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인순’서 ‘남인순’으로
발의 법안 검색조차 안 돼
“대중 정치인 되고 싶다”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일 여성신문과 만나 사회적 이름 남윤인순에서 남인순으로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일 여성신문과 만나 사회적 이름 '남윤인순'에서 '남인순'으로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름은 불릴 때 의미가 있다. 남인순(57) 의원은 지난 17년 동안 ‘남윤인순’으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국회의원 의정활동을 하면서 법에 등기된 ‘남인순’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이유를 묻기 위해 2월 1일 남 의원을 만났다.

남 의원이 최근 공식적인 자리에서 “안녕하세요. 남인순 의원입니다”라고 한 사연은 의외로 간단했다. “부르기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고 아예 잘 부르지조차 않아서 바꾸게 됐어요.”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다. 19대 국회 초반부터 시작된 고민으로 여성부 정책자문위원이나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할 때는 오히려 자신을 잘 설명해주는 이름이었지만 대중 정치인이 되기엔 늘 설명을 해야 하는 이름이었다.

무엇보다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남윤인순’으로 검색하면 발의 법안이 ‘0’건으로 나온 게 컸다. 국회의원 한 명이 헌법기관이기에 법적인 이름만 검색된다. 실제 발의한 법안은 102건(2015년 1월 기준), 공동발의도 800여 건이 넘지만 검색이 되지 않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많았다.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와 “대체 발의한 법안이 한 개도 없느냐”는 핀잔부터 한 언론이 발표한 의원 발의법안 순위에 거론조차 되지 못했다. 의원실 보좌진은 언론도 헷갈려 할 정도면 국민과의 소통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국회에서 보내는 메일 자료에 윤남인순으로 기재돼 있기도 하고, 성을 아예 사공, 남궁처럼 원래 있는 것으로 아시는 분도 있고 어떤 자리에선 아예 ‘남궁인순 의원님이 오셨다’고 말하기도 하더라고요.”

웃으며 말했지만 유권자에게 이름을 각인시켜야 하는 정치인에겐 씁쓸한 기억이다. 그럼에도 남윤인순이 익숙한 이들도 많다. 여성운동 전적을 지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하자 “새로운 유권자들을 많이 만나야 하는 상황이다. 대중 정치인으로 많은 대중을 만나야 하기에 일치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름으로만이 아니라 의정활동 내용으로 많은 분들에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모 성 함께 쓰기 캠페인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이름을 쓰게 될지 몰랐다. 여성계 대원로인 이효재 전 이화여대 교수가 1997년 3·8 한국여성대회에서 제안하고 170여 개 여성단체가 동참하면서 시작됐다. 이 캠페인의 목표였던 호주제 폐지는 2005년 단행됐다.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부모 성을 모두 쓰는 이들이 있다. 학계에선 대표적으로 조한혜정, 오한숙희를 비롯해 언론인 출신인 김신명숙까지 여성단체 안으로 들어가면 더 많다. 이름이 그렇듯 한번 불리기 시작하면 바꾸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남 의원은 여전히 시민사회 때부터 문제라고 여겼던 관행적인 제도들을 하나씩 바꿔나가고자 한다. 호주제는 폐지됐지만 부부가 혼인신고 시 굳이 여성의 성과 본을 따르겠다고 주장하지 않으면 아버지 성을 우선적으로 따르도록 돼 있다. 실제 모의 성을 따르는 경우는 연간 200여 건 정도다. 그는 현 제도를 바꾸기 위해 지난해 2월 14일 ‘민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은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이 제안한 부모 성씨 선택 조항이 유보돼 있어 5년마다 내는 이행보고서에서 계속 지적받고 있다.

“삶을 돌이켜보면 제 가치가 어떤 부분을 지향하는지 그동안 여성운동을 하면서 많이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저 자신조차 아쉽고 서운한 느낌도 있어요. 앞으로 대중 정치인이 되는 과정에서 ‘남인순’이란 이름으로 쌓아가야 할 일들이 남았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