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여성의 ‘새 얼굴’ 에마 왓슨부터 쿠르드 여성 민병대원들까지
양성평등 인식 제고·캠퍼스 성폭력 사회문제화 등 성과

2014년은 국내외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끊이지 않은 힘든 한 해였다. 아프리카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로 수천 명이 사망했고 아프가니스탄 산사태, 중국 원난성 지진 등 자연재해도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미국 퍼거슨시에서는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흑인 소년의 사건으로 인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으며 패스트푸드와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외치며 거리로 모여들었다.

여성인권에 대한 유린도 여전했다. 인도에서는 15세, 14세의 사촌 자매가 성폭행 당한 후 숨진 채 나무에 매달려 발견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고 나이지리아에서는 수백 명의 여학생들이 테러단체 보코하람에 납치됐다. 미국에서는 캠퍼스 성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여성인권 신장을 위해 앞장선 여성들의 노력도 빛났다. 올 한 해 여성인권의 대변인으로 떠오른 2014년 페미니스트 아이콘 7인을 소개한다.

 

유엔 여성의 히포쉬(HeForShe) 캠페인 론칭 행사에서 연설 중인 엠마 왓슨.

유엔 여성
유엔 여성의 '히포쉬'(HeForShe) 캠페인 론칭 행사에서 연설 중인 엠마 왓슨. 유엔 여성 ⓒ유엔 여성
에마 왓슨

여성인권 신장 앞장서는 유엔의 ‘새 얼굴’

배우 에마 왓슨은 올해 ‘해리 포터’ 시리즈의 ‘헤르미온느’라는 꼬리표를 떼고 여성인권의 대변자가 됐다. 니콜 키드먼의 뒤를 이어 유엔여성(UN Women) 친선대사라는 역할을 맡게 된 그는 유엔의 여권 신장 캠페인 ‘히포쉬’(HeForShe) 론칭 행사에서 한 연설로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그는 “페미니즘이 ‘남성에 대한 증오’로 여겨지는 현 상황을 바꿔야 한다”면서 “페미니즘은 남녀의 동등한 권리, 그리고 정치적·경제적·사회적 평등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즈여성재단(Ms. Foundation for Women)이 실시한 ‘페미니스트 설레브러티(유명인)’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고 타임이 선정한 ‘여성들의 성과 톱10’(Top 10 Moments for Women)에도 포함됐다.

 

비욘세의 2014 비디오 뮤직 어워즈 공연 모습.

mtv.com 영상캡쳐 ⓒmtv.com 영상캡쳐
비욘세의 2014 비디오 뮤직 어워즈 공연 모습. mtv.com 영상캡쳐 ⓒmtv.com 영상캡쳐
비욘세

페미니스트 팝 컬처의 선봉에 서다

지난 8월 비욘세가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에서 ‘페미니스트’(FEMINIST)라는 글씨와 함께 등장하던 모습은 2014년 한 해 여성 팝 음악계의 기념비적인 순간으로 기억된다. 그동안 페미니스트 진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팝 스타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올해 발표한 정규 5집 앨범 ‘비욘세’로 ‘페미니스트로서 커밍아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앨범에서 그는 외모지상주의에 물든 세태를 고발하는가 하면 나이지리아 출신의 페미니스트 작가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와의 협업으로 이 사회가 강요하는 ‘여성적 가치’를 비판했다. 또한 타임이 선정한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 1위에 선정되며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2014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수락 연설 중인 말랄라 유사프자이.
Nobelprize.org ⓒNobelprize.org
2014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수락 연설 중인 말랄라 유사프자이. Nobelprize.org ⓒNobelprize.org
말랄라 유사프자이

최연소 노벨상 수상

최근 연말 결산 때마다 등장했던 파키스탄 소녀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올해 또 한 번의 기적을 이뤄냈다. 올해 17세가 된 말랄라는 지난 10월 인도의 아동인권 운동가 카일라쉬 사티아티와 함께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역대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라는 기록도 수립했다. 2012년 탈레반의 총격으로 사경을 헤매다 극적으로 살아난 말랄라는 파키스탄 여성인권의 현실을 알리는 데 기여했으며 여성 교육권을 위해 계속 싸우고 있다. 타임 선정 ‘여성들의 성과 톱10’에서 1위, CNN이 선정한 ‘2014년 올해의 여성’ 1위를 차지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supremecourthistory.org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supremecourthistory.org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는 최고령 대법관

성차별 철폐 법률 투쟁으로 유명한 미국의 현직 최고령 대법관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올해 수차례의 판결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강하게 표출했다. 고용주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낙태·피임에 대한 보험료 지급을 거부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하비로비 소송’이 결국 하비로비사의 승리로 끝나자 소수 의견문에서 “대법원이 위험천만하게 지뢰지대에 발을 들여놓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한 로스쿨 강연에서는 “여성과 동성애자는 모두 사회적 소수자로 분류되지만 미국 대법원 판결이 동성애자에 더 우호적”이라고 비판해 논란을 일으켰다.

캠퍼스 성폭행 제보자들

캠퍼스 성폭력 방지법안 이뤄내

지난 11월 잡지 롤링스톤은 미국의 명문 버지니아주립대(UVA) 남학생 사교클럽 파티에 초대된 후 7명의 남학생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재키’(익명)의 사건을 보도했다. 컬럼비아대 학생인 에마 설코위츠는 같은 학교 남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매트리스를 들고 등교하는 ‘매트리스 시위’를 벌였다.

캠퍼스 성폭력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당국도 움직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캠퍼스 성폭력 근절을 위한 캠페인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It's On Us)을 시작했고 캘리포니아주는 ‘예스 민즈 예스’(Yes Means Yes)라고 불리는 캠퍼스 성폭력 방지법안을 미국 최초로 발효시켰다.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백이 지금 미국 대학가를 변화시키고 있다.

 

트위터 #yesallwomen 해시태그로 등록된 최근 트윗 중 일부.

twitter.com/hashtag/yesallwomen
트위터 #yesallwomen 해시태그로 등록된 최근 트윗 중 일부. twitter.com/hashtag/yesallwomen
#YesAllWomen 트위터리안들

일상의 성폭력 사회적 토론으로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가에서 엘리엇 로저라는 청년이 총기를 난사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엘리엇 로저가 여성들이 자신에게 애정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극심한 ‘여성 혐오증’을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예스올위민’(#YesAllWomen)이란 해시태그 아래 여성들이 겪은 성폭행과 성추행 경험, 여성혐오에 대한 남녀의 생각 등에 관한 토론이 벌어졌다. 트위터에서만 첫날 120만 건 이상의 트윗을 기록했던 ‘예스올위민’ 캠페인은 페이스북 등 전체 SNS로 확대됐고 국경을 넘어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다.

쿠르드 여성 민병대원

IS의 폭력에 맞선 여성 전사들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는 올 한 해 중동을 피로 얼룩지게 했다. 이런 IS에 맞서 조국을 지키고자 투쟁 중인 시리아 쿠르드 민병대의 여성 민병대원들도 화제를 모았다. 특히 ‘리하나’라는 예명으로 알려진 28세의 여성 민병대원은 군복을 입고 총을 든 채 ‘브이’자를 그린 사진으로 시리아 IS 저항세력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한 조사에 따르면 시리아 남부에서 활동 중인 쿠르드 민병대의 35%가 여성이며 민병대 전체를 지휘하는 지도자가 40대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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