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성남중원, 하루 8~9시간 걸으며 민심 만나

“우리 사회 바꿀 기회 달라”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2월 2일 4·28 재보궐 선거가 있는 성남중원에서 만났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2월 2일 4·28 재보궐 선거가 있는 성남중원에서 만났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남시 중원구 단대오거리. 지하철역 밖을 나서자 은수미(52)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이름이 적힌 간판이 멀찍이 보였다. 널찍한 오거리에 상가 건물들은 하나같이 한산했다. 평일 오전 10시 성남 중원구는 옆 동네인 분당과는 사뭇 달랐다.  

“성남 중원은 분당과 달라요. 분당이 중산층 위주로 개발된 강남 출퇴근 지역이라면 이곳은 1979년 강남 재개발에 밀려 이주한 도시민들이 정착한 곳입니다. 광주대단지 사건 아시죠? 개발 문제로 쫓겨난 빈민이 대규모 데모를 한 사건이죠. 30년 이상 살아온 초기 중원 주민들은 그때 강제이주 됐습니다.”

은 의원은 성남 중원의 특징을 이같이 설명했다. 중원은 1979년 박정희 정권이 시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킨 지역이었다. 집들은 산을 끼고 66㎡(20평) 이하로 빼곡하게 들어찼다. 그는 “45년을 중원에서 살아온 분이 말씀하시길 당시 이주해 오니 산의 껍질만 벗겨서 거기다 톡 던져놨다고 하시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주민 중 30년 이상 거주자가 60%를 넘는다. 분당이 아파트 거주 비율이 70%라면 중원은 단독 빌라 거주 비율이 70%다. 주변 2·3공단 4만5000명 근로자까지 전형적인 서민 근로자, 중산층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이곳 성남 중원에 4·29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다. 은 의원은 당의 지역위원장 선거에 떨어졌지만 재·보궐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임기 중 선거에 나오면 국회의원 신분을 포기해야 한다. “배지는 아깝지 않아요. 우리 사회를 바꿀 기회를 주신다면 당선 유무와 무관하게 저에겐 영광이죠.”

자신의 정치적 가치관과 행보가 이 지역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다. 그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연말정산 세금폭탄이 된 소득세법 개정에 반대한 의원 6명 중 한 명이며 담뱃값 2000원 인상안에도 반대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자 만든 ‘을지로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비정규직 하청 문제를 주도적으로 다뤘다. “당을 거스르더라도 소신 있게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전 중산층과 서민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는 중원구에서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야권 예비후보군은 4명이다. 은 의원을 비롯해 김창호 경기대 교수, 홍훈희 변호사, 정환석 지역위원장이 새정치 후보군이며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도 출마 의지를 밝혔다.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신상진 전 의원을 공천했다. 녹록지 않다.

은 의원은 지난 연말 국회의원 신분을 백분 활용해 의정보고서를 갖고 중원구 내 11개 동을 직접 걸어다니며 지역민을 만났다. 이때 걸은 길만 200㎞, 만난 지역 주민이 2만5000명이다. 기자를 만난 날도 스니커즈에 검은색 청바지 차림이었다.

혹독한 민심을 느꼈다고 했다. “좀 놀랄 정도였어요. 노점 포장마차부터 가게 주인들, 손님들, 건물주까지도 만났어요. 차갑기도 했지만 그 안에 정치권을 향한 분노가 가득차 있었습니다. 마음이 너무 무거웠고 동시에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노동전문가인 그는 비통했고 동시에 결연해졌다. IMF 외환위기 전까지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이 1 대 1이던 균형이 현재 8 대 1이라며 “대기업은 부자가 돼 몇 백 층짜리 건물을 짓는데 가계는 다들 하우스푸어다. 전형적인 양상”이라며 “가계소득을 올리려면 기업소득의 잘못된 부분, 법인세 문제를 가계로 환류시켜 기존의 1 대 1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중원구 지역민 몇몇이 직접 은 의원을 찾아와 지역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는 생각지 못한 요청을 “중원이 나를 불렀다”라고 표현했다. 공단이 많은 노동자의 도시에 노동전문가가 찾아온 셈이다.

은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재·보궐 선거에 나선 유일한 여성 후보이기도 하다. 비례의원을 하다 지역구에 도전하며 어려움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전직 사회학자이자 노동전문가 답게 “연구 결과도 있듯 여성과 남성이 정보에 닿는 시간적 거리를 비교하면 차이가 엄청 크다”며 “위로 올라갈수록 여성이 없어 서로 이끌고 경험을 공유하는 네트워크가 없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과 특유의 사교성이 여성들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이라 좋은 점도 있어요. 무엇보다 사교적이지 않나요? 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해요. 하나의 소우주를 만나는 것이니까요.”

은 의원은 성남 중원에서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다. 그가 성남 중원에 도전하는 이유는 “대중정치인만이 당력을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회 의정활동을 하면서 만든 법안과 정책들을 지역에서 실천해 보고 싶다고 했다. “간절하다”는 말도 나왔다. 중원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커 보인다.

“만약 중원에서 중산층과 서민들이 정말 강남이나 분당에 사는 분들만큼 자부심을 갖고 당당한 시민으로 살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우리 사회의 지표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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