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잼을 찾는 사람들, 이유는 ‘소통·힐링·자유’
무용가들의 전유물은 오해, 반 이상이 처음
“잼이 저를 살리고 있어요”

 

콘택트 임프로비제이션, 일명 즉흥잼을 하는 사람들은 잼의 매력으로 힐링·소통·자유를 꼽았다. 사진은 1월 25일 안국동 W스테이지에서 즉흥잼을 하는 모습.
'콘택트 임프로비제이션', 일명 즉흥잼을 하는 사람들은 잼의 매력으로 '힐링·소통·자유'를 꼽았다. 사진은 1월 25일 안국동 W스테이지에서 즉흥잼을 하는 모습.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정말 춤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춤 같지 않다는 기자의 말에 10년 넘게 현대무용을 하고 있는 이민경씨가 이같이 대답했다.

1월 25일 일요일 오후 서울 안국동 W스테이지에 즉흥잼을 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은 15명 남짓. 공간을 대여하고 진행하는 운영자 2명과 서너 명의 단골 춤꾼을 제외하면 모두 처음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 즉흥잼을 하려고 왔을까. 어디서 어떤 이유로 모여들었는지 서로가 궁금해했다. 잼을 시작하기 전 둥글게 모여 앉아 즉흥잼을 알게 된 경로와 경험 유무를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 대부분은 ‘페이스북 친구 소개’로 알게 됐고 ‘친구 따라’ 왔다고 수줍게 말했다.

즉흥잼의 정확한 이름은 ‘콘택트 임프로비제이션(contact improvisation)’이다. 즉흥잼을 줄여서 ‘콘택트’라고 부른다. 1960~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으며 실험적인 현대무용가이자 안무가 스티브 팍스톤이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정확한 이름조차 없었지만 이후 무용가 낸시 스타크 스미스가 대중화시켰다. 지금은 현대무용 수업 중에도 콘택트 시간이 있을 정도다.

무용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날 일요잼의 경우 잼을 하러 온 사람들 대부분이 처음이거나 두 번째였다. 이날 자리를 마련한 ‘서울즉흥잼(Improvisation Jam Seoul)’ 운영진인 김희수씨는 “저도 회사를 다니면서 주말에만 잼을 하고 있다. 정말 좋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간은 NGO단체인 ‘월드컬쳐오픈(WCO)’이 공간 나눔 프로그램으로 무료로 대관해줬다.

잼은 자신과 타인의 몸이 서로 닿아 있되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게 기본이다. 정형화된 리듬이나 음악은 없다. 밀기, 기대기, 미끄러지기, 돌기, 올라타거나 들어올리기 등 몸의 움직임과 호흡이 함께 어우러져 타인의 몸과 조화를 이룬다. 아무렇게나 하는 것 같으면서도 정제돼 있고 부드럽다. 즉흥잼을 처음 보는 이들은 모르는 사람끼리 콘택트, 즉 몸을 대고 있으니 ‘이상하다’ ‘낯설다’ ‘난해하다’고 말하지만 해본 사람들은 다른 춤에는 없는 자유로운 요소를 콘택트의 매력으로 꼽았다.

김희수씨는 잼에 대해 “일종의 난장”이라고 말했다. 어지러이 뒤섞인 것은 맞는데 뒤죽박죽은 아니라고 했다. 대학로에서 우연히 잼 공연을 본 후 잼의 매력에 빠졌다는 그는 단순히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말이 필요없이 몸으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매력이에요.”

현대무용을 전공한 이민경씨는 오랜만에 콘택트를 하려고 찾았다. “보통의 춤이 땅과 수직이 돼 추는 것이라면 콘택트는 땅과 평행이 되기도 하고 땅에서 떨어져서 추기도 하고 중력을 벗어나 다양하고 자유로운 동작을 만들 수 있어요.” 춤인 것 같지만 춤이 아닌 것도 같다는 말에 “춤일 수도 있고 춤이 아닐 수도 있다. 일종의 힐링”이라고 말했다.

 

즉흥잼을 하는 사람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즉흥잼을 하는 사람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처음 왔다는 한 여성은 ‘오늘 어땠느냐’고 묻자 “호흡과 함께 하니까 편안하고 개운하던데요?”라고 말했다. 하기 전 공간에 돌던 어색한 침묵은 끝난 후 편안한 호흡으로 채워졌다.

고시 공부를 하다 잼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홍량씨는 “즉흥잼은 즉흥, 리허설이 없다”며 “연습이 없다는 면에서 즉흥잼은 삶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행복하다는 말을 자신있게 했다. “법 공부를 실패해 다행이죠. 안 그랬으면 이런 삶을 몰랐을 테니까요.”

서예가인 최루시아씨는 고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40대 여성이다. 최씨는 운동이나 해볼까 해서 찾았다가 발은 담근 경우다. 또래 여성들에게 적극 권유하고 싶단다. “처음엔 손을 쭉 뻗는 제 행위마저도 어찌나 부끄럽고 어색하던지. 하지만 지금은 잼을 통해 몸을 움직인다는 사실이 즐거워요.” 최근 『멋글씨의 3가지 비밀』이란 책을 냈고 서예가로서 일과 잼의 접점을 찾아가는 프로그램도 기획할 계획이다. “잼이 저를 살리고 있어요.”

즉흥잼을 처음 시도한다면 ‘서울즉흥잼’이 비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일요잼’에 참여해 볼 만하다. 매달 2번 무료로 진행하며 일요컨택즉흥잼 페이스북(www.facebook.com/groups/seoulcontact)에서 일정을 확인하면 된다. 좀 더 전문적으로 해 볼 생각이라면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과 학생들이 이끄는 ‘쌍방’도 있다. 매주 월요일 방배동 한 스튜디오에서 모여 진행한다. 참가비는 5000원으로 일정 등은 쌍방 페이스북(www.facebook.com/sangbangcontact)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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