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제품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제품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언제부터인지 휴대폰이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방전되는 바람에 업무를 못 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연일 불안한 마음으로 지냈다. 이러한 불안을 경험하는 일이 휴대폰뿐이랴. 불법 성형시술, 부동산 사기분양, 식품안전 위해물 첨가 등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소비자 문제에 당황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이러한 문제들이 왜 발생하는지, 무슨 이유로 일어나는 것인지 소비자로서는 알기가 어려운 것이어서 여간 고달프지가 않다.

사실 끝없이 발생하는 소비자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들이 이뤄지고는 있다. 여러 매체에서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경각심을 높여주고 있으며, 소비자단체에서는 상담과 분쟁 해결을 통해 소비자 문제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뤄지고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문제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왜일까. 소비자 문제의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것인데 결국 ‘정보의 비대칭’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소비자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못 하게 하는 시장을 레몬마켓(lemon market)이라고 하는데, 소비자 문제는 결국 시장이 레몬마켓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영어에서 레몬(lemon)은 속어로 ‘불쾌한 것’ ‘불량품’이라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레몬마켓이란 구입해서 직접 써보기 전까지는 품질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불량한 시장을 의미한다.

레몬마켓이라는 개념은 미국의 이론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가 1970년 미국의 계량경제학 잡지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에 ‘레몬의 시장: 품질의 불확실성과 시장 매커니즘’이라는 논문을 선보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레몬마켓에서는 판매자는 거래하는 재화의 품질을 잘 알고 있지만, 구매자는 재화를 구입할 때까지 그 재화의 품질을 알 수가 없어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고 하면서, 예를 들어 중고차의 경우처럼 실제로 구입해 보지 않으면 진짜 품질을 알 수 없는 재화가 거래되고 있는 시장을 레몬마켓으로 설명했다.

이러한 레몬마켓에서는 소비자는 정보 부족을 겪게 돼 아무리 신중하게 골라도 손해 나는 선택을 하게 되고, 이를 염려한 소비자는 불안을 줄이기 위해 가격을 낮추어서 구입하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판매자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더욱 품질이 떨어지는 불량품을 제시하여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에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악순환 때문에 소비자는 문제가 많은 중고차를 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을 신뢰하지 않게 되고 소비자가 외면하면서 중고차 시장은 품질이 더욱 떨어지는 차가 넘쳐나게 되는 것이다.

수없이 쏟아지는 소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레몬마켓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급선무인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판매자가 제품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제공하여 정보의 불균형을 없애야 하는 것이다. 정보의 불균형이 사라지면 시장에서 자연스레 소비자 문제가 줄어들 것이므로, 그렇게 함으로써 가격에 비해 고품질의 상품이 거래되는 피치마켓(peach market)이 형성될 것이다. 시장을 레몬마켓에서 피치마켓으로 바꾸는 일, 기업이나 판매자뿐 아니라 소비자가 앞장서서 노력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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