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문화예술인’으로 뭉친 최고은, 김민경

 

(왼쪽부터) 최고은 싱어송라이터와 김민경 소닉아일랜즈 대표. 두 여성문화예술인은 “국경을 뛰어넘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전달해 나가자”는 비전을 갖고 일을 함께 해나가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왼쪽부터) 최고은 싱어송라이터와 김민경 소닉아일랜즈 대표. 두 여성문화예술인은 “국경을 뛰어넘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전달해 나가자”는 비전을 갖고 일을 함께 해나가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 여성 뮤지션으로는 최초로 세계 최대의 음악 페스티벌인 영국 ‘글래스턴베리’ 입성, 일본 후지TV 아시아 버서스(Asia Versus) 최종 우승,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 돌풍을 일으킨 싱어송라이터 최고은(31)의 이야기다. 11월 27일 정규 앨범 ‘I WAS, I AM, I WILL’을 발매한 최고은은 다시 한번 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민경 소닉아일랜즈 대표는 최고은씨의 노래가 좋아 앨범 제작과 공연 기획에 올 초부터 함께해왔다. 글래스턴베리에도 함께 갔다. 김 대표는 한국 문화예술 콘텐츠를 발굴하고 이를 해외에 소개하기 위해 전문 프로덕션 에이전시를 차렸고, 그동안 각종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 음악이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는 데 앞장서왔다. 이달에는 여성신문 ‘신나는 언니들’ 팟캐스트 멘토로 참여하기도 했다.

11월 26일 오후 최씨의 앨범 발매를 앞두고 ‘국경을 뛰어넘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전달해 나가자’는 비전을 갖고 만난 두 여성 문화예술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최고은 싱어송라이터와 김민경 소닉아일랜즈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왼쪽부터) 최고은 싱어송라이터와 김민경 소닉아일랜즈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본인 소개를 해달라.

김민경: “소닉아일랜즈는 한국 문화예술 콘텐츠의 유통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전문 프로덕션 및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다. 한국적인 문화예술 콘텐츠를 발굴하고 제작해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한 브랜딩, 컨설팅, PR & 마케팅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제교류 업무라고 보면 된다. 올해 들어서는 뮤지션 최고은씨의 앨범 제작과 공연을 함께 기획하는 일도 하고 있다.” 

최고은: “2010년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로 만든 첫 EP ‘36.5℃’로 데뷔해 자연스럽게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됐다. 지난 4년간 세 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처음엔 감정이 드러난 가사를 남들이 다 알아듣는 게 쑥스러워서 영어로 노래를 불렀는데, 이번 정규 앨범에는 한글 가사도 수록했다. 지난해에는 유럽 투어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독일의 음악기획사 송즈 앤드 위스퍼스에 초청받아 독일과 네덜란드, 벨기에를 오가며 23차례 공연했다.”

-일을 어떻게 하게 됐나.

김민경 : “서른 살에 영국 유학을 떠났다. 서른두 살에 페스티벌 행사를 기획하는 곳에서 일을 하게 됐다. 영국 엑세터페스티벌에 한국 타악 들소리라는 팀이 출연이 가능하겠느냐는 문의 이메일을 받으면서 인연이 되어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해외에 소개하는 일에 매력을 느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단발성으로만 아티스트를 알리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최고은: “판소리를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배웠다. 국악과에 들어가지 않고 다른 전공을 하게 됐다. 외국인 친구를 위해 만든 앨범이 해외에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음악에는 국가, 지역의 경계가 없는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싱어송라이터들이 한 프로그램에서 주목받으면 한순간에 스타를 만들어 놓는데, 프로그램이 끝나고 앨범을 내면 스타성이 사라진다. 오히려 재능을 빨리 소진시켜 버리고 제대로 음악성을 키우지 못하는 것 같다.”

 

김민경 소닉아일랜즈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민경 소닉아일랜즈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게 됐나.

김민경: “한국 음악의 해외 진출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쇼케이스에 고은씨가 선정돼 공연을 하게 됐는데, 그때 우연히 만나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서로 향하는 지점이 비슷해서 잘 맞춰가며 일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고은씨가 작곡을 세밀할 정도로 잘 써서 질리지 않는다. 보통 하루 평균 고은씨 음악만 4~5시간 이상 듣는다.”  

최고은: “(대표님과) 지향하고 있는 지점이 같고, 말이나 행동이 일관성이 있어서 참 좋다.” 

-세계 최대의 음악 페스티벌인 영국 ‘글래스턴베리’에 어떻게 나가게 됐나. 

김민경 : “고은씨의 공연을 본 글래스턴베리 관계자가 마음에 들어하셔서 연결이 됐다. 그분이 원하는 것이 잘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최고은: “페스티벌이 공식적으로 진행되는 3일 동안, 총 1000여 팀이 공연을 했다. 제가 속해 있던 실버헤이즈 존에서만 240여 팀이 공연을 가졌다. 공연을 마치고 무대 관계자들로부터 저와 함께 공연을 하게 돼서 진심으로 기뻤다며, 손에 꼽힐 만큼 멋있었다는 찬사를 받아 감사했다.” 

-왜 이 일을 하는가.

김민경: “항상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는 편이다. 페스티벌이 많이 생겨나고 일부 정착도 했지만 실제로 페스티벌 문화는 정착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우후죽순 생겨났다가 이듬해 사라지는 축제가 또 대부분이다. 나 스스로만 보아도 문화가 세대별로 단절된 느낌을 많이 받는다. 내가 듣고 자란 노래를 아래 세대는 전혀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문화예술이 소통하지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동시대와 소통하는 우리 문화를 해외에 소개함으로써 소통하고 싶어서 이 일을 하고 있다.

최고은: “음악이 ‘또 다른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기 언어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내 삶에 책임감을 느끼고 살아가고 싶은데, 그 삶이 선명하고 뿌리 깊으려면 나를 기록하는 장치가 있어야 했다. 그게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해외에서 일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김민경 : “이게 참 ‘양날의 칼’이라 생각되는데, 관계자분들이 ‘가장 한국적인 것을 가져오라’ 하면서 한국어 가사는 인정하지 않는다. 고은씨의 경우 한국적인 것과 이국적인 부분이 버무려져 좋게 보는 것 같다. 음악 관계자 분들 중 어느 한 명도 ‘힘들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동양 여자’이기 때문에 차별한다고 느낀 적도 없었다. 오히려 그게 더 장점이 됐던 것 같다. 지금은 국경 역시 중요하지 않은 때인 것 같다.”

최고은: “나 역시 공감한다.”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자신의 일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김민경: “하면 할수록 네트워킹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낀다. 사람을 대할 때 진심을 담아 홍보를 한다. 또 ‘저 사람이 찾고 있는 게 뭘까’라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한다. 사과를 사고 싶은 사람한테 배를 들이밀면 안 되니까….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에게도 원하는 것을 추진할 수 있는 안목과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제교류나 해외 비즈니스에 언어는 중요한 것 같다. 늦게 배워도 할 수 있다. 나 역시 20대 후반에 영어를 배웠다. 유학을 가기 전 영국문화원에서 영어를 배웠는데 몇 개월 동안 새벽반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최고은: “직접 작사·작곡을 하는 편이라 주변의 사람들과 사물 등 모든 일상에 귀를 기울이며 사는 편이다. ‘일상을 가꾼다’고 표현해야 할까…. 화초를 키우는 것, 영화를 보는 것, 책을 읽는 것들이 해당한다. 내 일상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의 일상을 관찰하면서 내게 대입해보기도 한다. 이러한 공부를 멈추면 생각이 정형화될 것 같다.”  

-롤 모델이 있나. 

김민경: “어머니가 가장 큰 롤 모델이다. 학교 선생님으로 오랫동안 재직하셨던 어머니는 조급해 하지 않으셨고, 나를 기다려 주셨다.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으시고, 나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셨다.”

최고은: “사실은 특정한 롤 모델로 꼽을 뮤지션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만, 앨범에 그 사람의 생각이 담겨 있을 때, 오래도록 들어도 좋은 경우일 때 유심히 보게 된다.”

-앞으로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

김민경: “많은 작업을 하고 싶다. 아주 유명해져서 이런저런 이득을 찾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와 동반 성장하고 싶은 욕심과 목표가 있다. 최근에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된 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문화생활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영국에서는 어른들이 가는 페스티벌에 키즈존이 있어서 아이들이 그곳에서 캠핑을 즐기듯 논다. 훗날 그때 남은 추억과 기억들이 친구들과 연결 고리를 만들어가는 것이 되는 것 같다.”

최고은: “오래 음악을 하고 싶다. 하나를 시작하면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편이라 오히려 미래 계획은 잘 세우지 않는 편이다. 다른 무엇을 하기 위해 음악을 잘함이 아니라, 한눈 팔지 않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이 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김민경: “책을 많이 읽으셨으면 한다.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공연도, 전시도 많이 다녀야 하겠지만, 책을 통해 내면에 양식을 많이 줄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분명 이유를 불문하고 직감적으로 알고 반응하게 돼 있다. 질문을 스스로 많이 하는 것이 자신을 알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영감을 얻는 것에 오픈돼 있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최고은: “슬럼프가 올 때는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보라고 권하고 싶다. 직선의 길만 보지 않고 주변을 본다면, 앞으로의 방향을 그려가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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