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의사결정권자엔 여성 태부족
교육은 경력관리와 밀접… “여성교육, 경력유지 위해 중요”

 

여성 교원은 80%이지만 의사결정직에 오른 여성은 적다. 사진에서 고3 수험생이 2013년 11월 수능 후 안국동 풍문여자고등학교에서 담임 선생님과 진학상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여성 교원은 80%이지만 의사결정직에 오른 여성은 적다. 사진에서 고3 수험생이 2013년 11월 수능 후 안국동 풍문여자고등학교에서 담임 선생님과 진학상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한국의 교육열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을 정도다. 실제 한국의 교육 수준과 교육열은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25~34세 청년층 고등학교 과정 이수율이 98%, 대학 이상 고등교육 이수율이 66%다. 성별 차이는 점점 좁혀져 1997년 대학 이상의 취학 비율 성별 격차는 8.6%p였지만 2005년 3.0%p, 2013년 1.4%p로 줄었다. 교육에 대한 성별 접근성은 어느 정도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교육인가에 대해선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는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여성회의 이후 5년마다 유엔 주도로 베이징행동강령 이행 평가를 하고 있다. 베이징행동강령의 주요 관심 분야 중 하나인 ‘여성의 교육과 훈련’은 교육에 있어 동등한 접근이 이뤄지는지 ‘문맹률’을 낮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직업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교육에 ‘차별적인 내용’은 없는지, 교육개혁을 위한 ‘자원 할당’이 평등하게 이뤄지는지 ‘평생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를 살펴보도록 했다.

우리나라는 1949년 교육법 제정 이후 초등학교 교육을 의무교육으로 해 취학률이 거의 100%에 달한다. 1995년 지역별 의무교육제도로 초등 졸업자의 99% 이상이 중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여전히 비전통적인 영역의 교육은 여성에게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사관학교의 경우 여학생 입학을 처음 허용한 것은 공군사관학교가 1996년, 육군사관학교가 1998년, 해군사관학교가 1999년이었다. 여학생의 모집 정원은 전체의 10% 안팎에 머물러 있다.

교육은 경력 관리와도 관련이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3년 자료에 따르면, 전문대 졸업자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남녀 차이에 있어 가장 컸다. 남녀 차이는 1990년 27.3%p에서 2000년 26.7%p로 하락했으나 2013년엔 26.7%p로 2000년과 동일했다. 남녀 차이는 2013년 전문대 졸이 가장 크게 차이가 났으며, 대졸 이상, 고졸, 중졸 이하 순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 규모는 전년 대비 2만3000명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2011년과 비교하면 5만5000명이 증가했다.  

베이징행동강령은 교육 내용 중 성차별적인 부분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8년 제1차 여성정책기본계획에 의해 양성평등 성 제고 정책이 추진됐고 기술·산업, 가정으로 나뉘었던 교과를 기술·가정으로 통합해 남녀 학생에게 공통으로 교육했다. 7차 교육과정 개발 시 검정 기준에 남녀평등에 관한 내용을 명시하고 여성의 역할, 사회활동, 직업 등에 여성 비하 내용을 삭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교육 내용의 성평등은 개선돼야 할 점으로 보인다. 2010년 여성가족부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초·중학교 교과서 110권의 성차별 실태를 분석한 결과 교과서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은 10명 중 9명이 남성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도덕 교과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단원에서 위인으로 소개된 이들은 이창호, 이준 등 남성의 사진만 실려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당시 “역사상 여성 위인들이 없지 않은데 남성 위인들만 제시하면 인류 역사에서 남성의 공헌과 노력이 여성보다 많았다는 선입견을 갖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정책과 내용을 만드는 의사결정권자에 여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육전문직 여성 비율은 초등학교의 경우 2004년 9.2%에서 2013년 20.6%로 중학교의 경우 24%에서 44%로 증가했다.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전체 여성 교원 비율이 80%란 점을 비춰보면 저조한 숫자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2013년 여교수의 증가율은 13.2%에서 14.5%로 소폭에 그쳤다.

교육자원 할당 부문에 있어선 공교육에 대한 민간 부담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공교육에 대한 민간부담률이 14년째 OECD 국가 중 1위로 대학 등록금이 계속 올랐지만 공교육비 재정지출은 크게 늘지 않았다. 정부가 부담하는 공교육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정부 부담률은 4.9%p로 OECD 평균보다 0.4% 낮다.

1인당 평생학습 참여율을 살펴보면 2007년부터 2013년까지 형식교육 참여율은 줄고 있으나 비형식교육 참여율은 소폭 상승(여성 28.2%에서 29.2%), 직업 관련 비형식교육 참여율은 5.3%에서 13.0%로 두 배가량 상승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평생학습 참여율이 2배가량 높았다.

이영민 숙명여대 여성인적자원개발대학원 교수는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선 직업훈련이 굉장히 중요하다. 직업을 찾는 것부터 경력 유지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업종별 차이가 있긴 하나 남성 근로자와 여성 근로자의 교육훈련 비율을 보면 차이가 난다. 특히 여성들이 많은 비정규직, 서비스업종에서 교육훈련이 적다. 공급도 적고 기회도 적다”고 지적했다.

김희은 여성사회교육원 원장은 “우리나라의 양적인 교육과 성별 격차는 줄어들고 있어 질적인 접근이 요구된다”며 “교육은 투자가 필요하고 정책적으로 역량 강화를 위해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 성평등 교육에 가장 중요한 건 일과 가정의 양립이다. 일과 보육과 교육, 여가생활 등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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