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경화증 투병… 안락사 소송 승소 이끌어
영국 안락사법 전환점 마련

 

영국 안락사법 전환의 계기를 만든 데비 퍼디(51)가 23일(현지시간) 영국 한 호스피스 병원에서 별세했다. ⓒwww.telegraph.co.uk
영국 안락사법 전환의 계기를 만든 데비 퍼디(51)가 23일(현지시간) 영국 한 호스피스 병원에서 별세했다. ⓒwww.telegraph.co.uk

영국 존엄사 운동의 대모인 데비 퍼디(51·사진)가 1년 전부터 식사 거부 등 죽음을 준비하다 지병으로 숨졌다. 영국 BBC, 『가디언』 등에 따르면, 20년 가까이 다발성 경화증을 앓았던 퍼디가 지난해 12월 23일 영국 브래드포드 한 호스피스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약 1년 전부터 이 병원에 입원해 지내던 그는 식사를 거부하는 등 죽음을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발성 경화증은 중추신경이 마비돼 척수 등에 염증 세포가 침투해 면역체계 이상으로 감각증상과 운동장애를 겪는다. 

남편 오마르 푸엔테는 성명을 통해 “아내가 원하는 대로 마지막 생을 평화롭고 존엄하게 보낼 수 있게 도와준 병원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데비 퍼디는 지난 1995년 다발성 경화증을 선고받고 스위스 안락사 지원 전문병원인 디그니타스로 가려다 동행할 남편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 남편이 안락사를 도와도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소송을 내 2009년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영국법에 따르면 안락사를 도울 경우 최고 14년의 징역형에 처한다. 하지만 퍼디의 승소 후 영국은 안락사를 법으로 금지하고는 있지만 3년 이상 식물인간 상태로 있는 경우 영양공급 장치를 제거해도 좋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이후 여러 판례에서 ‘죽을 권리’를 인정하면서 안락사법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영국은 지난 2003년 이래 세 차례 안락사 허용을 위해 법을 고치려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2001년 운동성 신경질환을 앓았던 여성 다이앤 프리티의 경우 안락사를 도와줄 남편을 기소하면 안 된다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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