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성평등 문화 알리는 게 내 일”
“스웨덴 성평등 문화 알리는 게 내 일”
  • 엄수아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1.16 13:13
  • 수정 2018-01-16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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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현정 주한 스웨덴대사관 문화공보실장
25년 동안 공공외교… 두 아들 키우며 국왕훈장 받아

 

올해 여성신문 미지상을 수상한 박현정 스웨덴 문화공보실장은 “스웨덴 사람들의 합리적이고 양성평등적인 사고로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올해 여성신문 미지상을 수상한 박현정 스웨덴 문화공보실장은 “스웨덴 사람들의 합리적이고 양성평등적인 사고로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스웨덴은 한국에서 일하며 아이 키우는 엄마인 제가 많이 부러워하는 나라예요.”

한국에서 매일 스웨덴 사람들과 생활하며 일하는 사람, 박현정(50) 스웨덴 문화공보실장을 최근 서울 중구 주한 스웨덴대사관에서 만났다. 박 실장은 여성신문이 선정하는 올해의 ‘미지상’(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지도자상)을 받았다.

“제가 미지상을 받다니 쑥스럽다”면서도 “열심히 살아왔다고 주신 상이라면 받겠다”고 멋쩍게 웃었다. 25년 동안 주한 스웨덴대사관에서 근무해온 박 실장은 스웨덴 사람보다 스웨덴이란 나라를 더 잘 안다고 자부한다. 한국에 스웨덴을 소개하고, 또 외교적인 가교 역할을 하는 공공외교가 그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 “스웨덴을 소개하는 게 제 일이다 보니 스웨덴이 자랑하는 진보적인 양성평등, 일·가정 양립 제도, 현실적으로 체화된 사람들의 인식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스웨덴의 높은 출산율과 여성 고용률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박 실장은 스웨덴 대사관 행사에도 이를 접목시켰다. 2009년 ‘성평등 정책과 지속가능한 도시발전 국제포럼’을 비롯해 2012년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과 젠더 심포지엄’을 기획해 개최했고, 2014년 11월 ‘일·생활 퍼즐 맞추기 국제회의’를 열면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스웨덴의 일상적인 양성평등 문화를 담은 사진전을 열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런 노력으로 그는 전 세계에 있는 스웨덴 대사관에서 유일하게 비스웨덴인 문화공보실장으로 일하며, 지난해 4월 한국 여성 최초이자 최연소로 스웨덴 국왕이 수여하는 북극성훈장을 받았다. 양국 문화 교류를 위해 힘쓴 이에게 수여하는 훈장으로 한국인 중엔 한-스웨덴 사전을 편찬한 한국외국어대학 교수 등이 받았다. 일하면서 한국 대통령보다 스웨덴 국왕을 더 많이 만났을 정도다. 국왕 만찬에 초대된 것을 포함해 다섯 차례나 된다.

대사관 문화공보실장의 역할은 멀티다. 매년 6월 열리는 ‘스웨덴 데이’, 연 4~5회 개최하는 ‘서울문학회’, 11월 스웨덴영화제 등 정기 행사를 비롯해, 스웨덴 고위급 인사 방한 의전, 국제 심포지엄, 미술디자인 기획전, 사진전 등을 기획하고 주관한다. 특히 서울문학회는 문화를 중요하게 여긴 전임 스웨덴 대사가 외교관들의 동호회 성격으로 만든 뒤 후임 대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35회째 열리고 있다.

대사 7명을 모시면서 한 번쯤 들었을 법한 질문을 던졌다. 어떤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항상 하는 말이 있는데, 제게 가장 좋은 대사님은 ‘다음에 오실 분(The next ambassador)’”이라고 말했다. 오래 근무하다 보니 스웨덴 사람들도 이런 질문을 종종 한다고 했다.

그는 “다른 어떤 대사관보다 조직이 평등하고 사고도 평등하다”며 “늘 일하는 데 있어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재미있기 때문에 열심히 하게 된다”는 말이 밤늦게까지 일하는 이유로 보였다.

물론 여성친화적인 제도와 사람들의 사고방식 때문이다. 스웨덴은 아빠들의 달(Daddy's months)을 정해 남성들에게도 육아휴직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1995년 아빠의 달을 만든 뒤 2002년부터는 육아휴직으로 부부가 최소 3개월씩 각각 쉬면 2개월을 더 쉴 수 있다. 남성 육아휴직은 여성에게 양도될 수 없다. 대사관 직원들도 성별에 상관없이 육아휴직을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최근 젊은 아빠들 사이에선 한국 엄마들의 산후조리원 모임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아빠들끼리 모임을 갖는 게 유행이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빠들이 아이를 돌보며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떠는 모습을 스톡홀름 시내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2년 기준 스웨덴의 출산율은 1.91로 유럽 최상위권이다. 그는 “북유럽 하면 자유분방하고 개인적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스웨덴 남성들은 특히 가정을 중시하고 헌신적”이라며 “아마 출산 후 보육이 장애가 안 되니까 많이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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