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군 아버지 “아들에게 이 시간이 나름의 축복일 것”

 

10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아동학대 없는 세상을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지 군의 아버지가 발언하고 있다.
10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아동학대 없는 세상을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지 군의 아버지가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사건 일어나기 전에 아이를 버리고 떠난 아버지로서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저의 죄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은 피해자 입장에서 참석하셨지만 저는 제가 가해자인데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아들에 대한 저의 말과 행동이 다른 게 아닌가 하는 심경으로 참석했습니다.”

2012년 오랫동안 어머니에게 심각한 폭력과 학대를 당해 오던 지 모군(당시 19세)은 어머니를 살해하고 그 시신을 8개월간 집 안방에 방치하다 구속됐다. 지 군의 어머니는 성적에 대해 압박하며 야구 방망이나 골프채로 수 시간 동안 지 군을 폭행했고, 밥을 굶기기도 했다. 남편과의 불화 이후 지 군에 대한 집착과 폭력은 더욱 심각해져 지군의 몸에서는 멍이 떠날 날이 없었다. 그러던 지 군은 위조한 성적이 드러날까 두려워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방치한 채 수 개월을 지냈다.

“자신이 죄인”이라고 거듭 말한 지 군의 아버지는 간담회 내내 힘들어 보였다. “지금도 아들에게 떳떳하지 못하다”는 그는 “자신을 증오하던 아들이 이제는 아빠로 여겨 줘 축복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들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도와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기적적인 형을 받았고 형기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이도 많이 변했습니다. 아들에게도 이 시간이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의 범죄로 인해 절망이 무엇인가 깨달으면서 지금의 시간이 아이에게 빛이겠구나 생각합니다.”

지 군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의 손을 볼 때 끊어 버리고 싶다는 얘기를 할 때면 내가 죄인인데 아이가 평생 고생을 해야 하는 게 가슴 아프다”며 울먹였다. 이어 “아이가 공부 잘하고 더 높은 곳에 올라가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지만 그것이 나의 이기심인 것 같더라”며 “많은 사랑을 주시되 올바른 사랑이 무엇인지를 찾아가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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