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이차이 UN ESCAP 양성평등 및 여성 역량강화 부장
개발원조 계획 단계부터 양성평등 관점 필요
“지속가능한 발전이 원조하는 목적”

 

UN ESCAP(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 유엔 에스캅) 차이차이 양성평등 및 여성 역량강화 부장은 17일 여성신문과 만나 개발 원조를 계획하는 단계에서 양성평등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UN ESCAP(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 유엔 에스캅) 차이차이 양성평등 및 여성 역량강화 부장은 17일 여성신문과 만나 개발 원조를 계획하는 단계에서 양성평등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도시 개발 시 지역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고 설계했기에 사람은 다닐 것 같지 않은 텅 빈 길거리에 가로등이나 공단 내 버스정류장을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17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차이차이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 ESCAP·이하 유엔 에스캅) 양성평등 및 여성의 역량강화 부장에게 ‘개발원조에 양성평등 관점이 왜 중요하냐’고 묻자 이같이 말했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에 굳이 가로등과 버스정류장을 설치할 필요가 있냐고 누군가 말했지만 가로등과 버스정류장이 생긴 뒤 도시는 더 안전해졌고 생기가 넘쳤다. 그는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들에게도 더 나은 도시가 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차이차이 부장이 속한 유엔 에스캅은 유엔 사무국 중 하나로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 문제를 다룬다. 62개국을 회원국으로 뒀으며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될 연구조사와 모니터링을 실시해 정책 방향을 제안한다. 특히 에스캅의 양성평등 부서는 유엔여성(UN Women)과 여성 관련 펀딩이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장관급 회의를 통해 각국 정부에 더 강한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개발원조에 있어 도시 인프라를 조성할 때 젠더 관점이 필요한 이유는 같은 원조라도 장기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려는 것이 개발 원조를 하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살고 있는 많은 농촌 지역 여성들이 직접 농사를 짓고 아이를 키우면서 건강 위협은 물론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여성이 경제활동에 독립적이지 않은 환경은 남녀 역할을 고착화해 경제발전에도 한계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그런 점에서 정보통신기술(ICT) 프로젝트의 경우 젠더 관점이 빠져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 거주 시민들을 대상으로 ICT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면서 컴퓨터를 보급했지만 여성들보다는 대부분 남성들만 대상으로 서비스가 활용됐다”며 “프로젝트에 있어 남녀에게 동등한 기회가 돌아가지 못했고 디지털 갭을 줄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물론 20년 전 중국 베이징에 전 세계 여성들이 모여 ‘베이징행동강령’을 만든 때보다 여성들의 수명은 연장됐고, 건강 증대, 임신과 출산 관련 사망률도 줄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는 여성의 경제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특히 세계경제의 엔진이 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성들의 경제참여 확대가 발전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이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개발 원조시 여성들의 경제참여에 중점을 두었으면 한다”며 “지금까지 한국의 원조 프로그램은 건강이나 교육 증대 쪽에 중점을 뒀다. 이제는 여성의 경제참여에 중점을 둬야 한다. 여성이 경제활동이 생기면 폭력 등에 자립할 자신감이 생기고 결국 사회 전체의 발전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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