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일자리론 경력관리 안 돼
전환형 일자리 많이 도입해야
"70% 고용률 목표 달성 어려울 것"

 

정부가 고용률 70%를 목표로 시간선택제 일자리 로드맵을 발표한 지난해 한 채용 박람회에서 한 여성이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
정부가 고용률 70%를 목표로 시간선택제 일자리 로드맵을 발표한 지난해 한 채용 박람회에서 한 여성이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

정부가 70% 고용률 달성을 위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로드맵을 발표한 지 1년 반이 넘었다. 지난 10월 후속 대책을 논의할 때만 해도 여성 고용률이 늘었다며 “고용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최근 통계자료에선 어떤 정책 효과도 읽어내기 어렵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8월 기준 조사 결과를 보면 시간제 근로자의 전체 비중이 10년 사이 두 배로 늘었지만 정부가 말한 질 좋은 일자리인지, 여성들의 삶이 나아졌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간제 근로자 중 남성은 2.1%에서 3.9%로, 여성은 8.6%에서 13.2%로 늘었다. 여성이 훨씬 많이 늘어났다. 그렇다면 이들 여성은 정부가 정책 대상으로 삼은 경력단절 여성들일까. 연령별로 살펴보면 시간제 근로자 절반 정도가 60세 이상이거나 20대로 30~40대 여성의 시간제 일자리는 감소 추세였다. 정부가 일·가정 양립을 돕고 경력단절을 막는 여성 일자리로 시간제 일자리를 홍보했지만 정책 대상은 혜택을 거의 보지 못하거나 외면한 셈이다. 

시간제 일자리가 경력단절 여성들을 노동시장에 불러들이지 못한 건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정책 수혜자들의 외면은 일자리의 낮은 질 때문으로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들이 자신의 전공이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정부의 채용박람회에서 10대 기업은 올해 7월 기준 6500여 명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 대대적인 홍보에 비해 미미한 채용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상용직 시간제 근로자는 전체 시간제 근로자의 9.4%(18만1000명)에 불과했다. 10명 중 9명은 고용 기간 1년 미만의 단기 일자리로 일하고 있었다.

시간제 근로자 중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이들은 지난해 36.4%에서 올해 39.2%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시간당 임금은 전일제 대비 60.1%(7679원)에서 58.2%(7640원)로 떨어졌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서 2013~2014년 시간선택제 일자리 취업자 2961명 중 월 급여 100만원 이하는 1170명(39.5%)으로 40%에 가까웠다. 싸늘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다보니 한국 남녀 임금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2012년 기준) 중 임금격차가 37.5%로 전년도 조사와 같은 부동의 1위다. 한국 다음으로 일본 26.5%, 미국 19.1%, 캐나다 18.8% 순인데, 이들 국가는 그나마 남녀 임금격차를 줄이고 있었다. 근속 연수도 짧아 6개월 미만이 17.9%, 6~12개월 미만이 18.7%, 12~24개월이 42.6%로 나타났다. 대부분 무기계약 기준인 2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뒀다.

노동 전문가들은 정부가 당초 2017년까지 정규직과 동일한 질 좋은 시간제일자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변경해야 하다고 조언했다. 경력단절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불러오는 새로운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현재 일하는 워킹맘들이 경력단절 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란 이름처럼 선택할 권리를 근로자들에게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200만 명의 여성이 일·가정 양립이 어려워 일터를 떠나는 상황을 두고만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순희 한국노총 여성본부장은 “여성 노동자들은 시간제 일자리가 ‘선택’이 아니라고 말한다”며 “제도가 있어도 사용주가 좋은 일자리를 시간제로 만들지도 않고 시간제로 전환하기 위한 인사관리 시스템도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 시간제를 하겠다는 의지가 없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김 본부장은 “여성들 입장에서도 시간제 일자리로는 경력 관리가 안 된다. 인사노무 담당자들은 경력을 유지할 관리직으로 갈 사람이라면 절대적으로 시간제를 해서는 될 수 없다고 말한다”며 “인재 양성에서 절대적으로 시간제로는 관리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 정책연구본부장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 같은데 소극적”이라며 “고학력 중산층 여성들이 일하지 않고 있는데 이들이 시간선택제의 수혜자가 되려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많이 만들거나, 아니면 (전일제에서 시간제) 전환형 일자리를 많이 도입하는 게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체 고용률은 조금씩 오르긴 하겠지만 70% 고용률 목표를 (대통령 임기 내)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공분야에서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열어놔야 하고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신청 권한을 근로자들에게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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