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영 순천향대 천안병원 노동조합위원장
전국의료산업노련 여성위원회 설립 이끌어… 노조운동에 열정

 

“노동조합 위원장직을 10년째 맡으면서 다소 지쳐 있었는데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지도자상(미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말을 들으니 새로운 도전의식이 생기더군요.”

최미영(50) 순천향대 천안병원 노동조합위원장은 “(미지상 수상으로) 다시 한 번 도전할 용기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의료산업노련 여성위원회 설립을 이끈 그는 한국노총 충남지역본부 부의장, 전국의료산업노련 수석부위원장, 충남지방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등을 맡아 노동운동에 열정을 쏟고 있다.

7일 오후 만난 최 위원장은 가냘픈 몸에 다소곳한 분위기를 풍겼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노동조합 위원장으로 네 차례 연임된 만큼 리더십은 분명 남다를 성싶다. 그는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이게 아니다’ 싶을 때는 확 쏴버리는 성격”이라며 웃었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노조 활동가가 될 것이라곤 꿈도 꾸지 않았다. 그는 남자 간호사가 단 한 명도 없던 ‘그때 그 시절’에 병원일을 시작했다. ‘남자가 간호사? 의사를 해야지.’ 간호사를 ‘아가씨’라 부르던 시절이다. “3교대 근무제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시피 바삐 일하는 간호사가 노동조합에 관심이 있었겠어요? 그냥 노조가 일 좀 잘해주길 바라기만 했죠.”

그런데 병원 경영이 악화되자 간호사 출신 위원장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갔다. 병원에선 간호부서가 과반을 훌쩍 넘는데 임금·단체 협약에서 자꾸 양보를 강권당하니 이런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노조위원장 잘못 나가면 병원에서 잘린다”는 흉흉한 소문이 났다. 간호사 동료들의 추대를 받은 그는 “선거에서 낙선하면 병원을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하곤 용기를 냈다. 이렇게 위원장직에 오른 후 지역 기반을 다져나가다 한국노총 충남지역본부 창립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거대 담론보다 사소한 차별의 해소를 더 중요시한다. 평등명절 보내기 캠페인을 하는 이유다. “명절 때 남자들에게 설거지하라고 고무장갑을 나눠주다 걸이용 고무장갑을 함께 줬어요. 고무장갑에 노조 로고를 새겨 직접 만들었죠. 자꾸 하다보니 아이디어가 새록새록 솟네요.”

그는 노동환경 개선뿐 아니라 일자리 만들기에 각별히 관심을 갖고 있다. 장애인 고용 창출을 위해 콜센터를 만들어 장애인 정규직 직원 채용에 힘쓰고 있다.

또 차별 개선 등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과 일·가정 양립을 위한 어린이집 지원, 아동학대 방지운동,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등도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다.

그는 “앞으로 미가입 병원 노조와의 관계를 다져 조직의 외연을 넓히겠다. 무엇보다 병원 내 승진, 승급, 인사이동 시 남자를 우선시하는 병원 문화를 바꾸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협의회나 회의 때 들어가서 승진에서 차별이 없도록 공정한 인사가 이뤄지도록 압력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어느 조직이든 남성이 많지만 한국노총 내 산별 대표자 역시 그렇다. 그가 남성 활동가들과의 소통과 공감에 신경 쓰는 이유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오십 세 되던 해 봄에 다섯 살 연상의 노조 활동가(임관빈 한국노총 충남화학본부장)와 결혼했다. “인연은 분명 따로 있더라고요(웃음). 노조 활동에 톡톡히 외조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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