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원 재정비·원지동 이전 박차 포부
소녀·북한이탈주민 위한 의료 서비스 강화
취임 100일 ‘1000일 액션플랜’ 발표 계획

 

“위에서 지시하면 직원들이 따르는 ‘톱다운’ 방식보다 직원들과 토론하는 방식으로 소통을 강화하고 있어요. 한 사람의 의견보다 열 사람의 의견이 더 낫지 않겠어요. 토론과 소통, 협력이 바로 여성적 가치죠. 이미 직원들도 원장이 여성으로 바뀌면서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걸요.”

안명옥(61·사진) 국립중앙의료원(NMC) 원장은 여성적 가치를 바탕에 두고 소통과 협업을 강화하겠다는 경영 방침을 밝혔다. 안 원장은 또 자신감, 협동, 창의성을 NMC의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남편인 길정우 국회의원과 공동 번역한 책 『아테나 독트린』에서 강조한 ‘여성적 가치’가 이 5가지 가치와 일맥상통한다. 안 원장은 “소통과 토론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 불편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여성적 가치는 삶의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직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안 원장은 지난해 12월 원장 공모에 지원한 14명과의 경합 끝에 원장에 임명됐다. 후보 14명 중 유일한 여성인 그가 공공보건의료의 중추기관장에 임명되면서 의료계의 두꺼운 ‘유리천장’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안 원장의 경력은 화려하다. 산부인과와 예방학의학 전문의이며, 제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이사장,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여성아동미래비전 자문위원장 등을 지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모자보건학회 등 다양한 학회에서 활동하며 조직 관리 역량과 리더십을 높이 평가받았다.

안 원장은 취임 이후 40여 일을 “시간을 초 단위로 나눠” 일할 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보냈다고 했다. NMC의 공공의료기관 컨트롤 타워로서 위상 정립, 원지동 신축 이전, 만성적 적자 구조 해소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2018년 원지동 이전을 목표로 인간중심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병원을 위한 기반을 만들 생각이에요. 재정 확보를 위해 NMC 가족(직원)들이 자발적으로 CMS 기부를 하기로 했어요. 1000원이든, 1만원이든 액수보다는 직원들의 힘으로 펀드를 만든다는 것이 더 큰 의미죠. 말만 앞서기보다 1000일간의 임기 동안 실천할 과제와 방향을 정리해 취임 100일째 되는 3월 31일 ‘액션플랜’을 발표할 예정이에요.”

안 원장의 액션플랜은 이미 가동 중이다. 취임 직후 통일보건의료센터를 설립해 북한이탈주민 건강관리와 남북의료 협력 등을 준비하고, 자신의 전문 분야인 여성과 소녀들의 건강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그는 2000년 ‘소녀들의 산부인과’를 만들고, 소녀들을 위한 성교육 만화책인 『루나레나의 비밀편지』를 출간하는 등 여성과 소녀들의 건강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NMC가 58년 전 스칸디나비아 3개국의 도움을 받아 설립된 만큼 저개발국 대상 공적개발원조(ODA)에도 관심을 쏟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안 원장은 바쁜 와중에도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다녀왔다. 그는 그곳에서 건강을 돈이 아닌 가치로 여기는 경제 수장들의 시선을 확인했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과 경제학자들은 한결같이 건강을 돈으로 환산하지 않고 가치로 바라보고 있었어요. 건강이 경제발전의 기본이며, 직원들이 건강해야 기업의 생산성도 증가한다고 여기고 있어요.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건강이 최고라고 말은 하면서도 정작 건강이 이슈의 중심에 있진 못하죠.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어요. NMC도 돈보다 인간을 중시하는 가치 중심의 보건의료에 앞장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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