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성폭력 특성 제대로 파악해야
친족성폭력 특성 제대로 파악해야
  • 김수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4.09.19 09:57
  • 수정 2018-01-22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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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적 가족 인식이 고소 취하로 이어지기도
“피해자 진술보다 가해자 진술의 허점 찾아야”

 

친족성폭력을 다룬 다큐멘터리 잔인한 나의, 홈의 주인공 돌고래가 빨간 우비를 걸치고 눈 내린 한라산을 등반하고 있다.
친족성폭력을 다룬 다큐멘터리 '잔인한 나의, 홈'의 주인공 돌고래가 빨간 우비를 걸치고 눈 내린 한라산을 등반하고 있다.

친족성폭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그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친족성폭력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처벌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친족관계 성폭력 사건은 최근 12년간 2.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접수된 가족관계에 의한 성폭력 사범은 3673건이었고, 2003년 187건이던 친족 성폭력 건수가 2013년 494건으로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기소율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03년 74.3%였던 기소율이 올해 45.4%로 감소한 것.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친족성폭력 사건이 2008년 293건에서 2012년에는 466건으로 59% 증가했지만 불기소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78건(26.6%)이었던 불기소율이 2012년에는 135건(29%)으로 증가했다.

친족성폭력은 가족 안에서 발생하고 피해자가 미성년인 경우가 많아 더욱 은폐되기 쉽다. 어렵게 외부에 알려졌다 하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피해를 입증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결이 나올 것 같은 경우 기소를 하지 않게 되는데, 집안에서 발생하는 친족성폭력은 물증이 거의 없고 결국 피해자와 가족의 진술에 의존하게 된다. 그렇다면 피해 당사자와 가족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따지게 되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듯이 반복적이고 오래 지속돼 온 친족성폭력의 경우 피해자가 피해 일시와 장소를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보니 일관되지 못한 피해 진술이 피해 입증에 걸림돌이 되고 이는 것이다. 또한 가부장적 가족 구조 안에서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증인으로 나서지 않거나 오히려 고소 취하를 위한 유형·무형의 압박을 가하는 경우도 많다.

송주연 수원여성의전화 가정폭력·성폭력통합상담소장은 “피해자의 진술을 증명할 수 있는 주변의 증거, 증인이 중요한데 가족 구성원들이 증인으로 설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가부장적 의식으로 가족끼리 어떻게 고소할 수 있느냐는 가족의 압박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또 “친부에 의한 성폭력인 경우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엄마에 의한 고소압력 취하 압박도 상당하고, 자립이 어려운 미성년인 경우 고소 취하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현숙 대전성폭력상담소장은 “친족성폭력의 경우 피해가 지속된 이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재판부마다 다르긴 하지만 피해 특정일을 중요시하는데 피해자들은 피해가 반복된 일상이기 때문에 진술이 어렵고, 반면 가해자는 알리바이를 훨씬 잘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성폭력 피해자의 증거력에 매달리지 말고 가해자의 진술에서 허점을 찾아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친족성폭력에 대한 양형이 강화되면서 유죄가 인정되면 중형이 선고되기 때문에 재판부가 더욱 깐깐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선경 변호사는 “집안에서 일어난 친족성폭력의 증거는 피해자의 현재 정신적 후유증이 가장 정확한 증거 아닌가”라며 “일단 신고율이 높아진 것은 주목할 만한 것이고, 기소가 안 된 사례들을 꼼꼼히 분석해 왜 기소가 안 됐는지, 놓친 부분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변호사는 “친족성폭력 피해자들은 지속적 케어가 필요하다”며 “재판 후에 이들에 대한 지원이 어디까지 되고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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