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협위원장도 남녀 위원장으로 해야”
“내가 좀 강성…좋은 게 좋은 것 아니다”
“박 대통령, 도움 받는 협치 좀 약해”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이 28일 여성신문과 만나 보수혁신 동력이 여성 정치력 확대라고 강조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이 28일 여성신문과 만나 보수혁신 동력이 여성 정치력 확대라고 강조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 정치를 바꿀 현실적 동력이 이제 여성밖에 없습니다. 그 외엔 동력이 없어요. 저는 정치 혁신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데 유일한 힘이 있다면 여성들입니다.”

지자체장에서 당으로 돌아온 김문수(64)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은 최근 정치 혁신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여성 정치력 확대를 내걸고 있다. 1월 28일 여의도 당사에 있는 보수혁신위원장실에서 만난 그에게 ‘한국 정치를 바꿀 동력이 왜 여성이냐’고 묻자 “굉장히 숙고를 했다. 숙고를 해보니까 희망은 그것밖에 없더라”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출범한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지 5개월. 국회의원들 입장에선 눈물을 머금고 수용해야 할 여러 가지 개혁안들을 쏟아냈다. 출판기념회 금지, 국회의원 수당 축소, 각종 겸직 금지와 윤리특위 강화까지 국회의원 입장에선 ‘적’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에 혁신위 개혁안은 새누리당의 주요 어젠다가 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과연 이 혁신안대로 이행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말이다.

최근 여야가 공동 주최한 오픈프라이머리 토론회에서 내놓은 안도 파격적이다. 지도부가 내려꽂는 전략공천을 없애는 대신 지역구 여성공천을 확대하기 위해 ‘디딤돌 점수’를 가산, 비례대표 여성 비율을 6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는 당은 국고보조금을 삭감한다는 초강수도 뒀다. 그는 “그렇게 한다고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30% 될까? 전 안 될 것으로 본다. 개선이야 조금 되겠지만”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도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정당 체질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양성평등 정당으로 만들어 선출직 대표와 회의체에 남녀 동수로 구성하는 안까지 논의 중이다. “전국 246개 당협위원장 수도 앞으로 남녀 절반씩 하든지 당협마다 남녀 대표를 둘씩 두든지 강력한 양성평등 문화를 지향해 혁신해야 합니다.” 그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데는 정치권의 여성 정치참여가 다른 분야에 비해 가장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한 6개 당협위원장 선정엔 가산점을 받은 여성 비례대표들이 모두 떨어졌다. 그는 “현재는 (비례대표가) 선거운동을 잘할 수 없다. 혁신위가 내놓은 안은 1년 전 예비후보를 등록하게 하고 그동안 예비후보 사무소를 두거나 명함 등을 돌리는 선거운동을 허용한다”며 “마구잡이로 여론조사에서 물어보니까 대번 ‘잘 모른다’고 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정치인의 특성으로 ‘청렴’ ‘공정’ ‘모성’을 거론했다. 경기도지사 시절 인사담당인 자치행정국장에 여성을 임명한 것도 획기적이었다. 그는 “보니까 여성들이 주요 보직 경험이 없더라. 주로 여성 국장이거나, 기껏해야 문화국장 정도. 그것도 잘 안 시킨다”며 “난 파격적으로 주요 부서 몇 군데에 여성을 임명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출산가산점제, 출산 후 돌아와 선호 업무로 복직할 권한, 재택근무, 유연근무제 등을 실시했다. 그는 “공직은 이런 제도가 모두 가능하다. 공무는 누군가와 경쟁하는 게 아니다. 업무가 타이트하지 않으니까 가능하지 않을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도 여성인데 마음먹고 하면 대통령, 도지사, 시장·군수까지 상당한 일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엔 그 재량이 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선거 때마다 여성 공천 30%조차 난색을 표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정치권이 시대를 앞서서 통찰하고 실천하고 혁신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정치력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오픈프라이머리도 일종의 대세다. “기존 공천제는 위에 줄을 대서 살아남아야 하는 방식이지만 오픈프라이머리는 풀뿌리에 줄을 대야 해요. 표를 많이 받으면 되기 때문이죠. 풀뿌리가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오픈프라이머리를 지지할 것이고 위에 줄을 대는 게 더 효과적이라 보는 이는 기존 제도를 좋아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폭락에 대해선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 걱정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잘 하고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며 “국민과 시대가 요청하는 일을 잘 하는데 지지율이 떨어진다면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직에서 인사는 기본”이라며 “그것을 기본으로 사업을 제대로 펼쳐 득점을 내야 한다. 인사는 기본인데 계속 지적을 받는다는 건 답답한 일이다. 아주 답답한 일”이라고 말했다. 연말정산 사태에 대해선 “공직이 무너졌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여성 대통령이 여성의 모성을 바탕으로 ‘통합’을 잘하고 있다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한 뒤 “다만 소통 측면에선 정치인 출신이니 새누리당의 국회의원 중 인재들의 도움을 받고 대통령으로서 공무원의 도움을 받아, 이렇게 남들의 도움 받아 협치를 하는 건 요즘이 좀 약하지 않나 한다”고 말했다.

과거 여성 관련 발언으로 인한 구설에 대해선 “내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며 “딱 언어가 절제돼야 하는데 그냥 하다보니까”라고 머쓱해했다. 하지만 최근 서강대 강연에서 ‘박 대통령과 동문이라 자랑스럽지 않으냐’고 말해 학생들과 의견 충돌을 빚은 데 대해선 “난 잘못한 것이 없다. 그렇게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내가 좀 강성이다. 혁신위원장을 맡은 것도 좋은 게 좋으면 맡을 수 없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에게 정치는 ‘정의’라며 계산하거나 두들기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좀 순진하죠?”라며 반문한다. 여전히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고 점심엔 여의도 식당에서 다른 직장인들처럼 비는 자리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제가 지극히 정상입니다. 보통 공직자가 곧이곧대로 규정을 지켜서 살면 이 정도 수준이에요. 시민단체가 우리 공직과 사회 지도층 생활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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