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 28만 명, 정확한 실태 파악도 안 돼
내년 5월 ‘학교 밖 청소년 지원법’ 시행 앞둬
“다양한 영역의 기관들 네트워크로 안정적 인프라 구축 필요”

 

서울 마포에 위치한 도시형 대안학교인 꿈틀학교의 축제모습.
서울 마포에 위치한 도시형 대안학교인 '꿈틀학교'의 축제모습. ⓒ꿈틀학교

학령기에 학업을 중단한 학교 밖 청소년의 숫자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나 사회적 안전망이 부실해 이에 대해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해마다 6만~7만 명에 달하는 청소년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있으며, 2012년을 기준으로 출생인구 대비 학업중단 청소년은 약 28만 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학교 밖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교육이나 취업 등 사회적 소재를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학교 밖 청소년 및 가출 청소년의 실태와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최근 8년간 초·중·고등학교의 학업 중단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고, 고등학교의 증가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의 가장 많은 학업 중단 사유는 ‘부적응’이었다. 학업 중단 이후 청소년들은 검정고시 공부를 하는 비율이 24.3%,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혼자 지내거나 친구들과 놀았다는 비율이 21.7%로 높게 나타났다. PC방이나 가출팸 등 불안정한 주거생활을 경험한 청소년은 약 10%, 보호관찰 경험자 8.6%, 보호시설 혹은 소년분류심사원 생활 경험자는 2~3% 수준이었다. 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업 중단 후 36.3%의 청소년들은 새로 사귄 친구가 없었고, 5명 이하도 40.9%로 나타나 학업 중단 청소년들의 새로운 친구관계 형성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의 정밀한 실태조사와 지속적 교육, 대인관계까지 이들에 대한 사회적·정책적 개입이 시급하다. 정부는 ‘청소년복지 지원법’이나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해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원 내용이 학업 복귀에 집중돼 있어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내년 5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여성가족부 장관은 3년마다 학교 밖 청소년의 실태조사를 실시해 개인적 특성과 수요를 고려한 상담지원, 교육지원, 취업 및 진로·직업체험 지원, 자립지원 등 종합적·체계적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학교 밖 청소년 지원계획의 수립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여성가족부 장관 소속으로 ‘학교 밖 청소년 지위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이 법으로 국가나 지자체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설치하거나 지정할 수 있게 됐다.

지난 9월 22일 발표한 여성가족부의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청소년 관련 예산이 늘어났다. 특히 학교 밖 청소년 등 위기청소년 지원서비스 강화를 위해 학교 밖 청소년 지원조직 확보 및 인력 확대 등 지원체계 구축에 올해 367억원이었던 예산을 455억원으로 증액했다. 학교 밖 청소년 프로그램 운영은 올해 54개에서 내년에는 200개로 대폭 늘릴 예정이다. 전일제 청소년동반자(전문가들이 직접 위기청소년들을 찾아가는 상담서비스)는 내년에 200명으로 확충되고, 청소년 쉼터도 109곳에서 내년 119곳으로 늘어난다. 또한 여성가족부는 내년 초 ‘학교밖청소년지원과’(가칭)를 신설하고 체계적인 지원정책을 펴나갈 계획이다.

서울시는 2001년부터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한국천주교살레시오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는 도시형 대안학교와 징검다리 거점공간을 지원하고 있다. 징검다리 거점공간은 학교 밖으로 나온 청소년들에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해 학습 동기를 부여하거나, 스스로의 힘을 키워 다시 학교에 복귀하거나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다. 또 센터에서는 학업 중단 숙려제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나 장기 결석으로 학업 중단에 대한 징후를 보이는 학생들을 상담하고, 징검다리 거점공간 프로그램을 진행해 학업 중단을 예방하기도 한다. 서울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김은이 부장은 “학교 밖으로 나온 청소년들이 상담뿐만 아니라 자립이나 교육 등 다양한 부분의 요청을 한다”며 “여러 다양한 영역의 기관들을 네트워킹해서 안정적인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9월 19일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윤철경 선임연구위원은 “학업 중단 예방 및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을 위한 국가 차원의 책임 있는 정책 주체 확립과 더불어 지방자치단체까지의 전달 체계 구축과 서비스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특정 부처 및 일부 산하 기관만이 아닌 개방적 서비스 전달 체계를 마련해 학업 중단 청소년들이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 현장에서 정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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