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 김민선 소장
피해자들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려

 

10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아동학대 없는 세상을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 김민선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10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아동학대 없는 세상을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 김민선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목이 메어서 얘기를 못하겠습니다. 2005년 그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피해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피해자들은 병원에 트라우마 치료를 받으러 다닙니다.”

‘도가니’ 사건으로 잘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청각장애 특수학교) 성폭력 사건은 여러 명의 장애 학생을 수년에 걸쳐 교직원들이 성폭행한 사건으로 이 학교의 보육사의 제보로 외부에 알려져 수사가 진행됐으나 가해자 4명에 대해 집행유예 등 가벼운 처벌이 내려졌다. 2008년부터 공지영 작가가 이 이야기를 ‘도가니’란 제목의 소설로 연재하기 시작했고, 2011년에는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산 후 경찰이 재수사에 들어갔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정신과에 입·퇴원을 반복하는 친구도 있고, 트라우마 때문에 가출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해요. 울분이 터집니다.”

김 소장은 여전히 진행 중인 피해자들의 고통을 호소하며 “이들이 생을 마감할 때까지 국가에서 피해에 대한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2012년부터 여성가족부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트라우마 치료 지원을 하고 있는데 연말이 되면 피해자들이 얼마나 호전되었는지 물어온다”며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대부분은 지적 장애인들인데 성폭력 피해자들임에도 불구하고 기소율이 굉장히 낮습니다. 지적 장애인이라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검찰에서는 일반 피해자들 같은 진술을 요구해요. 사법부의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명숙 변호사도 이 사건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가 굉장히 심각하다며 “가해자인 행정실장의 범죄를 목격한 남학생이 지금도 수시로 메시지를 보내온다”며 “트라우마가 심해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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