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학교, 이대로 방치해도 되나
조선학교, 이대로 방치해도 되나
  • 정진성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승인 2015.03.19 21:32
  • 수정 2015-03-23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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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원

남북한 관계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우리 모두 가슴을 졸인다. 이러다 어느 곳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이산가족 상봉이 늦어지겠다, 개성공단은 어떻게 되나, 금강산 관광은 어떻게 될까…. 어느 때는 슈퍼마켓에 라면이 동나기도 하며, 또 어느 때는 주식이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보다 더 직접적으로 남북한 관계에 타격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일본에 사는 우리 민족, 재일동포들이다.

일제강점기에 자의로, 혹은 강제로 일본에 갔다가 광복 후 돌아오지 못한 우리 근대사의 한 조각이 일본에 남아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에도 우리 동포들이 살고 있지만 고국을 떠난 지 100년이 가깝도록 3세, 4세에 이르기까지 일본에 귀화하지 않고 한국적, 또는 조선적(朝鮮籍)을 가지고 한국어를 사용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전 세계에 이런 소수민족을 찾기란 힘들다.

광복 후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분단되자 남한을 지지하는 재일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과 북한을 지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총련)라는 단체가 설립되고 사람들도 이에 따라 분리됐다. 남북한 관계가 좋아질 때 이 사람들은 한민족이 되는 기쁨을 누리다가, 악화되면 다시 대립한다. 일본과 북한 관계가 나빠질 때면 한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일본인들에게 공격을 당한다.

광복 후 경제발전과 민주화에 온 힘을 쏟은 시기가 지나고 1990년대 들어 우리 역사를 돌아보는 노력도 시작됐다.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보상과 명예 회복을 필두로 노근리 사건, 일본군‘위안부’ 문제, 강제동원 노무자 문제 등 묻혀 있던 우리 근현대사의 수많은 문제들이 재검토되고 있다. 학계에서 재일동포의 차별 문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우리의 아픈 근대사의 한 줄기를 겨우 추스르게 된 것이다. 수세대에 걸쳐 일본 사회에서 갖가지 차별을 받으면서도 민족 정체성을 이어가며 모국어를 잊지 않는 이들의 뒤에 민족학교가 있다는 사실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광복 후 여러 가지 이유로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재일동포들이 모국의 언어와 역사, 문화를 가르치기 위해 일본 이곳저곳에 학교를 세웠고 일본 정부의 탄압 속에서 지켜왔다. 그러나 이 ‘민족’의 학교는 남북 분단과 한반도 출신을 ‘조선’으로 지칭한 일본 정부의 초기 외국인 정책으로 인해 대부분이 총련 경영의 ‘조선학교’로 정착이 됐다. 이제 북·일 관계의 악화와 북한의 침체, 다른 한편 한국의 발전과 한·일 관계의 개선으로 80% 이상이 한국 국적이 된 재일동포들이 고국의 언어와 역사를 배우기 위해 조선학교에 진학하고 있다.

이 어린 아이들이 국적은 한국, 배움은 북한식의 교육을 받으면서 어떤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을까. 더 큰 문제는 북·일 관계가 나빠지면서 조선학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세무조사가 강화되어 재정의 곤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문을 닫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족의 수난 속에서 고향을 떠났고 차별을 받으면서도 민족적 정체성을 지키려는 재일동포들의 노력이 이제 우리 모두의 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총련이 경영하지만 한국 국적을 가진 학생들이 다수인 글자 그대로의 민족학교를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 것인가. 정부가 나서기 힘든 일이라면 다른 우회적 방법은 없을까. 우리 시민사회는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민족학교를 지키고 아이들이 혼란을 겪지 않고 잘 자라날 수 있도록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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