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오경 서울시청 핸드볼 감독
좋은 선수가 좋은 지도자로
“운동선수도 여자의 삶 살길 바라”

 

2014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지도자상을 수상한 임오경(43) 서울시청 핸드볼 감독은 19일 여성신문과 만나 여전히 좋은 지도자가 되기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4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지도자상을 수상한 임오경(43) 서울시청 핸드볼 감독은 19일 여성신문과 만나 여전히 좋은 지도자가 되기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좋은 선수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적어도 임오경(43) 서울시청 여자 핸드볼 감독에겐 틀린 말이 아닌 듯싶다. 3번의 올림픽 출전, 20대 일본 진출과 8번의 우승,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실제 주인공, 2008년 여성 최초 한국 실업팀 감독이 되기까지 개인적 신화는 이미 쌓을 만큼 쌓았다. 이제 그는 한국 핸드볼의 좋은 지도자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11월 19일 서울 석촌동에서 2014년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에서 여성지도자상을 수상한 임 감독을 만났다. 지도자로서 임 감독은 이미 일본에서 검증받았다. 히로시마 이즈미(현 메이플레즈) 플레잉 감독 시절 수차례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서울시청 실업팀 감독을 맡은 지는 7년째다. 팀은 그동안 절치부심하다 올해 첫 정규리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국에서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잘하는 편이었어요. 나는 되는데 상대는 안 되는 게 보이면 속으로 좀 답답하게 느껴진 적도 있어요. 하지만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무리하게 요구하기보단 남들보다 더 노력하도록 만들려고 합니다.”

그는 지도자로서 선수들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믿는다고 했다. 그는 “과거는 무조건 스파르타였다. 하늘이 빨갛다면 그냥 빨간 줄 알고 했다”며 “연애도 제대로 못 해 보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20대 때 감독 하고 살면서 문득 한국에 잠깐 와 보니까 세상이 너무 변해 있더라”고 말했다. 그는 “시대가 변했는데 과거에만 머물 수는 없었다”고 했다.

일본에서 그는 팀원들의 자율성을 테스트했다. 당시만 해도 감독들이 ‘여자는 조금만 쉬면 몸이 무거워진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던 때였다. 그 말이 싫기도 했거니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운동선수로서 얼마든지 자기 관리를 하면 휴가가 긴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선수들에게 자유 시간을 주되 자기 관리를 강조했고, 개별 훈련 정도를 달리했다. 그 결과 선수들의 자율성, 자기 관리 능력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했다.

 

지난 6월 24일 열린 2013핸드볼코리아리그 서울시청 대 부산BISCO 전에서 임오경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지난 6월 24일 열린 2013핸드볼코리아리그 서울시청 대 부산BISCO 전에서 임오경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그가 자율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선수들이 좋은 선수이자 즐거운 청춘을 보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선크림은 꼭 발라라’ ‘외출할 때는 운동복 말고 사복 입어라’ ‘한 달에 책 한 권씩 읽어라’ ‘연애해라’ 등. 그는 “핸드볼과 상관없이 여자로서 삶도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수 감독’이란 소리를 들을 만큼 여성 감독이 꾸준히 활동하는 모습은 흔하지 않다. 그는 한국 실업팀 감독이 된 첫해를 떠올리며 “처음에는 사실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총 13~14명 정도 감독 중 여성은 유일했고 30대 나이는 다른 남성 감독들에 비해 까마득히 어렸다.

고의로 보이는 불리한 심판에 소속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볼 때는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내가 당하는 건 괜찮은데 선수들까지 아픈 것은 보기 힘들더라. 회의석상에서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왜 똑같은 상황에서 우리 쪽만 옐로·레드 카드를 받아야 하는지, ‘결국 여자라서 그런 거냐’고 말했다. 공정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엄격한 선후배 관계도 있었지만 듣고 있던 한 감독은 “야, 너 그렇게 말하지 마”라고 훈계했다. 그야말로 눈엣가시였다.

하지만 자신을 낯설게만 보던 시선들은 어느 정도 편안해졌다. 그는 “호랑이 굴 속에 못 들어가면 결국 차별받고 소외받을 게 뻔했다. 내가 오히려 편하게 대하고 다가가고 술도 같이 마시고 그랬더니 처음의 불편함은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감독 시절 자신의 28회 우승 기록을 국내에서는 아직 못 깼다. 하지만 올해 정규리그에서 우승했고 챔프전에선 2위를 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있다. 그는 “또 다른 가능성을 봤다”며 지도자로서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선수로서 코트 위를 누비던 때가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지만 지금은 선수들이 경기에서 이기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볼 때 또 다른 최고의 순간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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