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보기 쉬운 장소에 설치, 목적 뚜렷해야
범죄 예방과 인권침해 논란
“대부분 문제는 내부자 남용으로 발생”
개인 사생활 보호 위한 최소한 조치 필요

 

너무 흔해진 폐쇄회로(CC)TV,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사생활 피해, 개인정보 남용 등 독이 될 수 있다. 서울 정동길에 설치된 CCTV 아래 여고생이 걸어가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너무 흔해진 폐쇄회로(CC)TV,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사생활 피해, 개인정보 남용 등 독이 될 수 있다. 서울 정동길에 설치된 CCTV 아래 여고생이 걸어가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잘 쓰면 약, 잘못 쓰면 독이 되는 것들이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폐쇄회로(CC) TV가 대표적이다. 어두운 골목길로 귀가하는 여성들이나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낸 엄마들은 CCTV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느 정도 안심한다. 하지만 최근 CCTV의 오·남용으로 인한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국에 설치된 400만 대 CCTV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CCTV가 범죄 예방이나 사건 수사에 훌륭한 조력자인 것은 분명하다. 최근 경기도 부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교사에게 폭행을 당했을 때도 진위 여부를 가린 건 CCTV였다. 실제 경남 창원시에선 CCTV통합관제센터가 창원시 내 CCTV 2856대를 모니터링하면서 하루 평균 10.18건의 범죄를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CCTV 관리가 허술하다는 점이다. 한 러시아 해커가 전 세계 개인용 CCTV 7만3000여 대를 해킹해 놀라게 한 일도 있다. 초기 설치한 CCTV 비밀번호를 전혀 손대지 않아 해킹은 너무 손쉽게 이뤄졌다. 이 중 한국 CCTV 6500개도 포함됐다. 이들 영상에선 미용실에서 머리를 파마하는 모습, 장을 보는 여성, 어린이집 아이들까지 불필요한 개인 정보들이 담겨 있어 CCTV를 통한 인권침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이 설치한 CCTV가 개인 사생활을 감시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경찰은 새로 구축한 수배 차량 검색 시스템으로 차량 번호만 있으면 실시간 이동 경로를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심지어 철도노조 파업 때 협조공문 하나로 노조원 당사자는 물론 가족의 차량 이동 정보를 확인한 것으로 드러나 오·남용 문제가 제기됐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도 10월 말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며 “공권력이 국민의 사생활을 검열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일은 유신 때나 있었던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CCTV는 반드시 범죄예방, 시설안전, 화재예방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고 말한다. 은밀하게 설치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알아보기 쉬운 장소에 설치해야 하고, 영상 촬영 시 녹음 금지, 무단 유출이나 공개 금지, 영상 정보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방침 등을 수립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법적으로 CCTV를 통한 개인영상정보 보호를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1년 개인정보 보호 총괄법을 제정했고 사생활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고 있지만 오·남용을 막을 구체적인 관리 방법이 명시돼 있지 않은 상태다. 영국은 적용 범위와 설치 장소 고지를 의무 규정으로 하고 보존 기간도 구체적으로 정했고, 미국은 비디오감시방지법을 제정해 사적인 영역에 대한 의도적인 촬영을 규제하고 있으며, 독일은 개인이 화상 정보에 포함될 경우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CCTV 문제 발생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 외부 해킹 때문이 아니라 내부 인가자의 오용 때문이란 주장도 나왔다. 지난 11월 20일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CCTV, 감시자인가? 보호자인가?’ 토론회에서 류기일 개인영상정보보호포럼 사무국장은 “대다수 유출은 외부 해킹이 아닌 내부 인가자의 오용 때문”이라며 내부 통제 시스템을 다시 정의하고 역할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인가된 내부자의 행위기록(로그)을 남기도록 하고, 혹여 비인가 접속 열람 시 관리자에게 자동으로 통보가 가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또 영상의 임의 전송이나 유출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오·남용 패턴별 정보를 입력해 자동 경보 기능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지 않으면 중요한 범죄 사실을 밝힐 정보임에도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지난 8월 법정에 제출된 CCTV 영상이 복사 과정의 신뢰 문제로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사회 영상방범 체계가 구축되고 있는 큰 흐름을 피할 순 없지만 기본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는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막강한 권한을 가진 영상 운영자들의 부정 사용을 실질적인 통제수단이자 심리적 보안 시스템인 내부 통제 시스템의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