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동갑내기 사촌 현우, 승우 할아버지 육아일기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제 첫 손자 현우입니다. 앞으로 두어 주일 후에 또 한 손자가 세상에 나올 예정입니다. ​그 녀석은 이름이 승우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나를 닮은 새 생명이, 그것도 두 녀석이 거의 같은 시기에 태어나게 된다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무엇이 있을까 싶네요. 이 행복에 감사하고, 또 그 행복을 오래 유지하려면 더 열심히, 더 성실하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하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두 손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할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라도. 2011년 6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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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

두 녀석이 같이 누워서 자는데, 계속해서 닮은꼴, 거의 같은 모양으로 자세를 취하며 잠을 자는 겁니다. 이게 우연일까요? 아니면 같은 피를 받았기 때문일까요? 2011년 9월 12일

 

 

현우를 업고 보니

며느리가 재래시장에 갔다가 애기 업는 띠를 사 왔다고 하기에 제가 띠를 두르고 현우를 업어 보았습니다. 생각보다 현우 녀석이 아주 좋아했습니다. 저 역시 불편한 느낌이 별로 없었고, 마치 제 분신을 등에 붙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손자를 업고 있으니 아주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등에 업혀 이곳저곳을 다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할아버지 생각을 하니 갑자기 눈시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상은 이런 모양으로 대를 이어가는 듯합니다. 2011년 12월 28일

 

시장에서

오늘은 애기띠로 현우와 승우를 안았습니다. 할아버지가 아기띠로 손자를 안고 다니니까 아주머니들이 더러는 웃기도 하고, 신기해하기도 하는 것 같더군요.

누가 뭐라면 어떻습니까? 며느리 앞세우고 내 손자 내가 안고 다니는데요. 저는 그것이 너무도 당당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2011년 12월 31일

 

할아버지 싸양해요

오늘 아침 현우와 승우, 두 손자 녀석들이 할머니 무릎에 앉아서는 저를 보고 머리 위로 예쁘게 하트 모양을 만들면서 “할아버지. 싸양해요!”를 외치지 않겠습니까? 순간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러웠습니다. 2012년 12월 31일

손자들과 차례 지내기

명절 저녁이 되어 자녀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면 항상, “벌써 가나?” 말씀하시던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나서 가슴이 알알합니다. 2013년 1월 1일

 

두 손자와 필리핀 여행

설 연휴 기간 동안에 아이들과 손자들을 데리고 필리핀의 세부를 다녀왔습니다. 이제 현우가 20개월, 승우가 19개월이 지났는데 두 손자 녀석들은 물을 엄청나게 좋아하더라구요.

이번 여행으로 인해 ‘두 손자들과의 해외여행’이라는 제 버킷 리스트 가운데 한 항목이 조기에 달성되기도 했습니다. 아마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제 기억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여행의 하나로 남을 것 같습니다.​ 2013년 2월 18~22일

 

주책없는 손자 바보

아침부터 손자 현우와 장난을 치며 놀고 있습니다. 베란다에서 옷이 흠뻑 젖도록 물장난을 친 다음, 안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는 빨래집게를 가져다가 이렇게 할아버지 코와 귀를 집어 놓더니 박수를 치며 좋아하네요. 예순 넘은 할애비가 현우랑 둘이서 참 잘도 놀지요? 2013년 6월 15일

 

현우의 시위

제가 출장을 가야 하는데 녀석이 못 간다면서 가로 막고 나서는 겁니다. “현우도 할아버지 따라 갈 거야”라면서 급기야는 제가 짐을 꾸리고 있는 여행 가방 속에 누워서 시위를 하지 뭡니까. 가방 속에 넣어서 데리고 갈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저 무지하게 행복한 할아버지 맞지요? 2013년 10월 27일

 

하부지 예쁘다

현우 녀석이 제 할미가 거실에 둔 머리 마는 기구를 발견하고는 그걸로 얼마 남지도 않은 제 머리에 이리저리 감더니 제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하부지 예쁘다!”라고 하더군요.

근데, 저 정말 예쁘기는 한 건가요? 2013년 12월 1일

 

빨래하는 승우

승우가 바지를 접어서 발로 밟기도 하고, 손으로 주무르기도 하고, 잡아서 돌리기도 하고, 참 다양한 방법으로 빨래를 하는 모습입니다.

사실 요즈음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남성들도 아내와 함께 밥하고 설거지하고, 빨래도 해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가 되었습니다. 기왕 그래야 한다면, 승우처럼 어릴 때부터 빨래나 요리하는 일을 배워 두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승우 할아버지는 어떻게 하고 있냐구요? 저야 워낙 장기간에 걸쳐 훈련(?)도 받았고, 백수생활도 어느 정도 이력이 붙어가는 상황이라 어지간한 일은 척척 잘 하고 있답니다. 2014년 6월 24일

 

 

또봇 장난감 산 승우

어린아이들의 장난감 코너엔 비슷비슷한 장난감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요. 인기가 있는 장난감의 모양이나 크기, 색상을 살짝 변형시킨 유사품을 시리즈로 만들어 내면서 광고를 통해 철없는 어린아이들을 유혹하여 부모들의 돈을 우려내는 짓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요.

한편으로는 직장에서 은퇴를 하기는 했지만, 손자들을 위해서라도 ‘경제능력을 더 유지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드네요. 손자들을 더 많이 사랑해 주고 싶은 은퇴 할아버지의 번민은 이렇게 해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14년 8월 1일

 

슬픈 현우

“하부지! 현우 아빠는 돈이 없는데, 하부지 돈 좀 있어요?” 하길래 “오늘은 하부지도 돈이 없는데…” 녀석의 표정이 아주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바뀌더라구요.

설사 돈이 있다고 해도 무작정 손자들이 원하는 대로 장난감을 사 줄 수는 없는 일이지만, 손자들과 잘 지내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이잖아요.

“앞으로 수시로 이런 상황에 당면할 텐데, 어찌 하는 게 옳은 일인가!” 하는 고민이 쉽게 사라지지가 않았습니다. 이게 그냥 초보 할아버지의 고민일 뿐일까요? 아시는 분! 정답 좀 가르쳐 주세요. 2014년 8월 6일

 

 

성묘하는 승우

이번 추석에는 조상님들의 묘소에서 성묘를 하는 것으로 차례를 대신 했습니다.

저는 자식, 손자들에게 제사를 지내라고 요구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그래도 아직 어린 승우가 이렇게 관심을 가져 주니 참 대견하네요.

차례가 끝나자마자 승우는 묘지 위에 올라가 만세를 불렀습니다. 조상님들께서는 아마도 어린 증손자, 고손자의 무동을 태워 주시는 기분 아닐까요? 2014년 9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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