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진화 제이알 대표
마늘 진액으로 접착제 개발
‘2013 카르티에 여성 창업 어워드’에 아시아 대표로 참가

 

이진화 제이알 대표(39·사진)가 개발한 접착제를 들고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진화 제이알 대표(39·사진)가 개발한 접착제를 들고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작년에 미지상을 받은 박은정 검사님이 하시는 강연을 들었어요. 그때 정말 여성들이 받는 최고의 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선정되다니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아이들과 함께 이 상의 기쁨을 나누고 싶어요”

이진화(39·사진) 제이알 대표는 미지상 수상 소감에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대표는 마늘을 이용한 친환경 무독성 접착제를 만들어 제조업 창업계의 ‘우먼파워’를 증명한 여성 경영인이다. 지난 2012년 한국여성발명협회와 특허청이 주최한 여성발명인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해 감동을 전했다. 

지난 2002년 경남과학기술대 대학원에서 고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우연히 마늘 진액에서 점성이 강한 성분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우리나라는 접착제 원천 기술이 없어 현실적으로 천연 물질만으로 접착제를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말리는 지도교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구에 돌입했다. 마늘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어 ‘맨땅에 헤딩’을 감행했다. 닥치는 대로 해외 논문들을 찾아 읽고, 마늘에 끈적이는 물질을 추출하기 위해 식품공학 교수를 찾아가 추출법을 배웠다. 마늘 냄새를 정말 많이 맡았지만 질리지 않았다. 이 대표는 그렇게 꼬박 2년을 목재접착실험실과 식품실험실을 오가며 연구한 끝에 마늘을 물에 용해해 농축시켜 추출한 유효성분으로 접착제 ‘JRN’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영유아와 어린이들이 만들기 및 공작을 할 때 주로 사용된다. 바닥재, 벽지 등에 쓰는 인테리어 시공용 풀도 만들었다. 

이 대표는 중간중간 어려움도 많았지만, 아이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남매를 키우는 싱글맘인 이 대표는 “아이들이 있어서 지금의 자신이 있는 것”이라며 “지금은 20살인 큰딸과는 ‘친구’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첫아이를 낳았어요. 둘째 아이가 돌이 지났을 때쯤 학교에 복학을 했죠. 학교에 어린이집이 있어서 아침 수업을 할 때 맡겨놓고 수업이 끝나는 6시에 데리고 왔어요. 형편이 안 좋아 장학금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렇게 해서 전액 장학금도 몇 번 탔죠.” 

현재 제이알의 접착제는 마늘에 있는 항균성분 덕에 화학 첨가물을 일절 넣지 않고도 만들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특히 세계적 화장품 브랜드들의 샘플 요청이 잦다. 화장품 브랜드들이 기존 물질을 대체하기 위한 친환경 성분을 찾다 접착제 분야 특허를 보유한 제이알을 알게 된 것이다. 접착제는 가발과 속눈썹을 붙이는 데 사용될 뿐만 아니라 마스카라, 파운데이션, 선크림, 색조 화장품 등 사용 범위가 방대하다. 

이 대표는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카르티에 여성 창업 어워드(Cartier Woman’s initiative Awards)’에 아시아 지역 대표로 참가하는 영광도 안았다. 어워드에 나간 계기로 ‘여성 창업인’에 대한 애정도 각별해졌다. 

“전 세계 여성분들이 창업에 많이 도전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저는 제가 제일 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 번째로 나이가 많았어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공무원이나 선생님을 선호하고 창업에 뛰어들지 않는 여성이 많은데 중국, 홍콩, 인도만 가더라도 창업을 가장 최고의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여성 창업인은 여성만의 섬세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최고의 강점인 것 같아요. 사람들과 소통하고 만나는 것도 친근하게 할 수 있죠. 특히 제가 제조업 분야에 있어서 대표가 남자일 거라는 선입견이 많이 있는데 차츰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이 대표는 올해는 서울에 사무실을 차리고 미국에는 법인 설립을 할 계획을 세웠다. “회사가 어느 정도 나눌 수 있는 단계가 되면 포장지도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고 싶어요. 우리나라와 세계를 대표하는 접착제 회사로 만드는 데 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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