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 선거, 역시 남성들의 정치판
일본 중의원 선거, 역시 남성들의 정치판
  •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4.12.19 09:59
  • 수정 2018-01-05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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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승리했지만 국민은 외면
사상 최저 투표율
극우 이시하라 후퇴와 공산당 약진했으나 여성 9.5% 불과

 

지난 15일 선거 결과에 대해 기자회견 중인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의 모습. 
출처 : 자민당 웹사이트 기자회견 동영상 화면 캡쳐.
지난 15일 선거 결과에 대해 기자회견 중인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의 모습. 출처 : 자민당 웹사이트 기자회견 동영상 화면 캡쳐.

지난 14일 개표가 완료된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공명의 연립여당이 전체 475석 중 3분의 2(317석)가 넘는 326석을 획득하며 크게 승리했다. 단독으로 291석을 확보한 자민당은 과반 의석인 238석은 물론 중의원 내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을 확보할 수 있는 266석을 넘어섰다. 아베 신조 총리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 결과로 국민의 신임을 확인했다며 “자신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헌법 개정에 대해서도 국민적 이해와 지지를 확산시키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수치상으로는 자민당의 대승이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은 듯 보인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던 지난 중의원 선거(59.32%)보다 낮은 사상 최저의 투표율(52.66%)은 현재 일본 대다수 국민의 외면을 상징한다.

‘3분의 2 획득’에 가려진 득표 현황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극우세력의 후퇴가 감지된다. 자민당은 의석수가 4석 감소했고 유신회에서 분당된 이시하라 신타로의 극우 정당 차세대 당은 20석에서 2석으로 크게 감소하며 국민의 외면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지역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는 오키나와현에서는 의석 모두를 야당에 내주고 말았다. 민주당은 가이에다 반리 대표 등 지도부 전원이 낙선하는 충격 속에서도 의석수를 62석에서 73석으로 늘렸다.

원전 재가동과 집단 자위권 행사 등 아베 총리의 주요 정책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 온 공산당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공산당은 8석에서 21석으로 의석수가 3배 가까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1996년 이후 18년 만에 소선거구(지역구)에서 의석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아베 정권은 소비세율 인상과 경기 불안, 정치자금, 원전 재가동, 집단 자위권 행사 등의 문제로 인해 나라 안팎에서 줄곧 비판을 받았고 아베 총리는 결국 소비세율 추가 인상을 연기함과 동시에 국회를 해산한다는 초강수를 감행했다. 하지만 국민 절반의 지지도 얻지 못한 이번 결과를 두고 ‘과연 무엇 때문에?’라는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아베 내각에서 불명예 퇴진 후 이번 선거로 부활한 오부치 유코(왼쪽)와 마쓰시마 미도리.
출처 : 자민당 웹사이트
아베 내각에서 불명예 퇴진 후 이번 선거로 부활한 오부치 유코(왼쪽)와 마쓰시마 미도리. 출처 : 자민당 웹사이트
한편 일본 정치계의 ‘남성들만의 리그’는 여전했다. 전체 475석 중 여성 의원은 45석을 차지하며 9.5%를 기록했다. 지난 선거의 38석(7.9%)보다 증가한 수치지만 여전히 10%를 넘기지 못했다. 각 정당은 선거를 앞두고 여성 중용을 중점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이를 제대로 지킨 정당은 없었다. 선거에 나선 1100명의 후보 중 여성은 198명에 불과했다.

아베 총리의 ‘우머노믹스’에도 불구하고 자민당은 291석 중 여성 의원의 숫자가 24명에 그쳐, 전체 여성 비율에도 못 미치는 8.6%를 기록했다. 여성 의원 비율이 가장 높은 정당은 21석 중 6석을 차지한 공산당으로 28.5%를 기록했다.

당선자 중에는 정치자금 파동으로 지난 10월 아베 내각에서 물러났던 오부치 유코 전 경제산업상과 마쓰시마 미도리 전 법무상도 포함됐다. 두 사람은 지난 9월 ‘여성 중용’을 내세운 아베 총리 개각의 중심 인물이었지만 취임 1달 만에 불명예 퇴진한 후 이번 선거를 통해 부활하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 정치의 성 격차는 해외 언론으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일본 선거에서 여성 이슈는 실종되고 말았다”고 비난했고 영국 일간 가디언도 “성 격차를 줄이겠다던 아베 총리의 선언은 잊혀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도 “‘우머노믹스’에도 불구하고 일본 의회는 여전히 ‘남성들의 세계’”라며 “이번 선거에서 여성들을 위한 ‘굿 뉴스’는 여성 의원의 비율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배드 뉴스’는 여전히 91%가 남성이라는 점이다”라고 비꼬았다.

남성들의 ‘아저씨 정치’에 항의하며 2012년에 생긴 페이스북 그룹 ‘전(全)일본아줌마당’의 다니구치 마유미 오사카국제대학교 교수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자라면 아무나 좋은가’라는 말도 있지만, 지금의 국회는 ‘남자라면 누구라도 좋다’라고 할 만한 상황이다. 여성 90%, 남성 10%의 국회에서 남성이 빛나는 사회라는 말을 듣는다면 어떨지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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