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립선언문이 낭독될 때 쳤던 종 필라델피아 리버티 벨 ⓒ천경희
미국 독립선언문이 낭독될 때 쳤던 종 필라델피아 리버티 벨 ⓒ천경희

새해 벽두부터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미국 동부 지역을 방문하는 일정이어서 혹한의 추위로 여행이 쉽지 않을 거라 염려하며 출발했다. 다행스럽게도 예년의 겨울 날씨에 비해 견딜 만해서 백악관, 의사당, 카네기센터, 박물관, 미술관 등 여러 명소를 돌아볼 수가 있었다. 

인터넷 신청을 통해 방문한 의회 의사당에서 미 연방 의회 소개 전시물과 전 세계인 누구나 자료를 볼 수 있는 의회 도서관 돌아보고는 그 규모와 내용에 놀랐다. 특히 미국 건국의 아버지 토머스 제퍼슨 도서실을 별도로 만들어 제퍼슨의 장서를 그대로 보존해 놓은 것을 보고는 그 열정과 노력에 감동했다. 마침 ‘자유를 위한 오래된 투쟁’이라는 부제로 미국 시민법 제정 50주년을 기념해 전시하고 있는 특별전 ‘1964년의 시민법’(2014년 9월 10일부터 2015년 9월 12일까지 전시)을 관람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미국 시민법은 흑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비폭력으로 맞서자며 펼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을 통해 1964년 제정된 법으로, 이 시민법의 발효로 공식적으로는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사라지게 됐다. 현재 미국 사회에 인종차별이 완벽하게 사라졌는지는 의문이지만, 투쟁을 통해 시민법을 제정하고 쟁취했기에 그들이 가지는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이 우리들이 생각하는 시민으로서의 태도와는 다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두 번째 출장 지역인 필라델피아에 도착하니 눈이 펄펄 내렸다. 염려했던 미국 동부 1월의 날씨를 드디어 만나는가 보다 걱정하며 거리를 나섰다. 필라델피아는 1682년에 영국 출신 윌리엄 펜이 창설했으며, 1787년에는 헌법이 마련된 후 1790년부터 10년 동안 미국 연방 최초로 수도였던 곳이다. 도시를 창설한 윌리엄 펜을 기념하기 위해 시청 꼭대기에 펜의 동상을 우뚝 세워놓은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필라델피아는 미국 독립선언문이 낭독된 곳으로, 그 후 미국 독립의 중심이 되어 독립 관련 유적이 많은 곳이다. 미국 독립선언문이 낭독될 때 쳤던 종 필라델피아 리버티 벨, 자유의 종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종이며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자유의 상징이다. 자유의 종이라는 이름은 노예제도로부터 해방을 얻어내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하면서 이를 자신들의 상징으로 삼았던 노예폐지론자들에게서 유래된 것으로 이 종은 그들이 발행하는 정기 간행물인 『자유』지 1837년 호에도 나타난다. 

 

노예제도의 폐지로 자유의 종은 인권의 상징으로서의 역할이 시작 됐다. 그러나 미국에서 진정한 인권이 실현된 것은 아니었다. 여성에게 참정권과 시민권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여성들이 참정권과 시민권에 대한 전국적인 운동을 벌이면서 평등권에 대한 투쟁으로서의 자유의 종을 기원했다. 이 운동의 초기 리더인 수전 앤서니(Susan B Anthony)는 1876년 7월 4일 100번째 독립기념일 행사에 모여 있는 군중 앞에서 ‘여성의 권리 선포와 미국에 대한 탄핵에 관한 소고’라는 글을 발표하면서 여성의 참정권과 시민권에 대해 최초로 알렸다. 20세기에 들어서도 여성은 동등한 선거권에 대한 투쟁을 계속했다. 여성단체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 여성 참정권 협회가 1915년 ‘여성의 자유의 종’을 공포하고, 모든 지역을 방문해 여성 참정권을 독려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1920년 19번째 의회 개정안이 통과됐다. 1965년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자유의 종은 모든 사람들에 대한 시민권을 대표하게 되고, 자유의 종은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표명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해마다 마틴 루서 킹 데이를 기념하는 ‘Let Freedom Ring Ceremony’가 자유의 종 앞에서 거행된다.  

미국 필라델피아 여성의 자유의 종 부스 앞에는 여성참정권론자 캐더린 루셴버거(Katherine Ruschenberger)가 1915년 3월 15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있다. “최초의 리버티 벨은 민주주의의 창조를 알렸으며 여성의 리버티 벨은 민주주의의 완성을 알렸다.” 21세기 오늘, 우리 사회의 리버티 벨은 어떠한가. 진정한 민주주의의 완성인 여성의 리버티 벨이 아직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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