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권, 경제민주주의 논의는 좋은 징조
민주주의 실천할 최적의 장소는 시장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학 교수가 한국 정치인들을 향해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다. 샌델 교수가 12월 4일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의 초대로 국회를 방문해 강연하고 있다.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학 교수가 한국 정치인들을 향해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다. 샌델 교수가 12월 4일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의 초대로 국회를 방문해 강연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마이클 샌델(61) 하버드대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정치철학을 공부하면서 학자의 길을 선택했지만 백악관에 파견돼 닉슨 대통령의 탄핵안 기사를 쓰면서 현실 정치에 어느 정도 다가가는 꿈을 이뤘다고. 그런 그가 12월 4일 6번째 한국 방문에서 국회를 선택했다. 한국 정치인들에게 직접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다.

샌델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의 제목을 가장 많이 고민해야 할 사람들이 모인 곳인 만큼 국회의원들의 관심이 높았다.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한 이번 강연은 여러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정의(Justice)’란 말은 정치권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 중 하나다.

학문적으로 그가 말하는 정의는 존 롤스의 ‘정의론’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한다. 27세 최연소 하버드대 교수였던 그는 이 주제 논문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롤스식 자유주의가 현대 미국 사회의 여러 상충된 부분을 제대로 아우르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국가가 중립성을 강조하며 자유주의를 내세웠지만 결국 공동체에 속한 시민들의 삶이 더 나아졌는가 따진다. 

그 역시 해답을 제시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공공담론화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성숙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함께 좋은 삶의 의미를 고민하고 이견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문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들의 자세가 획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치권을 향해선 칭찬부터 했다. 대선 때 여야 모두 거론한 ‘경제민주화’ 담론 때문이다. 샌델 교수는 “대선에서 양당이 모두 경제민주화로 경제적 형평성과 평등에 대해 논의한 것은 좋은 징조”라며 “유럽은 경제민주주의를 논하면 좌파라고 하는데 한국은 여야 모두 경제민주주의를 논의한 것 자체가 상징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논의는 민주주의의 심화 과정이란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대기업과 민주주의 사이의 불균형은 일반 시민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공공담론화해야 한다”며 “반독점, 공정거래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중요하고 일반 시민들의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한 정치인들은 현실 정치에 근거해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경제문제를 정치권력이 해결하는 데 시민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 점이 지적되자, 샌델 교수는 “일반 시민은 소비자만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시민,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기를 원하는 시민, 빈부 격차와 평등을 고민하는 시민, 사회 통합을 고민하는 시민들”이라며 다양한 목소리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2년 후 총선에 대한 걱정으로 ‘여러 목표를 한꺼번에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에 “유권자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봐 달라”고 말했고, ‘효율성을 위해 공평성을 희생해야 할 상황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전 세계가 시장경제에서 ‘시장사회’로 옮겨가고 있는 시점이다. 그는 시장사회는 모든 것을 돈으로 환원하는 사회라며 “전 세계 민주주의 사회가 직면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경제성장 외 다른 것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골든 타임’이라며 희생을 강조하고, 경제 도약을 약속한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로 들렸다.

“GDP가 과연 전부인가요? 어느 정도 성장을 이뤘으니 다른 것을 고민해야 할 때는 아닌가요? 가족의 가치, 이웃, 공동체의 가치는 돈으로 살 수 없지 않습니까?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기회, 존엄성을 갖고 살 수 있는 삶의 수준에 대해 고민할 때입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