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칼럼니스트 김태훈의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해요’라는 칼럼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페미니즘 논쟁이 불붙었다. 지난 2월 22일(현지시간) 열린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패트리샤 아퀘트는 남녀 평등 임금을 주장해 환호를 받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해시태그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선언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서점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인터파크도서(book.interpark.com·2월 8~23일 기준) 집계 결과 페미니즘 관련 도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2%, 2주 전 대비 131% 증가했다. 온라인상의 부정적 이슈로 시작된 관심이 페미니즘 이론 자체를 다룬 도서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페미니즘 도서 중 석해인의 『몽골의 페미니스트 왕비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황제들과 어깨를 나란히한 국가 통치자이자 위대한 페미니스트, 자비로운 어머니, 지혜로운 교육자였던 몽골의 왕비들을 소개한 책이다. 이들이 몽골의 역사와 여성 지위에 끼친 영향 등을 전하며 한국의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통찰한다.
반라 시위로 유명한 페미니스트 단체 페멘(Femen)이 출간한 『분노와 저항의 한 방식, 페멘』도 주목받고 있다. 페멘은 2009년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에 ‘우크라이나는 매음굴이 아니다’라며 시위를 벌여 자국의 매춘산업에 반기를 들었다. 이후 성적 차별, 무자비한 독재, 경제적 약탈 등 자유와 존엄을 억압하는 모든 것과 싸우고 있는 페멘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당당하게 나아가는 강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도서들도 재조명받고 있다. 슈테판 볼만의 『생각하는 여자는 위험하다: 그리고 강하다』는 미얀마 여성 정치인 아웅산 수치와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앙겔라 메르켈 등 억압과 규제 속에서도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고 바꾸어 나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담아냈다.
모린 머독의 『여성 영웅의 탄생: 융 심리학으로 읽는 강한 여자의 자기 발견 드라마』에서는 인류의 집단 무의식이 시작된 신화·민담·동화 텍스트와 함께 저자의 상담실을 찾은 여성들의 꿈을 분석해 여성 영웅이 탄생하는 과정을 밝힌다. 사회적 성취를 위해 분투하던 여성 영웅들이 갑자기 삶의 의미를 잃고 우울과 상실감에 빠지게 되는 원인도 살피며, 심리적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인터파크도서 문학인문팀 안상진 과장은 “SNS상에서 과거 인기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의 관심으로 관련 도서가 급증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 페미니즘 이슈처럼 사회적·정치적인 이념을 다룬 도서의 판매가 영향을 받기는 흔치 않다”며 “남성 우월주의로 인한 남녀 불평등, 사회적 불이익 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상황에서 당당하게 목소리 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