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무료로 빈 방 내줘 쉼터 만들어
“네팔과 한국 잇는 징검다리 역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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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집처럼 허름하죠? 그래도 제 아내와 네팔 여성들에게는 최고의 사랑방이랍니다.”

지난해 12월 7일 경기도 수원시 구매탄시장 인근 주택가 2층에 ‘네팔 여성을 위한 쉼터’가 문을 열었다. 13㎡(4평) 남짓한 공간에 쉼터를 만든 건 김형효(50)·먼주구릉(43·네팔) 부부. 3년 차 부부인 이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옆집에 쉼터를 차렸다. 

“한국에 거주하는 네팔인은 2만 명이 넘어요. 남성에 비해 여성은 숫자도 턱없이 적고 상대적으로 적응이 힘듭니다. 그들을 위해 무언가 늘 해주고 싶었어요. 이번에 월세방에서 전세로 바꾸면서, 집주인이 빈 방을 무료로 쓸 수 있도록 내주셔서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쉼터는 규제가 많은 일반 쉼터와는 언제든지 외출이 가능하다. 현재 취업을 하러 온 네팔 여성 2명이 쉼터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화장대, 작은 냉장고, 거울, 탁자도 두었다. ‘일하는 여성’의 모습이 담긴 네팔 유명 화가들의 그림도 몇 점 걸어놓았다.  

“식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었다고 봉사라고 할 수 있나요. 탁상행정처럼 장소만 있다면 의미가 없다고 봐요. 이주여성을 위한 쉼터는 몇 개 있지만, 그들의 시선에서 만든 곳은 마땅히 없습니다. 아내와 제가 네팔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네팔 여성이 한국에서 겪는 고충을 이해할 수 있죠.”

쉼터를 여는 데는 네팔을 향한 부부의 사랑이 큰 작용을 했다. 김형효씨는 한국에서 출판사를 하다 접고 기회가 닿아 네팔에 갔다 반해서 수년간 네팔에서 거주했다. 네팔에서 한국어를 가르쳤고, 화가들의 작품을 받아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전시를 열어줬다. 네팔에서 신문기자 생활을 했던 아내는 취재 현장에서 만났다. 한국에 와서는 다문화가정과 북한 이탈 주민 등 부부 50쌍이 합동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KBS 행복한 결혼식’을 통해 결혼을 하게 됐다.

“한국에는 3개월 여행할 목적으로 왔다가 눌러앉게 됐어요. 아내가 한국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면서 아주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한국을 여행하며 쓴 책을 네팔어로 네팔에서 발간했어요. 한국어도 배워서 시민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답니다. 저 역시 얼마전 네팔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을 썼습니다.” 

앞으로 부부는 네팔과 한국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한편 쉼터를 문화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네팔 책을 비치할 생각이에요. 일하러 와서 책을 읽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잠깐잠깐 쉬는 틈에라도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곳은 사람이 없어야 더 좋은 곳이에요. 취직이 돼서 머무를 곳이 있다는 거니까요. 나라는 다르지만, 우리 모두 같은 하늘 아래 사는 인간이잖아요. 경계를 두고 싶지 않아요. 한국살이가 힘든 이주여성이 있으면 언제든지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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