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수/한국여성의전화연합 회장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이 이제 중반기에 접어들고 있다. 정치개혁을 열

망해 온 유권자들의 열렬한 지지와 성원속에 낙천운동은 날개를 달고 있다. 위기

를 느낀 정치권은 ‘음모론’과 ‘연계론’, ‘유착설’ 등으로 시민단체 흠집내

기를 시도하고 시민단체와 시민들을 이간 시키려고 하였지만, 이는 오히려 우리

로 하여금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할 뿐이다.

앞으로 4월 13일 총선까지의 기간 동안 여성들은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

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정치개혁을 이루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

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째로 이 운동이 여성의 정치의식을 높이는 데 대

단히 중요한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이야기하는 데 있

어서 가장 기본은 여성유권자의 의식이다. 그동안 여성유권자에 대해서는 정치의

식이 미약하다는 비판과 함께 ‘여성은 남편따라 투표한다’거나 ‘여성이 여성

을 안 찍는다’는 등의 지적을 받아 왔다. 여성들이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 나라 정치의 문제점과 국회의원 후보의 전력 등에

관해 상세히 아는 것이 필수적이다. 총선 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은 정치권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정치의식을 고양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둘째, 여성들이 이 운동에 적극 참여할 때 비로소 정치권과 일반 국민들이 여성

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인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

은 당연히 유권자들의 표의 향방이다. 여성들이 정치적으로 침묵하고 표로써 의

사를 표현하지 않는 한 여성들의 요구는 묵살된다. 양성평등사회를 이룩하기 위

해서는 여성들이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을 실제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표

로써 힘을 보여주지 못하는 요구는 정치권의 시혜에만 의존할 뿐이다.

셋째, 여성들이 낙천·낙선운동에 열심히 참여할 때 여성의 정치진출도 앞당겨

질 수 있다. 그 동안 여성계에서 지속적으로 30% 할당제를 주장하여왔고, 이번의

선거법 개정에서 정당법에 여성 30% 할당을 명시하였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여성의 자리는 가정이고 정치는 여성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 핀란드의 여성대통령 당선, 일본 오사카에서의 여성도지사 선출 등 외국의

사례들을 접하면서 ‘아 우리의 정치계는 여성들에게 폐쇄적이구나’하고 깨닫지

만, 한국의 전통적인 성별분업의 관행과 고질적인 정치풍토 속에서 여성이 정치

계에 진출할 가능성은 정말 비좁다. 낙천·낙선운동을 통해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의 개정 등 정치개혁을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여성의 정치진출에 보다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첩경이다.

유권자의 힘으로 정치개혁을 이루어내려는 이번의 총선시민연대의 운동에 여성

들이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남성 유권자들로만 이루어지는 ‘반쪽의

유권자혁명’이 아닌 ‘진정한 유권자혁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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