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장애의 시대 ‘햄릿증후군’ 현상 증폭
개인 컨설팅 등 추천형 서비스 유망
덤 마케팅·골목길·놈코어 ‘핫 트렌드’

‘카운트 십’(COUNT SHEEP·양 세기). 2015년은 개인의 일상이 핵심 키워드다. 

해마다 다음 해 소비 트렌드를 키워드로 정리하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최근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15’(미래의창)에서 을미년을 이끌 트렌드를 이렇게 정의했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양을 세는 습관에서 따온 키워드를 통해 “‘양 떼’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처럼 안온하면서 소소한 소비자들의 일상을 공략하라”고 정리했다.  

 

COUNT SHEEP 양 세기 10대 소비 트렌드
▲ 햄릿증후군(Cant make up my mind) ▲ 감각의 향연(Orchestra of all the senses) ▲ 옴니채널 전쟁(Ultimate omni-channel wars) ▲ 증거중독(Now, show me the evidence) ▲ 꼬리, 몸통을 흔들다(Tail wagging the dog) ▲ 일상을 자랑질하다(Showing off everyday, in a classy way) ▲ 치고 빠지기(Hit and run) ▲ 사치의 끝, 평범(End of luxury: just normal) ▲ 우리 할머니가 달라졌어요(Elegant urban-granny) ▲ 숨은 골목 찾기(Playing in hidden alleys)
COUNT SHEEP '양 세기' 10대 소비 트렌드 ▲ 햄릿증후군(Can't make up my mind) ▲ 감각의 향연(Orchestra of all the senses) ▲ 옴니채널 전쟁(Ultimate 'omni-channel' wars) ▲ 증거중독(Now, show me the evidence) ▲ 꼬리, 몸통을 흔들다(Tail wagging the dog) ▲ 일상을 자랑질하다(Showing off everyday, in a classy way) ▲ 치고 빠지기(Hit and run) ▲ 사치의 끝, 평범(End of luxury: just normal) ▲ 우리 할머니가 달라졌어요(Elegant 'urban-granny') ▲ 숨은 골목 찾기(Playing in hidden alleys) ⓒ일러스트 이태용

“이 맥주냐, 저 맥주냐, 그것이 문제로다.” 

400여 년 전 ‘죽느냐 사느냐’를 놓고 갈등했던 햄릿이 지금 한국의 대형 마트를 찾는다면 이와 같은 고민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먼저 ‘햄릿증후군’이 첫 번째 트렌드로 꼽혔다. 너무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정을 유예하거나 타인에게 맡겨버리는 선택 장애 상황이 햄릿처럼 발생한다는 것. 그 결과 품질 좋고 우수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맞춤화해 제공하는 서비스 ‘큐레이션 커머스’가 이에 맞선 대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의 경우 고객의 상품 클릭 및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한 ‘개인화 추천 이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햄릿증후군에 걸린 소비자에게 결정의 확신을 줄 수 있는 것은 증거뿐이다. 센터는 이를 ‘증거중독’이라 칭했다. 막연하고 감성적인 광고 문구보다는 객관화된 데이터가 소비자들의 결정에 확신을 주는 시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네티즌 수사대, 고발 형태의 소비자 정보 프로그램은 증거 중독에 불을 지핀다. 거대 기업의 부당함을 당당히 공개하고 시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지난해 9월 제과업체의 과대 포장에 일침을 가하고자 대학생들이 과자 봉지로 배를 만들어 한강을 건너는 퍼포먼스를 벌인 게 대표적이다. 이제 기업은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수치를 눈앞에서 보여주려고 한다. LG전자는 초경량 노트북 ‘그램’을 출시하면서 매장에 저울을 두고 직접 소비자가 측정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불투명에 대한 불신은 가볍고 부담없이 누리는 소비 행태로 이어진다. 일명 ‘치고 빠지기’다. 남녀 간에만 ‘썸’(이성 간의 미묘한 감정)을 타는 것이 아니라, 상품·브랜드 선택에 있어서도 ‘썸’을 탄다. 패스트패션, 렌털시장, 팝업스토어 등이 이와 맞물려 있다.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제품 충성도가 높은 화장품 업계에서는 선택에 주저하는 소비자들을 공격적으로 유혹해 한정판 ‘체험 키트’를 마련하고 체험단을 모집해 고객과의 썸 타기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언제 지갑을 열까. 센터는 물건을 사면 부수적으로 줬던 ‘덤’이 핵심적인 구매결정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내다봤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덤의 경제’가 시작된 것이다. 개당 1200원에 판매되는 ‘카카오빵’이지만 온라인 중고장터에는 빵 봉지 안에 덤으로 들어간 스티커가 빵 가격 이상으로 거래되고 있다. 피규어를 받기 위해 햄버거를 먹기 위한 경쟁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한테까지 이어진다. 2014년 6월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의 증정품인 ‘슈퍼마리오’는 행사가 조기 마감됐고, 스타벅스 또한 매년 연말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덤 경쟁’은 소비자의 ‘자랑’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면 대박이 난다. 샤넬에서 포장지에 달아주는 꽃 장식을 여러 개 모아 블로그에 올리면, 주변 사람들이 꽃 장식만 보고도 그 브랜드에서 대략 얼마의 돈을 썼는지 추측할 수 있다. 지난해 ‘셀카봉’이 소위 대박이 났던 만큼 올해에도 ‘일상을 자랑질’하는 소비 트렌드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소비 경쟁이 심화되면서 유통 채널 간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온·오프라인, 모바일, TV홈쇼핑 등 여러 채널이 확장되고 결합된 ‘옴니채널’도 확장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은 고객이 스마트폰을 와인 병에 대면 생산국·와이너리·당도·가격 등 제품 정보를 볼 수 있는 ‘스마트 와인 정보 안내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고, 신세계백화점은 전자지갑 ‘S월렛’을 이용해 고객의 스마트폰에 백화점 사은품을 증정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밖에 내년에는 후각과 촉각을 포함해 오감을 충족하는 상품이 각광받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쇼핑을 즐기는 ‘감각의 향연’ 현상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가 선보인 꽃향기가 나는 프리미엄 에일 맥주 ‘퀸즈에일’, 천연 아로마 향이 나오는 LG전자의 2014년형 휘센 에어컨이 대표적이다. 또 낙후되고 촌스럽던 골목길이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는 ‘골목길의 부상’,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 베이비붐 세대(1950년대 후반~1960년대 초반 출생) 할머니 ‘어번그래니(urban-granny)’들의 등장도 주요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렌디한 것을 따르지 않지만 트렌드가 되는 ‘놈코어(Normcore)’ 현상도 주목받고 있다. 검은색 터들넥셔츠에 물 빠진 청바지를 고수했던 스티브 잡스의 패션처럼 가장 평범하고 단순한 것이 멋이 되는 놈코어 스타일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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