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캐디, 성폭력보다 잘리는 게 더 무섭다
골프장 캐디, 성폭력보다 잘리는 게 더 무섭다
  • 엄수아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4.09.18 17:49
  • 수정 2018-01-22 1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보조원 99%는 여성, 대부분 특수고용노동자 신분
외국에선 골퍼와 경기 파트너인 전문직
전국여성노조 “골프장은 인권 사각지대, 대책 마련 시급”

 

골프선수와 캐디는 경기 파트너다. 사진은 크리스티 커 선수가 2012년 대만서 열린 경기에서 9번홀 벙커샷을 홀에 붙인 뒤 캐디와 기뻐하는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골프선수와 캐디는 경기 파트너다. 사진은 크리스티 커 선수가 2012년 대만서 열린 경기에서 9번홀 벙커샷을 홀에 붙인 뒤 캐디와 기뻐하는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최근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성추행 논란에 전·현직 캐디들은 성추행 사실을 밝히고 고소한 23세 경기보조원(캐디) A씨의 행동에 대해 “용감하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의 한 캐디는 15일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 경기보조원이 경찰에 고소까지 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한 그 용기에 정말 놀랐다. 상대가 권력자이지 않나”라고 감탄했고, 31년 경력의 전직 캐디이자 김경숙 전국여성노조 88컨트리클럽 분회 자문위원은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용기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성희롱·성추행을 당하면서도 참아온 이유는 비정규직 중에서도 특수고용노동자란 신분 때문이다. 근로자와 개인사업자 사이의 중간 정도로 레미콘 기사, 학습지 교사, 퀵서비스 기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이 이 분류에 포함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딱히 개인사업자도 아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특수고용직종 종사자가 44만여 명으로 이 중 산재보험 가입률은 10%가 안 된다.

업무 형태가 각기 달라 사업소득세를 내는 이들도 있지만 캐디 중 자율소득종사자로 등록돼 세금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회사의 스케줄 표에 의해 업무지시를 받고 유니폼, 모자 등 근무 용품도 일괄 지급받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기보조원 인력은 4만여 명으로 이 중 99%가 여성이다. 골프를 즐기는 이들이 다양해졌다고 하나 대부분 30대 이상의 남성이 주를 이룬다. 외국에선 전문 직종으로 바람의 방향, 지형 등을 판단하고 골퍼와 최적의 경기 환경을 논의하는 파트너지만 한국에선 법적 지위 자체의 한계로 ‘도우미’ 취급을 받아도 하소연하거나 개선할 방도가 없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캐디’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해 ‘경기보조원’이란 명칭을 쓴다면서도 법·제도 개선 없이는 직업 전문성 개발이 힘들다고 말한다. 최순임 전국여성노조 사무처장은 “얼굴이 예쁘지 않거나 목소리가 상냥하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경기를 진행하는 동안 괴롭히거나 무시하는 일이 종종 있다”며 “노조를 만들고 처음 한 일이 경기보조원들이 안경을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이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라며 “인권의 사각지대다. 특수고용직이라 언제든지 회사가 자를 수 있고 산재사고도 많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