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청 높인 혁신경쟁, 공천 개혁은 없었다
목청 높인 혁신경쟁, 공천 개혁은 없었다
  • 엄수아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4.10.22 19:50
  • 수정 2018-01-29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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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국회의원 세비 동결안 등 연달아 의결
가장 필요한 공천 개혁 부분은 진척 없어

 

정치권이 혁신위를 만들어 경쟁을 벌인지 한달쨰, 1차 개혁안에 공천 개혁과 관련된 내용은 쏙 빠져있었다. 왼쪽은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회 위원장, 오른쪽은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회 위원장. ⓒ뉴시스·여성신문
정치권이 혁신위를 만들어 경쟁을 벌인지 한달쨰, 1차 개혁안에 공천 개혁과 관련된 내용은 쏙 빠져있었다. 왼쪽은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회 위원장, 오른쪽은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회 위원장. ⓒ뉴시스·여성신문

여야 ‘혁신 경쟁’ 한 달째. 지난 9월 말 새누리당은 보수혁신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치혁신실천위원회 이름으로 자기 혁신을 하겠다며 활동하고 있다. 각 혁신위는 활동 한 달 즈음이 되자 ‘내년도 국회의원 세비 동결’ 등을 혁신안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정당개혁’ 문제는 빠져 있었다.

혁신위 구성부터 잡음이 있었던 새누리당 혁신위의 논의 진행은 빠른 편이다. 당 혁신을 외쳐온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나경원 의원 등이 대거 혁신위에 참여했고 원외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혁신위원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김 위원장은 대대적인 여론조사까지 예고하면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당내 개혁안을 밀어붙일 계획이다.

반면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는 이름부터 ‘실천’에 방점을 두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보다 어떻게 실천할지를 고민 중이다. 개혁 성향의 초선 의원 7명을 대거 기용한 것도 정치권에 잔재된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논의 진행은 더디다. 위원장인 원혜영 의원이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감으로 해외에 있고 간사 등 대부분 원내 인사다 보니 국감으로 혁신위 모임 자체가 흐지부지하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이 혁신안을 먼저 발표하면서 따라가는 모양새까지 됐다. 새누리당 발표 이튿날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국회의원 세비 동결안’이 처리되면 2011년 15% 정도 인상됐던 1억3796만원의 세비는 4년 연속 동결된다.

1차 여야 혁신안이 ‘곁가지’만 건드린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혁신안 골자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내려놓기,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국회의원 세비 인상안 동결 등 여야가 정치 개혁의 필두로 말한 ‘공천 개혁’은 빠졌기 때문이다.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아도 철도 비리 혐의로 기소된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은 본회의 부결로 체포되지 않았다. 국회의원 세비 인상안 동결은 돈 없는 의원들은 울상이지만 기존 정치적 텃밭이 있고 개인 재산이 뒷받침되는 지도부급 의원이라면 크게 기피할 사안도 아니다.

게다가 이 혁신안은 처음 나온 것도 아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올해 2월 새누리당 대표 당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의원소환제, 출판기념회 제도 정비, 의원 해외출장 윤리성 문제를 언급, 같은 시기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도 대표연설을 통해 주민소환제, 공항 귀빈실 사용 국회의원 제외 등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6월 지방선거, 7월 재·보선을 치르면서 이 같은 약속들은 공염불이 됐다. 

각 정당이 앞다퉈 얘기했던 공천 개혁이 뒷전으로 미뤄져 있는 것도 문제다. 새누리당은 공천 때문에 늘상 곤욕을 치렀다. 김문수 혁신위원장이 첫 일성으로 “한국형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비롯한 공천 개혁을 완료해 다음 총선에서 당 공천심사위원회가 없는 선거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도 공천 개혁 없이 당 개혁, 정치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의미였다. 같은 당 나경원 부위원장도 혁신위 출범 당일 “공천개혁이 보수혁신위의 첫 단추”라고 말했다. 나 부위원장은 과거 공천개혁특위원장 때부터 “정당 개혁의 알파와 오메가는 공천 개혁”이라고 강조했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7·30 재·보궐 선거에서의 공천 파동으로 당 지도부 전원이 사퇴하는 등 지금까지 비대위 체제다. 호남 출마를 희망한 기동민 후보를 동작을에 전략공천하면서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반발하는 등 이번 재·보선 공천은 계파 문제로까지 비화되면서 ‘공천 시스템’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앞서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지방선거 전 이 같은 당내 갈등이 우려돼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자고 제안했지만 별다른 논의는 없었다. 결국 잇따른 선거에서 패하고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사임했다.

정치권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온 전문가들은 공천 개혁을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김문수 위원장 말대로 “공천권은 불체포특권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최고 기득권”이기 때문에 정치 개혁의 중요한 대상이란 말이다.

김형준 명지대(정치학) 교수는 새누리당 혁신위 토론회 발제를 통해 오픈프라이머리를 거론했다. 김 교수는 오픈프라이머리의 단점을 말하면서도 “정당 민주성 강화,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 욕구 충족이라는 긍정적인 정치적 효과를 수반할 수도 있다”며 “여야는 국민의 정치참여 확대를 통해 참여 민주주의를 구현한다는 원칙에 동의한다면 한국형 오픈프라이머리의 도입과 정착을 위한 생산적이고 예측 가능한 로드맵을 만드는 데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운동본부 사무총장은 “오픈프라이머리가 단점은 있지만 현 대의원 구조를 깨지 않으면 제대로 된 민주 공천은 안 된다”며 “혁신이 완결판이 되려면 당헌당규를 통해 규정해야 한다. 그게 아니면 쇼”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정치권이 혁신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재선율이 38% 정도인데 다음 20대 총선 때 몇 명이나 살아남을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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