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정숙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여성노동·반성폭력 등 21년간 여성 대중운동 앞장

 

박봉정숙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가 식당노동자 호칭을 차림사로 바꾸자는 캠페인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봉정숙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가 식당노동자 호칭을 차림사로 바꾸자는 캠페인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 대중운동을 지향하는 한국여성민우회를 이끄는 박봉정숙(44·사진) 상임대표는 여성민우회의 맏언니이다. 1995년 활동가로 처음 민우회에 발을 내디딘 이후 고용평등추진본부 간사와 사무국장, 사무처장까지 두루 지내며 20년 동안 한곳에서 여성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박봉 대표는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지도자상(미지상)’ 수상에 대해 다소 겸연쩍어했다. 

“기쁘기도 하지만 상 이름이 거창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해요. 민우회 활동에 대한 격려의 의미로 생각하려고요.”

인터뷰를 위해 찾은 민우회 사무실은 23명의 활동가들로 북적였다. 1월 24일 민우회 총회를 앞두고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민우회는 회원 약 7000명의 회비로 운영되는 회원 단체다. 남성 회원도 15%가량 된다. 민우회는 노동, 건강, 미디어, 반성폭력, 빈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이슈와 생활 의제를 발굴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식당 노동자에게 ‘차림사’라는 새 호칭을 붙이고, 무급으로 규정된 점심 시간을 유급화하는 운동은 대중적 호응도 높았다.  

창립 초기엔 백화점식 운동으로 인해 단체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민우회의 특성은 정체성에 대한 내부 토론이 이어지며 사회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87년, 선배들이 민우회 창립 당시 대중 여성들의 꿈을 담은 여성운동을 해보자는 것이 창립 목표였거든요. 정말 원대한 꿈 같았는데 지나고 보니 여성들의 정체성이 복합적으로 변화하고, 전업주부가 노동자가 되기도 하는 등 이슈가 교차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 흐름을 수용하고 변화에 발맞춰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장점이 된 것 같아요.”

올해 21년 차 민우회 활동가가 된 박봉 대표는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농협 사내 부부 해고 사건’을 들었다. 1999년 농협이 사내 부부 780쌍을 정리해고 우선 대상으로 정해 아내들이 대부분 사표를 내면서 불거진 사건이었다. 박봉 대표는 “이를 계기로 ‘남녀차별 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사내 부부 해고는 위법이라는 조항이 들어가는 성과도 얻었다”며 “그러나 5년에 걸쳐 해고무효 소송을 지원했지만 결국 처음 문제 제기를 했던 이들은 패소했고 복직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박봉정숙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올해 양성평등기본법 시행으로 민주사회의 기본가치인 성평등에 대한 개념에 대해 다시 짚어보고 제대로된 인식을 확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봉정숙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올해 양성평등기본법 시행으로 민주사회의 기본가치인 성평등에 대한 개념에 대해 다시 짚어보고 제대로된 인식을 확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년 넘게 한 우물을 판 박봉 대표에겐 민우회가 곧 삶 그 자체인 듯 보였다. 민우회는 올해도 다채로운 활동을 추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20대 여성 인턴들의 노동 문제와 전업주부의 노후 문제에 대한 실태와 대안을 찾고, 우리 사회 고통과 차별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되자는 취지의 ‘성폭력 피해에 공감하는 첫 사람이 돼 주세요’ 캠페인도 계획 중이다.

올해 양성평등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여성운동 진영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박봉 대표는 여성발전에서 성주류화로 프레임을 전환시키겠다는 법 취지가 자칫 성평등의 문제를 양적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직 여성들을 임파워링(지지) 해줘야 할 요소가 많은데, 양성평등기본법은 모든 것을 양적인 것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요. 여성운동의 한 부분이 곡해되고 잘못 전달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죠. 사회정의를 위한 여성운동이 어째서 여성의 이익을 위한 운동으로 잘못 전달됐는지 살펴봐야 해요. 법 시행을 기점으로 여성들의 현실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여성단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성찰이 필요한 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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