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폭력 철폐가 개발을 위해서도 필요”
조혼, 남아선호사상 등이 개발 늦춰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6일 개최한 정책포럼에서 내년 여성계가 베이징행동강령을 정한지 20년을 맞아 개발원조 Post2015 체제에 양성평등을 목표로 정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6일 개최한 정책포럼에서 내년 여성계가 베이징행동강령을 정한지 20년을 맞아 개발원조 'Post2015' 체제에 양성평등을 목표로 정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개발도상국 개발원조도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이뤄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16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원장 이명선)에서 개최한 '베이징+20과 Post2015 체제에서의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기회와 과제'란 여성정책포럼에서다. 특히 OECD와 UN Women, UN ESCAP, APWLD의 양성평등 및 여성권리 강화 담당자들이 참석해 2015년을 양성평등의 새로운 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2015년이면 20년째를 맞이한 베이징행동강령을 되돌아보고 향후 여성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베이징+20'과, UN을 중심으로 내년 개발원조 목표를 새롭게 정하는 'Post2015'를 맞이해 어젠다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특히 개발원조의 기존 목표였던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경제발전 중심의 개발 패러다임을 벗는 데는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양성평등, 인권, 기후변화, 불평등, 평화와 안보 같은 목표는 제시돼 있지 않아 제한적이란 비판도 받았다.

세계 여성계는 이에 UN이 내년 9월에 발표할 'Post2015' 체제에는 양성평등 조항을 넣고, 무엇보다 여성에 대한 각종 폭력을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덧붙여 정부간 협상을 통해 UN 총회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각 국가가 얼마나 양성평등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에밀리 에스플렌 OECD 개발협력국 양성평등 및 여성권리 정책선임분석관은 기조발제를 통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발 분야에선 여성에 대한 폭력 부분이 중시되지 않았다"며 "법이 있어도 실천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추상적인 법적 권리를 여성의 일상적인 안전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OECD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1년~2012년 경제 분야에서 양성평등 관점으로 원조가 이뤄진 경우는 2%뿐이다. 그는 이 수치를 들면서 "경제 분야에서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것이야 말로 'Post2015'의 핵심 어젠다가 되야한다"며 "여성이 양질의 일자리, 경제적 재원에 접근하는 것이야 말로 성인지적 경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기조발제자인 안나 카린 얏포스 UN Women 아태지역사무소 여성에 대한 폭력 철폐 프로그램 담당관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다루는 것이 반드시 평등과 평화, 개발을 위해 필요하다"며 "인권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다른 인권과도 연결돼 있고 폭력은 성차별의 원인이자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중 한 지역은 20~24세 여성의 26%가 18세 전에 결혼했다는 수치를 들며 개발도상국에서 빈번한 조혼, 남아선호사상 등이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찍 결혼을 하면 학교에 다니지 못해 노동시장에 필요한 직능을 배울 수 없고 자존감이나 정보에 대한 접근, 스스로 가정을 빈곤에서 탈출시키기 위한 스킬을 취득하지 못한다"며 "어린 신부들은 늦게 결혼한 사람들보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에서야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속한 우리나라는 개발원조에서의 양성평등에 대해선 관심이 없어보인다. 김은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팀장은 "한국이 사회 인프라 측면 개발원조에서 젠더 이슈가 담긴 포션이 많지 않다"며 "민주적인 참여나 시민사회 부분에 대한 원조는 아예 터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한국이 공여국이 된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했는지가 또 다른 15년, 20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명실 공히 한국이 공여국으로 아시아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선 좀 더 많이 젠더 부분에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기조연설 후 신혜수 한국유엔인권정책센터 대표가 진행, 차이차이 UN ESCAP(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 양성평등 및 여성의 역량강화부장과 APWLD(여성·법·개발 관련 아시아·태평양 포럼) 프로그램 담당관인 테사 칸 변호사가 구체적인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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