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조달 방안 놓고 여야 ‘네 탓 공방’ 만
‘국민대타협위원회’ 구성해 제대로 논쟁해야

 

6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무상급식·무상보육 파탄 위기 해결과 교육재정 확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급식판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6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무상급식·무상보육 파탄 위기 해결과 교육재정 확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급식판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등 무상복지 재원 부담을 둘러싸고 다시 진통이 시작됐다. 무상복지 유지를 위한 증세냐, 복지 축소냐를 놓고 정부와 지방 간, 보수와 진보 간 공방이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 ‘복지 디폴트(지급 불능)’ 사태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제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요구가 들끓고 있다.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국민대타협위원회’를 구성해 치열한 논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벌어지는 ‘무상’ 논란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12년 총선, 대선을 거치면서 재원 조달 고민 없이 경쟁적으로 공약을 남발한 데서 비롯된다. 재정 마련 방안이나 국민의 담세 능력은 고려하지 않은 선거용 공약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이를 제대로 가려내지 못했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처럼 불과 3년 만에 무상복지 재원이 바닥을 드러냈다. 재정 문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덜컥 이뤄진 무상복지의 파국은 도입 당시부터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현재 무상복지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에서 진지한 성찰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우선 정부·여당은 누리과정이 무상급식보다 정책 우선순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대통령 공약 사항인 누리과정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법적 의무사항인 누리과정에 대한 지출을 먼저하고 (무상급식 등) 재량지출은 그 다음에 둬야 하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며 “행정부로서 법이 정한 대로 집행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반면 야당은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분리해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며 법인세 증세 등 부자감세를 철회해 둘 다 이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은 10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근본 문제는 재원 조달에 있지, 어느 하나 포기할 것이 아니다”라며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모두 포기가 어렵다면 재원 조달을 걱정할 수밖에 없고, 그 해법은 증세문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대타협위를 구성해 사회보장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단체와 보수단체들도 무상복지를 위한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정치권에 촉구했다.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등 50개 단체가 참여한 ‘교육재정 파탄 위기 극복과 교육재정 확대를 위한 국민운동본부’(교육재정국본)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이 보편적 복지로 정착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교육재정 확대, 부자감세 철회, 증세 등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를 즉각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6일 보수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도 “교육재정 파탄 위기에 직면한 지방교육 및 학교재정 위기에 대한 명확한 원인 진단과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시·도 교육청-교원 단체-학부모 단체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국민 대통합의 계기를 만들 것을 다시 한 번 제안한다”고 밝혔다. 교총이 제안한 사회적 협의체는 무상복지 전면 재검토를 위한 것으로 ‘교육재정국본’과 목적은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 조세 부담 등 국가적 현안을 논의하는 ‘국민대타협위원회’ 설치를 공약한 바 있다. ‘복지국가의 롤 모델’로 불리는 스웨덴의 경우, 중대한 사회정책일수록 오랜 기간 논쟁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금 개혁의 경우, 10년 여간의 논쟁을 거쳐 1998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치열한 논쟁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는 인식보다는 지속 가능한 개혁을 위한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비하면 우리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은 속전속결에 가깝다.  

지금은 무상복지의 우선순위를 따질 시점이 아니다. 정치권은 ‘네 탓 공방’만 할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이제부터라도 머리를 맞대고 무상복지를 위한 구체적인 증세 논의와 세입과 세출 분야의 구조조정 등 재정 혁신을 통해 복지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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