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되고 뚫리고 가라앉고 추락한 한 해

 

2014 매월 안전사고 ⓒ여성신문
2014 매월 안전사고 ⓒ여성신문

2014년 유난히 안전을 위협한 대형 사건·사고들이 많았다. 하늘, 바다, 땅 모든 곳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붕괴, 침몰, 추락 등 물리적 사고부터 뻥 뚫린 사회 안전망, 학교·군대에서 버젓이 발생한 성폭력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안전하지 않은지 나타냈다. 눈물만 흘리기엔 자주, 빈번하게 발생한 안전사고를 월별로 정리했다.

설날이었던 1월 31일 여수에선 부두 접안을 시도하던 우이산호가 GS칼텍스 소유의 송유관 3개에 충돌해 원유·납사·유성혼합물 등이 바다로 대거 유출됐다. 감사원은 해양수산부가 해양오염 사고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 초기 기름 유출량을 축소·은폐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사고 후 발언으로 정부의 안전 불감증 논란을 키웠고 경질됐다.

2월 17일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지붕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으로 참가한 부산외국어대 학생 등 10명이 사망, 1명 중상, 123명이 경상을 입었다. 26일엔 송파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죄송하다’란 유서와 밀린 월세를 남겨놓고 자살한 일이 발생해 복지 사각지대를 그대로 드러냈다.

3월 20일 육군 오모 대위에게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강요한 직속 상관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이 나왔다. 모든 혐의가 유죄였지만 초범이란 이유였다. 여군 1만 명 시대라지만 여군들에게 군대는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

4월 16일 476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해 295명이 사망한 참사가 발생했다. 10대 어린 학생들이 200명 넘게 희생돼 전 국민이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참사 후 정부가 구조 매뉴얼대로 구조를 실시했는지 여부 등은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5월 26일 경기도 고양종합터미널 지하에서 용접 작업 중 불꽃이 튀어 화재가 발생해 8명이 숨지고 61명이 다쳤다. 특히 지난 2012년부터 이 터미널 건물은 건축·소방 합동 점검을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달 전남 장성 요양병원에선 화재가 발생해 2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6월 29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 도로에서 ‘싱크홀(sink hole)’이 발견돼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하 6층, 지상 123층 제2롯데월드 건설 공사 여파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공사장에서도 지난해 6월 타워 구조물이 붕괴돼 인부 1명이 사망, 6명이 다쳤으며, 4월에는 옥상에서 배관 공사를 하던 인부 1명이 폭발로 숨졌다.

 

지난달 서울광장에서 열린 안전 대한민국 범국민 운동행사. 대형 플래카드엔 안전 대한민국 Go!Go! 범국민 운동이라고 적혀있다.
지난달 서울광장에서 열린 '안전 대한민국 범국민 운동'행사. 대형 플래카드엔 '안전 대한민국 Go!Go! 범국민 운동'이라고 적혀있다. ⓒ뉴시스·여성신문

7월 17일 세월호 참사 사고해역에서 수색을 지원한 뒤 돌아가던 소방헬기가 추락해 탑승자 5명이 전원 사망했다. 사고 헬기는 강원도 소방본부 제1항공대 소속으로 2001년 유로콥터에서 생산돼 국내 도입된 것으로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다.

8월 3일엔 태풍 나크라가 북상, 청도 계곡에서 승용차가 급류에 휩쓸려 일가족 등 7명이 숨졌다. 사고 지역은 폭우가 발생하면 다리 하나를 건널 수 없을 정도로 물이 불어 피서객 수백 명이 고립되던 곳이다.

9월 26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20대 여성이 자살했다. 남긴 유서엔 기업 대표들의 빈번한 성추행을 참아왔고 구두로 약속한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적혀 있었다. 올해도 젊은 비정규직 여성들의 근무 환경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10월 17일 성남 판교에서 환풍구가 붕괴돼 27명이 추락하고 이 중 16명이 사망, 5명 중상을 입었다. 환풍구 위에 올라 야외 공연을 보던 시민들이 환풍구 덮개가 붕괴되면서 20여m 아래로 추락했다. 이밖에 10월 22일에는 가수 신해철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의료사고 의혹이 일기도 했다. 또 12월엔 여대생 정모씨가 안면윤곽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3시간 만에 숨지는 등 성형수술 사고도 빈번했다.

11월 15일 전남 담양 대덕면 한 펜션에서 화재가 발생해 패러글라이딩 동아리 소속 대학생 등 4명이 숨졌다. 천장 억새에 불이 올라 붙어 순식간에 일을 당했으며, 건물이 화재에 대비하지 않은 무허가 건물이었다는 점이 지적됐다.

12월 1일 명태잡이 원양어선 오룡호가 서베링해에서 침몰해 60명 선원 중 대부분을 구조하지 못했다. 12월 23일 기준 7명만 구조, 한국인 6명 등 27명의 사망을 확인했으며 나머지는 아직 생사를 모르고 있다.

12월 22일 서울대 수리과학부 강석진 교수가 6년간 제자 9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서울대 개교 이래 현직 교수가 성추행 혐의로 구속기소된 것은 처음으로 강 교수는 지난 2008년부터 올 7월 세계수학자대회 일을 도왔던 인턴 여학생과 제자 등 9명을 11회에 걸쳐 강제 추행했다. 권력관계에서 여성들은 올 한 해도 ‘을 중의 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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