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대상 범죄 62.8%, 강간·성추행·간음
영관급 이상 8명 피의자 중 7명은 불기소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는 군내 성폭력 문제에 집중됐다. 사진은 한민구 국방장관이 8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국감에서 인사를 하는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는 군내 성폭력 문제에 집중됐다. 사진은 한민구 국방장관이 8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국감에서 인사를 하는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선 대개 대북정책, 군 지휘체계와 훈련 상황, 무기 관리 등이 단골 소재다. 위원회에 군 장성 출신이 많다보니 비판을 하다가도 다독이듯 군을 감싸는 여당 의원의 모습을 보는 일도 흔했다. 하지만 연이어 발생한 군내 폭행과 구타, 성추행·성희롱 사건 등 인권 문제가 거듭 발생하면서 올해 국감에선 여야 할 것 없이 군에 쓴소리를 했다. 

14일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17사단장이 여군 부사관을 성추행한 데 대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듯 질타를 퍼부었다.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은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거듭 고개를 떨궜다. 김 총장은 “적극적인 성범죄 예방활동과 교육을 강화하고 고충처리 시스템 등 제도적 보완과 엄격한 법규 적용을 통해 병영 내 성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의원들 맹성토 "정신 못 차렸다"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은 사단장 성추행 사건을 거론하며 “정신이 빠진 게 아닌 이상 성추행으로 고통받고 있는 자기 딸자식 같은 여군에게 장성이 또다시 이런 일을 할 수 있나”며 “더 이상 눈 뜨고 볼 수 없다. 누군가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미경 의원은 “17사단장은 죄질이 아주 나쁘다”며 “이 정도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사단장이고 투스타”라고 질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도 “지휘 계통의 높은 사람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가세했다. 같은 당 윤후덕 의원은 “그 자체로 동정의 여지가 없는 파렴치한 범죄”라고 비판한 뒤 “더욱 죄질이 나쁜 것은 여군 부사관 성추행의 대부분이 장기복무를 위협 수단으로 한다는 점이다. 여군 부사관의 장기복무 신청 경쟁률은 20대 1이 넘는다”고 진급 보장 등을 악용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군 출신 의원의 입에선 “창피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국방위원장인 황진하 새누리당 의원은 “정말 창피하기 이를 데 없는 성추행을 일으켜서 ‘군기가 이렇게 빠졌나’ 하는 목소리가 폭주하고 있다”며 “국방 당국은 환골탈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정신 못 차린 장병이 많다”고 비판했다.

3성 장군 출신인 같은 당 한기호 의원만이 계급 문제가 거듭 지적되자 “개인의 문제”라며 “장군은 악인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가는 것은 군을 폄훼하고 매도하는 행위”라고 두둔했다.

여군 대상 성범죄 3년간 4.5배 증가

실제 여군 대상 성범죄는 최근 3년 동안 4.5배 늘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군대 내 성범죄 입건 수는 2010년 56건에서 2013년 105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79건이었다. 영관장교(소령~대령)의 경우 징계순위 2위가 ‘성군기 위반’이었다. 징계 380건 중 1위는 ‘음주운전 또는 동승’(15%·57명), 2위가 ‘성군기 위반’(12.6%·48명)이었다.

여군 피해 내용은 보통 성범죄였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선 지난 2010년부터 2014년 6월까지 여군 피해 범죄는 총 132건으로, 이 중 83건은 강간·성추행·간음 등으로 성범죄였다. 이 중 실형은 단 3건으로 실형률이 5%에 불과했다. 특히 영관급 이상 8명의 피의자 중 1명은 벌금 400만원을 내고 나머지 7명은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같은 당 권은희 의원은 피해 여군은 하사가 109명(59.5%)으로 가장 많았고, 대위는 20명, 중위는 12명, 소위 7명라고 밝혔다. 가해자는 중대장(대위) 이상이 59명(36.8%), 상사 이하 초급 간부가 66명(41.2%)이었다.

군 사법제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가혹행위 피의자로 입건된 중령이 17사단장 재판장을 맡아 재판한 데 대해 새누리당 홍 의원은 가혹행위로 감찰까지 받은 당사자가 어떻게 성범죄를 재판하냐고 질타했다.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은 지난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245건의 감경권 중 군 형법 위반은 9건일 뿐, 나머지 236건은 성범죄, 폭력범죄라며 형량을 줄여주는 감경권을 행사하는 취지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사단장의 부하 여군 성추행 외에도 앞서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 GOP 총기난사 사건, 지난해 여군 오모 대위가 직속 상관의 성관계 요구에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군은 병영 내 부조리 및 폭력제거를 위해 병 계급체계를 검토하고 복종 강요, 왜곡된 서열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계급과 관련해선 이등병 계급을 없애고 현 4단계 계급을 2단계로 줄여 상병 중 우수자에게만 병장계급이 부여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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