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운동하는 YWCA
올해 중점 운동으로 선정 52개 지부 모두 참여
고리1호기, 월성1호기 노후 원전 폐쇄 결의문 채택
서명운동, 강사양성, 조례제정 등 지역별 움직임 활발

 

서울 중구 명동에서 한국YWCA연합회 회원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탈핵과 탈원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울 중구 명동에서 한국YWCA연합회 회원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탈핵과 탈원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YWCA연합회의 탈핵·탈원전 운동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거세다.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시작된 탈핵에 대한 관심은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해 있는 부산과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제기됐고, 지난해 9월 한국YWCA연합회 전체 중점 운동으로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올해 전국 52개 YWCA 회원 단체들은 탈핵·탈원전을 위해 서명운동과 캠페인, 탈핵 강사 양성,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급식 조례 제정까지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합회 차원에서도 올해 3월부터 매주 화요일 정오 서울 중구 명동 YWCA회관 앞에서 ‘YWCA 탈핵 불의 날 캠페인’을 펼치며 탈핵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30여 회에 걸친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에게 받은 탈핵·탈원전 서명은 1만여 명에 달한다.

전체 회원 10만여 명의 거대한 여성 단체인 한국YWCA연합회의 탈핵·탈원전 운동은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일본 등 세계 YWCA의 탈핵 운동으로까지 그 파장을 넓히고 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 속에 한국YWCA연합회는 지난 9월 18일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등 노후된 핵발전소 폐쇄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연합회는 “우리는 세월호 이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수명 끝난 핵발전소”라며 “생명보다 돈, 안전보다 경제성을 앞세운 논리로 수많은 이들의 고통과 희생을 불러올 수 있는 수명 끝난 노후 핵발전소는 반드시 폐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재난안전 대책 강화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우선 전국 회원단체 중에서 제일 먼저 탈핵 운동을 펼치기 시작한 부산YWCA의 경우에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올해로 4년째 탈핵·탈원전 운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부산 인근에 위치한 고리 원전과 경주 인근의 월성 원전 등 동해안을 중심으로 한 영남 지역의 15개 YWCA에서는 원전에 대한 직접적인 위기감을 느끼고 2011년부터 탈핵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직후인 2011년 4월부터 회원들을 중심으로 핵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 부산YWCA는 다음해 3월 동부지역 15개 YWCA와 함께 탈핵 운동을 펼쳐나갔다. 이러한 동부지역의 움직임은 2013년 9월 한국YWCA연합회 전체의 중점으로 탈핵을 채택하게 하는 동력이 됐다.

 

서울 중구 명동에서 한국YWCA연합회 회원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탈핵과 탈원전 캠페인을 펼치는 가운데 한 시민이 서명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울 중구 명동에서 한국YWCA연합회 회원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탈핵과 탈원전 캠페인을 펼치는 가운데 한 시민이 서명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부산YWCA는 2011년 당시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의 공동대표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부산 기독시민연대’의 사무국 역할을 하며 이 지역의 탈핵 운동을 선도해 나갔다. 그 이듬해인 2012년에는 본격적으로 시민들에게 핵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탈핵 강사단’ 양성교육을 진행했고, 김혜경 부산YWCA 사무총장은 부산시 원자력 안전위원회에 참여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에너지 빈곤층과 은행이나 편의점 등의 전기 사용 실태조사를 실시해 발표하기도 했다. 연합회에서 하고 있는 ‘불의 날’ 캠페인은 해운대나 서면, 동래 등 부산시 전역에서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아져 지난 6·4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모두 탈핵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부산시민들이 탈핵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젊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더욱 관심이 높고요. 하지만 아직은 시민들의 탈핵 의식 고취와 저변 확대가 중요한 부분이라 무료 강의를 위한 강사 양성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김혜경 부산Y 사무총장)

부산YWCA는 11월 초쯤 고리 1호기 폐쇄 및 운영 종료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서명을 부산시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부천YWCA는 ‘방사성 물질로부터 안전한 공공급식’을 위한 ‘진흥형’ 조례를 전국 최초로 만들어냈다. 부천YWCA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핵 캠페인을 진행해 오긴 했지만 연합회에서 탈핵이 중점운동으로 채택된 후 올해 초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 제정 운동에 본격 돌입하게 됐다. 부천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방사능 없는 안전급식 조례 제정을 위한 부천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사무국을 맡은 부천YWCA는 다른 지자체에서 실행하고 있는 조례들을 검토하다 ‘규제형’ 조례의 한계를 극복한 ‘진흥형’ 조례를 만들게 됐다. 기존의 조례들은 식재료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유통 단계가 아닌 급식단계에서 하도록 되어 있어 사후검사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부천에서는 규제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해 지자체 또는 교육청이 부담하는 장비나 검사 비용과 업무를 민간, 즉 관련 급식업체로 이관하도록 했다. 지자체가 검사장비를 구입하기보다는 식재료의 방사능 검사 및 결과 공개를 철저히 한 급식업체 중에서 인증심사를 통과한 우수 업체에 ‘방사능안전급식업체’ 인증을 주고 해당 업체가 지출한 장비 구입비 및 검사 비용, 교육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도록 한 것이다.

올해 4월 본회의를 통과하고 5월 16일 공포된 이 조례는 제정 과정에서 엄마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조례 통과를 위해 공청회나 본회의 때 유모차를 끈 엄마들을 비롯한 여성들이 방청석을 가득 메워 조례 제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송록희 부천YWCA 사무총장은 “지역에서 탈핵에 대한 인식의 편차가 심하다”며 “탈핵에 대한 인식이 양극화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송 총장은 “탈핵의 필요성을 사람들 귀에 들어갈 수 있도록 실제로 발로 뛰고 있다”며 “탈핵운동의 대중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