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만들 듯 결혼도 잘 만들 수 있다”
“옷을 만들 듯 결혼도 잘 만들 수 있다”
  • 엄수아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1.30 16:42
  • 수정 2018-01-30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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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 디자인은 가장 행복한 순간을 함께하는 일

 

황재복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는 31일 여성신문과 만나 결혼도 옷을 만들듯 좋은 원단을 고르고 정성과 열정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재복 디자이너 제공
황재복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는 31일 여성신문과 만나 결혼도 옷을 만들듯 좋은 원단을 고르고 정성과 열정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재복 디자이너 제공

호기심이 많고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영문학 학사, 디자인 석사, 예술철학 박사 과정을 공부한 황재복 디자이너의 이력만 보아도 그렇다. 학위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열정과 호기심을 따라간 경로였다. 웨딩드레스를 만드는 그녀가 결혼을 앞둔 딸 혹은 동생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역시 열정적이었다.

강남구 신사동 ‘황재복 웨딩 클래식’에서 황재복 디자이너를 만나 최근 발간한 ‘너의 결혼을 디자인하라(라이스메이커)’를 쓴 이유를 물었다. 그는 자신의 책을 “제가 딸에게 들려주듯, 세상의 딸들에게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결혼생활 30년을 넘긴 여성이자 엄마로서 들려주는 조언부터 결혼 준비, 좋은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팁(tip)’까지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예쁘세요, 신부님’ 믿지 말라”

무엇보다 웨딩드레스 선택을 앞둔 이들에겐 “흔들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스스로 남들 말만 듣다 웨딩드레스를 잘못 선택해 후회한 경우라고 했다. ‘어머 예쁘세요 신부님~’이란 말 때문에 자신이 꼭 피하고 싶었던 드레스를 골랐다는 것이다. 그는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며 “제 고객들은 황재복 스타일을 알고 입으러 온다. 자기의 정체성, 기본적으로 자기 사고를 믿고 흔들림 없이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자신이 제일 잘 안다는 말이었다.

황재복 디자이너의 고객들은 책에 쓰인 대로 대한민국 상위 1%, 유명인들이다. 세간엔 ‘한가인 웨딩드레스’로 유명하지만 그 외에도 정·재계 인사들의 자녀가 황재복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화려해 보이지 않으면서 고급스럽다는 평은 입소문을 타고 계속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웨딩드레스를 고급 브랜드화하는 데 성공했다. 처음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드레스를 만들었고, 자신만의 색깔을 드레스로 표현했다. 대학 시절부터 옷을 좋아해 스스로 만들어 입었다. 그때 사진을 보면 “친구들은 다 그 시절인데 저만 요즘 사람” 같다는 건 그의 웨딩드레스가 유행을 타지 않는 것과 같다.

웨딩드레스는 신부는 물론 신랑과도 잘 어울려야 한단다. 웨딩드레스 이외의 것까지 고민하다 보니 만든 드레스만큼 인연도 쌓였다. 그는 “웨딩드레스를 만드는 건 제가 누군가의 인생에 있어서 제일 행복한 순간을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해철씨 소식을 듣고 윤원희씨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고 신해철씨의 부인 윤원희씨도 황재복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암 투병 중에 올린 결혼식이라 더 애틋했던 부부의 모습이 눈에 선한 듯했다. 

그는 딸에겐 때로는 친구 같고 때로는 언니 같은 엄마다. 스스로 ‘철없는’ 엄마라는 그는 사실 철들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나이 먹는 것은 의식을 안 한다. 철이 안 든 거죠”라며 “사람이 나이 들수록 깊어져야 하지만 무거워지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사람도 옷도 원단이 제일 중요

그는 성공한 결혼은 이혼하지 않고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것이 가정주부라면 주부로서 프로다워질 것을 주문했다.

“남편이 벌어오는 돈은 내 돈이 아니라고요? 떳떳하게 받아야 떳떳하게 줍니다. 영화는 캐스트(배우의 역할)가 돋보이지만 영화가 캐스트만의 것인가요? 수많은 스태프들도 그 영화를 자신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남편의 성공은 내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둘 중 누군가 일할 상황이라면 그건 똑같은 거예요.”

 

너의 결혼을 디자인하라, 황재복, 라이스메이커
'너의 결혼을 디자인하라', 황재복, 라이스메이커 ⓒ황재복 디자이너 제공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결혼 후 일을 안 하는 걸 단순히 논다고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결혼도 직장처럼 생각하라고 말했다. 남녀 모두 생각이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결혼 생활은 그래서 옷을 만드는 것과 같다. 원단을 고르듯 신중하고 열정과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똑같단다. 그에게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고 묻자 “당연히 원단이 제일 중요하다”며 “어떤 레이스는 너무 비싸서 쓸 수 없는데 봉채 없이 걸치기만 해도 아름답다. 사람도 천성이 너무 착하면 그 관계가 유지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결혼 생활에 대해 “결혼은 어떤 사람을 만나든지 힘들다”며 “제가 최선을 다한 만큼 남편도 남편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30년 동안 맞춰왔기에 서로 존경하며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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