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디모나 쿠 미얀마 여성운동가
한 사람의 상징적 여성 리더보다
더 많은 여성이 삶이 존중받고 보호돼야 해
여성인권 위해 미디어 역할 중요

이 글은 지난 1월 7일부터 19일까지 이화여대에서 진행한 제7기 EGEP(Ewha Global Empowerment program)에 참여한 미얀마 여성운동가 쿠 디모나(25·사진)를 인터뷰한 후 구술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여성운동가의 눈을 통해 오랫동안 외부와 차단돼 왔던 미얀마의 군사독재, 분쟁의 문제, 섹슈얼리티 이슈를 들여다본다.

 

디모나 쿠 미얀마 여성운동가
디모나 쿠 미얀마 여성운동가

대학 시절 사회과학을 전공했을 때 젠더라는 개념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러나 나는 어릴 때부터 여성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65년이 넘는 우리나라 내전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습니다.

미얀마는 100개가 넘는 다양한 종족이 모인 국가입니다. 오랜 동안 종족들 간의 갈등과 분쟁이 지속됐지요. 1947년에 아웅산 장군은 이러한 분쟁을 잠재우기 위해 연합국 형태의 국가를 제안했어요. 당시 주요 8개 종족의 지도자들이 함께 서명을 했지요. 10년의 시험 기간을 갖고 그 이후에 연합국을 지속할지 아닐지를 결정하자는 내용이었어요. 그러나 그해에 아웅산 장군은 암살당했고 군사정부가 들어섰지요. 군사정부는 언론을 탄압했어요.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미얀마 국민을 철저하게 고립시켰어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졌고 결국 경제는 황폐해졌지요. 이때 불이익을 당하는 많은 종족은 군사정부에 저항했어요.

군사정부는 ‘버마’라는 국가의 이름이 버마민족만을 나타낸다고 하면서 모든 종족을 아우를 수 있는 이름인 미얀마라는 이름을 쓰자고 제안했지요. 그러나 그것은 국민의 시선을 돌리는 정치 전략에 불과했어요. 독재는 발전과 평화가 아니라 분쟁과 갈등을 심화시켰어요.

나는 카렌족 출신이에요. 어릴 때부터 분쟁 속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어려운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보며 자라났어요. 사람들은 전쟁 속에서 남성 군인들만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강간’은 군인들이 사용하는 무기지요. 그들은 여성들을 강간해서 마을을 초토화시켜요.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여성들은 남성들이 없는 가족의 생존을 책임져야 했어요. 여성들은 자신들의 정치적·사회적 지위, 경제적 권리와 같은 것에는 관심도 갖지 못했어요. 오직 가족의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지 해야 했어요. 그들은 먹을 것을 구하려고 지뢰밭도 마다 않고 들어가야 했어요. 그리고 여성들이 죽기도 했지요.

미얀마는 전통적으로 여성들을 존중하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여성들이 생리를 하면 더럽다는 생각이 사회에 팽배했어요. 여성들은 속옷을 아무도 보지 못하게 깊은 광에서 말리다가 위생 문제로 병에 걸리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엄격한 성적 규범을 가지고 여성들을 통제하지요. 시골지역이나 도시의 부모들은 딸들이 남자와 이야기만 해도 비난을 하지요. 혹시 어떤 여성이 공적인 자리에서 성에 관한 언급을 하면 ‘처녀’가 아니라고 비난을 하고 가족까지 욕을 먹습니다.

그러나 남성은 다릅니다. 그들은 포르노를 보지요.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와 자극적이고 충동적인 포르노를 본 소년이 만나서 사랑에 빠졌다고 상상을 해보세요. 이것은 결국 준비되지 않는 임신에 이르고 맙니다. 그러나 보수적인 미얀마 사회에서 소녀들은 병원에 가기를 꺼려요. 민간요법으로 낙태를 하려고 하지만 종종 위험에 빠지지요. 심지어 쇠꼬챙이를 자궁에 집어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낙태 불법 여부를 놓고 논쟁을 하고 있는데 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그것은 무의미한 논쟁입니다. 또한 친(Chin) 종족에선 여성들에게 재산권을 주지 않습니다. 부모는 외동딸에게 재산을 주지 않고 남자 사촌이나 혹은 삼촌들에게 상속을 하게 돼 있어요. 이처럼 여성들의 인권은 형편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웅산 수치를 떠올리며 여성들이 정치적인 지도자로서 살아가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다고 생각하지요. 아웅산 수치 한 사람만이 상징적으로 있을 뿐이지요. 그러나 그녀는 종족 분쟁이나 여성인권에 대한 정치적인 발언을 하고 있지 않아요. 한 사람의 상징적인 여성 리더보다 더 많은 여성의 삶이 존중받고 보호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와 같이 심각하게 훼손된 여성들의 인권에 증진하기 위해 미디어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성평등 의식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과 포럼을 한 적이 있는데 아주 소수만 교육하지요. 미디어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심지어 국가정책을 바꾸게도 하지요.

미얀마에서 미디어는 여성이슈를 다룰 때 연예인, 패션, 미용 등으로 제한돼 있어요. 미디어가 모두 소비산업과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지요. 미디어는 비즈니스를 할 뿐입니다. 제가 여성인권에 관한 방송을 한 편 내보내려고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방송국에서 저에게 돈을 요구했지요. 저는 미얀마에서 여성들만을 위한 미디어와 방송국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그것이 저의 커다란 꿈이기도 합니다. 여성이 주인이 된 미디어는 여성인권을 위해 가장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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