나 여아의 인권이 답보 상태인 것은 정책 효과를 뚜렷하게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아는 아동의 특수성, 여성의 특성을 함께 갖고 있다. 그런데도 여아를 위한 정책은 아동정책, 여성정책, 장애여성정책 등으로 분산돼 있다. 이렇다 보니 정책끼리 겹치거나 사각지대가 생겼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안전·건강센터장은 “폭력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장기적인 안목에서 폭력 관련 정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장 센터장은 “유사‧중복 업무 주관 부처가 조정돼야 한다”며 “아동폭력 예방과 관련해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교육부가 각각 제공하는 방과후 돌봄 지원 서비스는 보건복지부가 주관하고 교육부, 경찰과 연계해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여아의 인권 향상은 우리 사회 전반의 양성평등 의식의 향상이 전제돼야 한다. 이와 함께 담당 공무원들의 인식 개선 교육, 피해자 가족 지원 프로그램 운영도 필요하다. 특히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 여아, 근로 여성 청소년, 청소년 연예인, 성소수자 등에 대한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 김 부장은 “여아들이 자신의 신체 이미지에 건강한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음주, 흡연, 자살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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